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로봇심판)이 시범 운영에 들어간 4일 오후 경기도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LG 트윈스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운영요원이 투구 궤적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한국야구위원회(KBO)는 4일 경기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퓨처스리그(2군) 경기에서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처음 운영했다. 사람이 아닌 이른바 '로봇 심판'이 경기 내내 스트라이크와 볼을 자동으로 구분해 판정한 것이다.
KBO는 심판 판정 정확성 향상 및 공정성 강화를 위해 로봇 심판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일단 10월 7일까지 LG 이천 챔피언스파크와 마산야구장에서 열리는 퓨처스리그 26경기에서 시범 운영을 할 계획이다.
이천챔피언스파크에는 1루와 3루, 그리고 전광판 아래쪽에 3대의 로봇 전용 투구 트래킹을 위한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 이 카메라는 사전에 측정된 마운드와 홈 플레이트, 베이스 등 고정된 그라운드 위치 정보를 토대로 모든 투구를 실시간으로 트래킹한 뒤 주심에게 자동으로 볼-스트라이크 여부를 전달했다.
(위부터) 3루-전광판 아래-1루 쪽에 설치된 로봇 전용 투구 추적 카메라(빨간색 원) 및 경기장 전경. /사진=김우종 기자 |
다만 공이 포수 미트에 들어온 뒤 투구별 판정 결과를 전달하는 데까지 약 2초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양 팀 더그아웃에 있는 선수들은 일단 가만히 있다가 2초 후 주심의 판정이 나온 뒤에야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KBO 관계자는 "이번 시범 운영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을 바탕으로 시스템 운영의 안정성과 정확성 및 딜레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개선 작업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면서 "일단은 안정성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둘 것이다. 딜레이 부분도 최대한 줄여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LG 퓨처스팀 선발로 나선 성재헌(23)은 투구를 마친 뒤 "평소에 하던 것과 조금 달랐다. 좌우 폭이 좁아진 것 같고, 상하 폭이 넓어졌다. 심판께서 그동안 보던 존과 달라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는데, (던지다 보니) 이후 (일정한) 기준이 생긴 것 같다. 스트라이크 존의 일관성에 대한 부분은 적응하고 나니, 기준이 생겨 편했던 것 같다. 계속 적응을 하면 괜찮을 것 같다"고 호평했다.
판정 콜이 다소 늦게 나오는 것에 대해선 "그 부분은 좀 힘들었다. 원래 공이 들어가자마자 콜이 나왔는데, 콜이 나오는 걸 기다릴 때까지 템포를 조절하는 게 힘들었다. 보완을 해야 할 것 같다. 나머지는 적응하면 크게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정은재 주심(오른쪽)이 이어폰을 끼고 볼 판정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스트라이크 존에 대해 정 심판위원은 "전체적으로 애매한 게 10개 미만으로 있었던 것 같다. 이성열의 초구는 많이 벗어났다고 봤는데 스트라이크가 들려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면서 "위아래의 경우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한 뒤 끝에서 떨어지는 경우 볼로 봤는데, 스트라이크로 판정된 게 한두 개 있었다"고 전했다.
로봇 심판은 끝에서 볼이 설사 원바운드로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홈플레이트 상공의 가상 스트라이크 존으로 걸치기만 하더라도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 만약 사람 심판이었다면 거의 원바운드성으로 떨어졌기에, 볼로 판정됐을 가능성이 높은 공들이다.
이어 정 심판위원은 "스트라이크 콜이라는 게 어느 정도 빨라서 긴박감이나 긴장감 있게 나아가야 하는데, 늦게 (콜이) 들어오니 진행하는 입장에서 야구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재미가 떨어지지 않나 생각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규칙상 스트라이크존 및 로봇심판 적용 스트라이크존의 모습(위 오른쪽). 아래 사진은 스트라이크 존 관련 적용 그래픽. /그래픽=KBO 제공 |
이어폰을 꽂은 KBO 정은재 심판위원. /사진=김우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