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 못 벗어났다"..'인터뷰게임' 강동희의 승부조작 사과[종합]

윤성열 기자 / 입력 : 2020.09.11 11:06 / 조회 :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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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터뷰 게임' 방송 화면


승부조작 파문으로 농구계를 떠난 강동희가 '인터뷰 게임'에 출연해 지난 과오를 털어놓고 사과했다.


강동희는 지난 10일 오후 방송된 SBS '인터뷰 게임'에 출연해 "평생 코트 위에서 살았던 저는 저의 잘못으로 인해 농구코트를 떠나야 했다"며 "당시 저로 인해 상처받았던 팬들, 가족들, 지인들, 그리고 당시 저를 믿고 따라왔던 동부 프로팀 선수들, 제가 지켜주지 못했던 이 모든 사람들에게 뒤늦게나마 사죄와 용서를 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1990년대 스타 플레이어로 농구계를 이끌었던 강동희는 은퇴 후 프로농구 감독으로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프로농구(KBL)단 원주 동부 프로미 감독 시절 그는 지난 2011년 불법 스포츠토토 브로커들로부터 4700만원을 받고 총 4경기에서 주전선수 대신 후보를 기용하는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한 혐의로 2013년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KBL은 그를 영구제명했다.

'인터뷰 게임' 제작진과 인터뷰에 응한 강동희는 "많은 사람들 앞에 제가 다시 서는 것을 상상을 못해봤다"며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살아가야 했기 때문에 더 두려웠던 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왜 승부조작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2011년 2월경 순위가 다 결정됐고, 플레이오프를 준비하는 시점이었다"며 "그런 와중에 오래된 후배한테 '남은 경기는 어떻게 하냐'고 전화가 왔다. 언론에 공표한 대로 '비주전이 나간다'고 얘기했고, 그에 대한 고마움이라면서 어느 날 돈을 주고 갔는데, 내가 그 유혹을 못 벗어났다. 그 돈을 받았으면 안 되는데, 그 돈을 받은 게 모든 일의 시작이자 핵심이었고, 큰 잘 못을 한 것"이라고 고백했다.


강동희가 '인터뷰 게임'에 출연을 결심한 것은 함께 농구 코트에서 동고동락했던 허재의 제안 때문이었다.

강동희 몰래 '인터뷰 게임'에 출연을 신청했다는 허재는 "형으로서 너무 답답하다"며 "모자 쓰고 마스크 쓰고 진짜 한 4~5년은 그러고 다닌 것 같다. 모든 걸 털어놓고 같이 인터뷰를 하고 대화를 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고 강동희를 설득했다.

강동희는 "허재 형 얘기를 듣고 거절을 했지만 일주일이란 시간을 갖고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됐다"며 고민 끝에 '인터뷰 게임'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강동희는 허재의 제안대로 승부조작 파문 이후 직접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고자 가족, 스승, 농구계 동료, 선후배, 팬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강동희는 먼저 어머니를 만났다. 강동희 어머니는 강동희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착하고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란 아들이었다"며 "중학교 시절 형편이 너무 어려웠는데, 열심히 라면만 먹고 운동했다. 그래도 지치지 않고 건강한거 보면 너무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또한 어머니는 승부조작 사건에 대해 묻자 "너(강동희)를 보면 가슴이 미어졌다"며 "그때부터는 다른 사람이 농구 하는 것도 보기 싫었다. 어떤 팀이 이기고 지는지도 모르고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털어놨다.

강동희는 중앙대학교 시절 은사 정봉섭 전 감독을 찾아가기도 했다. 정 전 감독은 당시 심정에 대해 "말을 할 수가 없다. 잠도 안 오고, 먹는 것도 안 내키고…무너졌다. 그 이상은 얘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 이후로 농구장에 거의 5~6년을 안 갔다"고 토로했다. 정 전 감독은 강동희에게 "누가 뭐래도 과정이 어찌 됐든 잘못했다고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동희는 함께 농구코트를 누볐던 서장훈을 만나기도 했다. 서장훈은 당시 기억을 돌아보며 "나 뿐만 아니라 많은 후배들이 처음에는 '형님(강동희)이 절대 그럴 일이 없다', '뭔가 잘못됐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나중에 결과가 그렇다라고 얘기하니까 그 다음에는 실망한 것도 있고 걱정도 됐다"고 털어놨다.

서장훈은 강동희에게 "다 거의 나랑 비슷한 생각이었을 것"이라며 "그 당시에는 이거를 굳이 얘기를 하면 괴로우니까, 일부러 모른 척하고 애써 좀 다 피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어찌 됐든 형님이 계속 이렇게든 저렇게든 노력하시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강동희는 모든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그는 "이 방송이 끝나고 또 여러 가지 질타도 있을 수 있고, 저에 대한 얘기도 있을 수 있겠지만 겸허히 제가 다 받아들이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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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연예국 가요방송뉴미디어 유닛에서 방송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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