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세', 낯설지만 노인 아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용기 [종합]

성수=강민경 기자 / 입력 : 2020.08.11 16:52 / 조회 :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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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69세' 포스터


낯설고도 낯설다. 소재도, 주인공도 모두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북돋아주고, 포기하지 말라고 응원한다. 바로 영화 '69세'의 이야기다.

11일 오후 서울시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에서 영화 '69세'(감독 임선애)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시사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는 배우 예수정, 기주봉, 김준경 그리고 임선애 감독이 참석했다.

영화 '69세'는 비극적인 상황에 처한 69세 효정(예수정 분)이 부당함을 참지 않고 햇빛으로 걸어나가 참으로 살아가는 결심의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여성으로서, 노인으로서 사회에서 약자가 감내해야 할 시선과 편견에 대한 화두를 던져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유의미한 논의를 이끌어 자성하는 계기를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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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69세' 예수정 스틸


메가폰을 잡은 임선애 감독에게 '69세'는 장편 데뷔작이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신인 감독의 장편을 소개하는 뉴커런츠 부문에 선정됐던 바 있다. 또한 관객들에게 호평을 얻으며 KNN 관객상을 수상했다.

이날 임선애 감독은 "너무 떨린다. 원래 잡혔던 일정보다 개봉일이 일주일 앞당겨졌다. 별 생각이 없었는데 긴장이 된다. 오늘도 마찬가지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우연히 웹 검색을 하다가 노인 여성 성폭력 피해 사건의 칼럼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걸 마음에 담아뒀다. 여성 노인을 주인공으로 다룬 영화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괜한 도전이기도 하지만, 해보고 싶었다. 제가 중년, 노년의 이야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도전 의식이 있어서 꼭 해보고 싶었다"라고 연출 계기를 전했다.

그렇다면 장편 데뷔작의 제목은 왜 '69세'일까. 임선애 감독은 "시나리오 쓸 때 나이, 이름 등을 정확하게 쓰는 편이다. 사실 영화 제목은 제 선입견으로 시작된 것 같다. 중년과 노년의 경계정도에 되는 나이로 정하고 싶었다. 70세는 아닌 것 같아서 69세로 했다. 저희 어머니도 60대이신데 여전히 젊은 엄마로 보인다. 오히려 제목 지을 때 선입견이 작용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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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69세' 예수정 스틸


예수정은 극중 효정 역을 맡았다. 효정은 사회가 정해놓은 노인의 틀에서 벗어난 인물이다. 남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옷을 차려 입고 늘 정갈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노인답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다. 예수정은 "소재가 낯설었지만 넓은 개념으로 생각해봤다. 우리나라도 재앙처럼 노년 사회로 접어든다고 걱정이 많다. 가보지 않은 길처럼 그 사회를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개체로서는 볼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나이나 삶에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출연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기주봉은 극중 동인 역을 맡았다. 동인은 효정에게 용기를 복돋아주는 인물이다. 예수정이 동인 역으로 기주봉을 생각했다고 하기도. 기주봉은 "책을 보면 상상을 할 수 있듯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의외의 부분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그래서 하게 됐다. 물론 감독이나 예수정씨가 저를 찾아줬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감독, 배우와 만남도 중요하다. 감독의 신선함, 신인 배우와의 만남이 좋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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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69세' 예수정, 기주봉 스틸


예수정은 왜 동인 역으로 기주봉을 생각했을까. 예수정은 "만일 캐스팅이 안 됐으면 '기다려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극중에서 동인이 효정에게 자연스럽게 용기를 준다. 자칫 건조할 수 있는데 칙칙하지 않다. 그러면서 인간미도 풍긴다. 이런 건 연기로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배우 자체에서 나오는 거라고 생각했다. 제가 생각하는 동인과 기주봉 선생님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동인에 대해 "요즘 말로 남자 사람 친구"라며 "동인은 효정에게 중요한 인물이다. 제 삶을 돌아봐도, 상상을 해봐도 그렇다. 사람이 혼자서 용기를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용기를 내게끔 해주는 가까운 인물이 한 두명 있다. 저는 그런 걸 믿는다"라고 했다.

영화의 엔딩은 정해져있지 않다. 그 뒤의 판단은 보는 이들의 몫이다. 이에 대해 임선애 감독은 "준비할 때부터 '노인 세대를 배려해주세요', '노인 세대를 봐주세요'라기 보다 효정과 동인이 서로의 존엄을 깨닫고 결국에 두 사람이 서로에게 영향을 받아서 끝까지 해결해나가는 영화로 봐주길 바랐다. 그래서 결말이 열린 결말로 끝날 수 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예수정은 "극장에 오셔서 제작팀이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관객들이 각자의 몫으로 보물을 찾아가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기주봉은 "사회적인 현상이나 성 공감 뿐만 아니라 남녀노소를 서로 인간으로 존중할 수 있는 메시기자 됐으면 한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한편 '69세는 오는 2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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