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언택트 시대, 그럼에도 극장에 가는 이유 ②

김미화 기자 / 입력 : 2020.09.11 10:50 / 조회 : 3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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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을 찾은 관객들 / 사진=김휘선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극장을 찾는 관객수가 급격히 줄었다. 인구 5178만명인 나라에서 매년 천만 영화가 서너편씩 탄생할 만큼 영화에 대한 한국 관객의 사랑은 유별나다. 영화 자체에 대한 애정도 있지만 친구와,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극장에 간다는 것 자체가 주는 의미가 매우 크다.


한국 사람들에게 영화 관람은 영화 그 자체의 의미보다 놀이와 레저의 의미가 크다. 가족 모임이고 데이트다. 멀티플렉스가 있는 곳에는 식당가와 쇼핑센터가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관에 간다는 것은 함께 영화 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특히 한국영화계는 여름 극장가가 가장 큰 시장이 될 만큼, 휴가 시즌 시원한 극장에서 스케일 큰 영화를 본다는 상징적인 공식도 생겼다. 하지만 이렇게 자연스럽게 극장으로 향하던 발걸음이 코로나19로 인해 뚝 끊겼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극장을 찾은 올해 영화 관객 수는 3803만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관객수인 1억 3124만명의 30%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매출 역시 지난해 1조1148억원에서 3210억원으로 4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6월 유아인 박신혜 주연의 '#살아있다'가 개봉하며 극장가 여름 성수기가 시작됐고 '반도, '강철비2:정상회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이 개봉하며 극장이 잠시 활기를 되찾는 듯 했으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시 일일 관객수가 5만명 대로 뚝 떨어졌다. 한국에서 최초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대작 '테넷'마저 1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에 120만 명의 관객을 모았을 뿐이다.


극장에서도 여러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언택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철저한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극장을 방문한 적은 있지만, 극장 내 감염 사례는 아직 없다.

코로나19가 극장 관객수를 감소시키면서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서비스가 전세계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극장을 찾는 대신, 집에서 편하게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언택트 시대, OTT의 전성기에도 극장을 가는 이유는 충분하다. 가장 큰 이유는 극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대형 스크린이다. 홈시어터를 잘 갖춘다고 하더라도, 극장의 큰 화면을 따라갈 수는 없다. 영화라는 콘텐츠 자체가 극장 상영을 기준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큰 화면으로 보는 콘텐츠의 생생함은 따라갈 수 없다.

또한 극장에 간다는 것은 영화를 매개로 한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이기도 하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다들 떨어져 앉아 있지만 함께 같은 관에서 같은 시간대 같은 영화를 보며 울고 웃고 하는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관객에게 사회적인 경험이 된다.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간다면, 그 영화를 선택하는 것부터 시작해 함께 영화를 기다리고 관람하고, 또 영화가 끝난 후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까지 모두 '극장에 가는 것'에 포함되는 소중한 경험이다.

한국 관객들에게 특히 영화는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매개체다. 설, 추석, 연말, 휴가철에 극장에 모이는 관객수가 많은 이유 역시 '함께 하는 것'이다. 성별불문, 나이 불문하고 모두가 같이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극장을 찾는 관객수가 확 줄긴 했지만 극장에 가는 것이 주는 즐거움, 그 의미는 여전하다. OTT의 전성기임에도, 여전히 코로나19가 안정세에 접어들고 더 많은 영화가 극장에 걸리며, 기다리고 있던 관객들이 극장을 찾을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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