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심판 직접 체험' 첫 주심 "재미 떨어져", 선수 "일관성 좋다" [★현장]

이천=김우종 기자 / 입력 : 2020.08.05 13:21 / 조회 : 4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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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로봇심판)이 시범 운영에 들어간 4일 오후 경기도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LG 트윈스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운영요원이 투구 궤적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역사적인 로봇 심판 시대가 이제 현실로 다가왔다. 로봇의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처음 체험한 심판과 선수 모두 "새롭다"는 반응이었다. 다만 완벽하게 시스템을 갖추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4일 경기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퓨처스리그(2군) 경기에서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처음 운영했다. 사람이 아닌 이른바 '로봇 심판'이 경기 내내 스트라이크와 볼을 자동으로 구분해 판정한 것이다.

KBO는 심판 판정 정확성 향상 및 공정성 강화를 위해 로봇 심판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일단 10월 7일까지 LG 이천 챔피언스파크와 마산야구장에서 열리는 퓨처스리그 26경기에서 시범 운영을 할 계획이다.

이천챔피언스파크에는 1루와 3루, 그리고 전광판 아래쪽에 3대의 로봇 전용 투구 트래킹을 위한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 이 카메라는 사전에 측정된 마운드와 홈 플레이트, 베이스 등 고정된 그라운드 위치 정보를 토대로 모든 투구를 실시간으로 트래킹한 뒤 주심에게 자동으로 볼-스트라이크 여부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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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부터) 3루-전광판 아래-1루 쪽에 설치된 로봇 전용 투구 추적 카메라(빨간색 원) 및 경기장 전경. /사진=김우종 기자
정은재(34) KBO 심판위원이 자신의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연결한 채 최초로 9이닝 경기에 임했다. 스마트폰에는 투구 위치 추적 결과 산출 및 맞춤 개발된 어플리케이션이 설치돼 있었다. 볼-스트라이크 결과는 운영실을 통해 실시간으로 주심의 이어폰으로 전달됐다.

다만 공이 포수 미트에 들어온 뒤 투구별 판정 결과를 전달하는 데까지 약 2초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양 팀 더그아웃에 있는 선수들은 일단 가만히 있다가 2초 후 주심의 판정이 나온 뒤에야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KBO 관계자는 "이번 시범 운영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을 바탕으로 시스템 운영의 안정성과 정확성 및 딜레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개선 작업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면서 "일단은 안정성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둘 것이다. 딜레이 부분도 최대한 줄여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LG 퓨처스팀 선발로 나선 성재헌(23)은 투구를 마친 뒤 "평소에 하던 것과 조금 달랐다. 좌우 폭이 좁아진 것 같고, 상하 폭이 넓어졌다. 심판께서 그동안 보던 존과 달라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는데, (던지다 보니) 이후 (일정한) 기준이 생긴 것 같다. 스트라이크 존의 일관성에 대한 부분은 적응하고 나니, 기준이 생겨 편했던 것 같다. 계속 적응을 하면 괜찮을 것 같다"고 호평했다.

판정 콜이 다소 늦게 나오는 것에 대해선 "그 부분은 좀 힘들었다. 원래 공이 들어가자마자 콜이 나왔는데, 콜이 나오는 걸 기다릴 때까지 템포를 조절하는 게 힘들었다. 보완을 해야 할 것 같다. 나머지는 적응하면 크게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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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재 주심(오른쪽)이 이어폰을 끼고 볼 판정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기 후 정은재 주심은 "이어폰을 꽂고 판정을 한다는 게 새로운 경험이었다"면서 "(경기 진행을 하는 입장에서) 야구 경기의 맥이 끊기는 것 같아 그런 점은 아쉬웠다"고 입을 열었다.

스트라이크 존에 대해 정 심판위원은 "전체적으로 애매한 게 10개 미만으로 있었던 것 같다. 이성열의 초구는 많이 벗어났다고 봤는데 스트라이크가 들려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면서 "위아래의 경우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한 뒤 끝에서 떨어지는 경우 볼로 봤는데, 스트라이크로 판정된 게 한두 개 있었다"고 전했다.

로봇 심판은 끝에서 볼이 설사 원바운드로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홈플레이트 상공의 가상 스트라이크 존으로 걸치기만 하더라도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 만약 사람 심판이었다면 거의 원바운드성으로 떨어졌기에, 볼로 판정됐을 가능성이 높은 공들이다.

이어 정 심판위원은 "스트라이크 콜이라는 게 어느 정도 빨라서 긴박감이나 긴장감 있게 나아가야 하는데, 늦게 (콜이) 들어오니 진행하는 입장에서 야구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재미가 떨어지지 않나 생각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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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상 스트라이크존 및 로봇심판 적용 스트라이크존의 모습(위 오른쪽). 아래 사진은 스트라이크 존 관련 적용 그래픽. /그래픽=KB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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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을 꽂은 KBO 정은재 심판위원. /사진=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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