[리뷰] '담보' 그렇게 아빠가 된다 ①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0.09.25 11:19 / 조회 :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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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된다는 것. 아빠가 되어 간다는 것. '담보'는 그렇게 아빠가 되는 이야기다.

사채회사에서 일하는 두석과 종배. 75만원을 안 갚은 조선족 불법체류자 명자를 찾아 나선다. 두석은 돈 없다는 명자에게 딸을 담보 삼아 데리고 있을테니 내일까지 돈을 갖고 오라고 한다. 종배는 그런 두석에게 나쁜 일인데, 라고 투덜 되지만 거스르지는 못한다.

아뿔싸. 그만 명자가 불법체류자로 잡혀 중국으로 추방되게 생겼다. 명자는 두석에게 아이 큰 아빠가 좋은 곳에 입양 보낸다니 거기서 돈 받고 잘 넘겨달라고 부탁한다.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떠안은 두석은 큰 아빠에게 연락 올 때까지, 옷도 사주고, 먹을 것도 사주고, 서태지 CD도 사주고, 그만 정을 붙이고 말았다.

큰 아빠에게 보내긴 했지만 두석은 못내 담보가 보고 싶다. "승이"라 불려달라는 아이에게 "담보"라고 부르던 두석은, 아이와 계속 연락이 안 되자 결국 찾아나선다. 승이가 큰 아빠 손에 의해 다른 곳에 팔렸다는 것을 알게 된 두석. 결국 승이를 찾아내 고이고이 키우게 된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흘러 간다.

'담보'는 '하모니' 강대규 감독의 신작이다. '하모니'처럼 JK필름에서 제작했다. 웃고 울리고 또 울린다. 정해져 있는 결말로 다가간다. 그 과정이 웃프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아빠가 되어간다는 건, 힘들다. 그래도 행복하다.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 그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보상이다. 보물이다.

영화 속 대사처럼 그래서 '담보'는 다음에 보물이 된다. 그때는 몰랐지만 다음에 알게 되는 보물. 그 시간들이, 그 과정들이, 보물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담보'는 그런 이야기다.

아빠가 되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 첫 만남부터 딸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같이 들어가는 순간까지. 어쩌면 아빠의 로망이기도 하다. 아빠가 갖고 있는 로망이자, 아빠에게 품고 있는 로망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얻는 행복과 희생. 아빠 입장에서도, 아이 입장에서도, '담보'는 로망이자 판타지다. 아빠가 딸을 발견하고, 딸이 아빠를 발견하는, 그래서 '담보'는 로망이자 판타지다.

성동일이 그런 아빠를 연기했다. 숱한 작품에서 딸들의 아빠 역할을 해온 그는, 그 이미지대로 '담보'에 녹아들었다. 특별히 뭘 더하지도 않았다. 그냥 아빠처럼 웃고, 아빠처럼 혼내고, 아빠처럼 일한다. 그 아빠다움이 넉넉하다.

어린 승이 역할을 한 박소이는 '담보'의 가장 큰 매력이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황정민의 딸로 눈도장을 찍은 박소이는, '담보'에서 관객을 웃고 웃고 울린다. 무장 해제 시킨다. 웃고 울리는 영화에 저항감이 있는 사람들이라도, 박소이의 웃고 울리는 데는 저항할 수 없을 것 같다.

어른 승이 역할을 한 하지원은 박소이의 바톤을 잘 이어받았다. 아역이 쌓은 감정을 잘 받아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한다. 신기하게도 승이 엄마 명자로 출연한 김윤진과 하지원, 박소이가 닮았다. 캐스팅도 캐스팅이지만 마음을 표현하는 결이 닮은 것 같다.

종배 역을 맡은 김희원은 악역 이미지는 벗었다. 투덜 되는 좀 모자란 삼촌. 그 이상도 이 그 이하도 아닌 연기를 했다.

'담보'의 호흡은 밭다. 10년이 넘는 시간을 교차편집으로 빨리빨리 이어간다. 이 밭은 호흡은 '담보'의 특징이자 한계다. 빠른 전개로 후반의 눈물바다로 내달려간다. 밭은데 중간중간 감정을 쌓을 쉼표가 없다보니 마지막 결말에는 지친다.

'담보'는 딸이 올려다봤을 아빠를 보여주다가 마지막에는 딸이 내려다보는 아빠의 굽은 등을 보여준다. 아빠가 되어간다는 것. 좋은 아빠가 되어간다는 것. 과정이 보물이고 행복이다. '담보'가 주는 눈물은 맵지 않고 따뜻하다.

9월2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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