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 "'베르테르', 클래식의 힘..본질에 집중하면 더 아름답죠" [★FULL인터뷰]

강민경 기자 / 입력 : 2020.09.26 15:00 / 조회 : 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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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카이/ 사진제공=EMK엔터테인먼트


누군가는 '베르테르'라는 이름에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를 수 있다. 그러나 뮤지컬 '베르테르'는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원작으로 숭고한 사랑의 이야기를 담았다. 뮤지컬 배우 카이(39)는 20주년을 맞은 뮤지컬 '베르테르'의 다섯 명의 타이틀롤 중 한 명이다. 그는 기존의 강렬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숭고한 사랑을 그려내는 한 남자로 변신했다.

뮤지컬 '베르테르'는 베르테르와 롯데의 숭고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원작으로 한 작품. 한 남자의 열정적인 사랑 이야기에 가슴 저미는 선율을 입혔다. 지난 2000년 초연돼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카이는 극중 베르테르 역을 맡았다. 베르테르는 순수한 마음과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애절함, 절망 그리고 희망을 오가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유약해 보이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베르테르의 복잡한 내면을 자신만의 섬세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카이는 최근 스타뉴스와 만나 '베르테르'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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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카이 /사진제공=CJ ENM


-올해로 뮤지컬 '베르테르'가 20주년을 맞았어요. 20주년 기념 공연의 타이틀롤을 맡게 된 소감은 어떤가요? 또 부담감은 없나요?

▶ 저에게 특별한 건 없어요. '베르테르' 20주년이라는 건 뮤지컬인으로 봤을 때 매우 멋진 일이에요.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한다는 건 클래식컬한 일이죠. 배우로 임하는 자세를 말씀드린다면 20주년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제가 온몸을 바쳐서 하지는 않아요. 늘 좋은 작품을 감사하고, 아주 행복하게 올리고 있어요. 그래서 저한테 '베르테르' 20주년 공연은 여느 작품과 같은 선상 안에 있어요. 의식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신경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부담은 전혀 없어요. 기존 배우가 어떻게 하고 있었다라든지 어떤 게 쌓였다라는 부담감이 없다는 뜻이에요. 그저 나라는 사람이 좋은 작품을 아름답게 표출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어요.

-뮤지컬 '베르테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 극중 베르테르와 비슷한 점은 무엇인가요?

▶ 물론 타이틀 롤이죠. (웃음) 제가 솔직한 사람은 아니었는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사람을 바꿔 놓은 것 같아요. (웃음) 타이틀 롤이어서 '베르테르'가 좋았어요. 다른 사람들이 절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문학을 좋아하고, 이성을 좋아해요. 또 낭만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죠. 베르테르라는 인물에 대한 감정적 갈등, 상황 등 이런 게 마음에 들었어요. 또 제가 사랑하는 작품이었어요. 뮤지컬로 베르테르를 이해하기에 앞서서 학창시절에 소설로 먼저 접했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동경과 존경심이 컸어요. 그래서 이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베르테르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절실함이 좋았어요.

-'베르테르'의 또 다른 타이틀 롤인 엄기준, 유연석, 규현, 나현우와의 사이는 어떤가요? 또 베르테르라는 하나의 역할을 다섯 명이 연기하는 건 어떤가요?

▶ 다섯 명이서 한 역할을 하는 건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단점부터 말한다면 캐스팅이 많기 때문에 아무래도 연습이 분산된다는 거에요. 아쉬움이 좀 있죠. 서로 의견 교환을 많이 할 수 있은데 다들 바쁘다 보니 작품에 대해 심도 있게 말을 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어요. 장점이라고 한다면 관객들 입장에서 여러 색의 베르테르를 볼 수 있다는 거에요. 베르테르 역할을 거쳐간 사람이 많을 수록 다양성이 많아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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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카이 /사진제공=EMK엔터테인먼트


'베르테르' 팀의 분위기는 굉장히 좋아요. 정말 훌륭한 배우들이에요. (엄)기준이 형님이야 몇년 째 같은 역할로 보고 있기 때문에 두말할 나위가 없죠. 기준이형만큼 뮤지컬계에서 안정적인 배우를 본 적이 없어요. 무대 위에서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사람이 명확해요. 항상 도전 의식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에요. (유)연석이는 이번이 처음인데 '스타가 맞나?' 싶을 정도로 편하고, 낙천적이고 거리낌이 없어요. 같은 동네에 살아서 종종 연락도 해요. 정말 스타 의식이라는 걸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죠.

규현이는 뻔뻔해요. 그래서 너무 좋았어요. 뻔뻔하다는 게 이상한 것이 아니라 천연덕스럽다고 해야 할까? 아이돌이나 예능 생활을 많이 해서 그런지 무대 위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이 가져야 하는 천연덕스러움이 굉장히 좋더라고요. 배우고 싶을 정도로요. (나)현우는 일단 띠동갑이에요. (웃음) 세대 차가 있고 대화의 간극이 있기 때문에 잘 들어주는 편인데 아무래도 연습을 가장 오랜 시간을 하다 보니 대화를 많이 했어요. 작품에 대한 애정도 좋고 겸손해요. 또 열정도 대단해요. 다섯 명이서 서로 이질감이 없고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그동안 '프랑켄슈타인', '벤허' 등의 작품을 통해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셨었죠. '베르테르'를 통해서는 180도 변신했는데, 만족도는 어떠신가요? 또 관객의 입장에서는 카이라는 배우의 이미지 변신에 대해서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됐어요. (웃음) 캐스팅 되고 나서 주변 열명 중 아홉 명은 제게 '베르테르'와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고요. 아닌 한 명은 바로 저 자신이었어요. 잘 안 어울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스스로한테 의심과 불신이 있었죠. 스스로에게 '잘할 수 있을까?'라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많은 분들이 기대를 많이 해주신 것 같아서 좋네요.

'베르테르'를 통해서 또 다른 나의 모습과 배우로서의 과제를 부여 받은 것 같아서 좋아요. 관객의 시선에서는 제 이미지 변신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지 않았어요. '베르테르'라는 작품 속에 카이라는 인물로 봐주시면 더 즐겁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웃음) 하나의 예술을 본다는 건 자신의 마음에 달려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저 저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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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카이, 이지혜 /사진제공=CJ ENM


-스스로 왜 그런 고민을 하신건가요?

▶ 아무래도 연차가 올라가고, 나이가 들고, 경험이 생기면서 스스로의 변화가 생긴 것 같아요. 순수함을 잃은 것 같기도 하고요. 또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는 것 같아요. 만약 5년 전에 '베르테르'를 만났다면 어쩌면 조금은 더 순수한 베르테르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상대적으로 지금과 같은 테크닉적인 성장은 덜 했을 것 같지만요. (웃음) '프랑켄슈타인'이나 '벤허' 등과 같이 희노애락과 체력, 육체적, 감정적으로 고되고 힘든 작품을 많이 겪고 난 후에 '베르테르'를 만나게 되니 노련미가 생긴 것 같아요. 스스로 평가하기에는 본의 아니게 순수함이 줄어들지 않았을까라는 염려가 있었죠.

-'베르테르'의 첫 공연날 무대에 오른 뒤 스스로 고민했던 부분에 대해서 후회 하지는 않나요?

▶ 많은 배우가 그렇겠지만 이 시기에 공연을 한다는 건 감사하게 생각하는 건 당연해요.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작품이고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에 대해 무한한 기쁨과 감격이 있어요. 저는 자기 소개 속 취미, 특기란에 뮤지컬이라고 적어요. 저는 뮤지컬 할 때 제일 신나요. 훌륭한 배우들과 '베르테르'를 하게 되서 좋았어요. (웃음) 스스로 고민했던 것을 후회하지 않아요. 모든 건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공연 끝나고 배우들이 '그때 이렇게 하기로 했는데 잘 못 맞춰줘서 미안해'라고 하기도 해요. 또 구소영 감독님도 '너무 빨랐지?', '느렸지?'라고 하시는데 그게 틀렸거나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완성도가 있어야 하는 공연임은 맞지만 서로 다른 자아가 함께 호흡을 하는 것이 이 예술활동의 키 포인트에요. 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서로 아름답게 잘 맞았다라는 거에요.

-'베르테르'를 위해 외적인 노력을 한 부분이 있나요?

▶ 외적으로 예뻐지려고 노력을 했어요. 나현우의 신선함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또 노력을 했고요. (웃음) 내적으로는 노력이라기 보다 '베르테르' 소설과 작품의 대본을 끊임없이 정독하고 낭독하고 습독했어요. 베르테르의 시선으로 많이 바라보는 기본적인 노력이 저의 가장 큰 내면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좀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조광화 연출님이라는 산증인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왔던 베르테르들의 성향 등을 이야기 듣고 이해하고 인정해 나갔어요. 그러면서 카이의 베르테르를 찾으려는 노력이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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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카이 /사진제공=EMK엔터테인먼트


-사실 현 시대에서 '베르테르'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제 인생 모토와 비슷한 것 같아요. 클래식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예로 '햄릿'을 들어볼게요. 지금 시대에 전혀 공감되지 않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잖아요?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아니면 '리골레토'도 시대성을 봤을 때 지금으로서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에요. 클래식의 방점은 옛것을 재현한다라는 거에요. 그것을 숭고하게 받아들일 때 살아 숨 쉴 수 있어요. '베르테르' 작품에서 처음에 클롭슈톡을 통해 롯데와 베르테르의 만남과 사랑이 시작돼요. 저의 정보에 따르면 클롭슈톡은 지금으로 치면 인스타그램과 같아요. 클롭슈톡의 시를 교환하면서 사랑을 싹틔우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게 그 시대에는 유행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모르면 '갑자기 시 하나 읽었다고 눈이 맞는다고? 말이 돼?'라고 할 수도 있어요. 공감성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시대성으로 따졌을 때는 공감되는 부분이에요. 그 시절의 낭만과 순수 이런 것들을 시간을 점프해서 봐야하는 거죠. 그리고 이 작품은 그래야만 하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만약 시대성에 어긋난다고 해서 클롭슈톡을 인스타그램으로 바꾸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물론 제가 과장해서 예를 들긴 했지만요. (웃음) 아주 오랜 시간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결국 사랑에 대한 숭고함과 순수함은 변하지 않았다라는 본질에 더욱 집중해서 바라보면 작품이 훨씬 더 아름다울 것 같아요.

-'베르테르'를 볼 때 가장 집중해서 봐야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또 어려운 시국에 극장을 찾아주는 관객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요?

▶ 본인만의 기대감을 꼭 가지고 왔으면 좋겠어요. '소설과 어떻게 다를까?', '카이라는 배우가 사랑 이야기를 하는데 어떨까?' 등의 자신만의 기대감이요. 누군가 정해준 초점에 맞추지 말고 나만의 궁금증을 가지고 오셨으면 좋겠어요. 과장되게 이야기 한다면 지뢰밭에 오는 감정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만큼 너무 감사해요. 위험을 감수하고 극장을 찾아주시는 거니까요. 작품을 보러 와주시는 분들은 정말 보고 싶어서 오시는 거에요. 당신들께서 대한민국 뮤지컬계를 살려주고 있다라고 생각해요.

-공연 후에는 SNS 라이브를 통해 랜선 퇴근길을 진행하시던데 어떻게 고안하게 된건가요?

▶ 제가 최초에요. (웃음) 저의 시작과 끝은 무조건 팬이고 관객이에요. 그 무엇도 비할 수가 없어요. 코로나19 준에도 퇴근길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품에 쏟는 힘도 힘이지만, 아무리 피곤해도 감사와 인사를 전하는 것이 뮤지컬 배우로서 가져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들은 관객들이 극장에 찾아줘야 무대에 설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19 이전에는 가능한 한 명씩 눈을 맞추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어요. 제 기준에서 당연한 책임이자 의무에요. 별 건 아니지만 공연이 끝난 후 인사를 해야되겠다 싶어서 랜선 퇴근길을 고안했어요. 물론 그들에게 기쁨이 되거나 즐거움이 되는지 득이 되는지 실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인사를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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