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찬 감독이 밝힌 #다만악#레이#박정민#유이#인남 [★FULL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0.08.05 11:00 / 조회 : 3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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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홍원찬 감독/사진=김창현 기자


홍원찬 감독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로 관객과 만난다. '추격자' '황해' '작전' 등의 시나리오를 썼던 그는 감독 데뷔작인 '오피스'가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영화계 주목을 받았다. 홍원찬 감독은 10여년 전, 제작자의 의뢰로 썼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이번에는 연출 제안을 받았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과 협업 끝에 마침내 8월5일 영화를 세상에 선보인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국가에서 버림받고 킬러로 살아가던 인남이 마지막 살인 청부 의뢰를 마친 뒤 옛 연인이 자신의 딸을 낳았고 그 딸이 납치됐다는 소식을 듣자 찾아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런 인남의 뒤를, 인남에게 형을 잃은 인간백정 레이가 쫓으면서 벌어지는 하드보일드 액션영화다. 홍원찬 감독에게 영화에 대해 물었다. 이 인터뷰는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합니다.

-인남을 맡은 황정민, 레이를 맡은 이정재의 눈이 아주 좋다. 황정민은 처음에는 시체 같았던 눈이, 마지막에는 살고 싶은 눈으로 바뀐다. 또 그런 황정민의 눈과 광기에 번들거리는 이정재의 눈이 계속 충돌한다. 액션 못지않게 눈들의 충돌이 눈에 띄는데.

▶시나리오에 눈은 묘사가 없는 부분이다. 배우들을 관찰하면서 포착한 결과물이기도 하고. 그건 황정민 이정재여서 가능한 것들이기도 하다. 두 배우가 대사로 피 튀기는 건 다른 영화에서 했고, 다른 걸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황정민과 이정재가 복도에서 처음 만났을 때 일부러 대사를 없앴다. 현장에선 그래도 둘이 만나면 대사 한 마디 정도 하고 부딪혀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그렇지만 두 배우의 그 표정과 그 눈빛이면 서로 '너구나'라고 하는 걸 관객들이 알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래서 그런 대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게 더 임팩트 있고, 이 영화는 이런 거야,라고 보여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오프닝에 청부 살인을 한 뒤 시체를 보고 있는 인남의 눈과 마지막 장면에서 딸을 쳐다보는 눈은 수미쌍관이다. 피폐해진 인물을 눈으로 보여주고, 마지막에 살고 싶어하는 눈을 보여주고 싶었다. 황정민이란 배우라서 할 수 있었다. 좋아하는 장면 중에 인남이 태국에서 부동산 사기꾼을 자동차에서 처리하는 게 있다. 아이가 이미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때 인남의 눈에 햇볕이 떨어지는 데 눈이 마치 늑대처럼 변한다. 아무런 설명도 필요없이 감정을 다 보여준다. 인남의 눈에 햇볕이 떨어지는 순간은 홍경표 촬영감독님이 각도를 계산해서 찍은 것이다. 황정민과 홍경표, 두 분이 있어서 가능했던 장면이다.


-시나리오에는 있었던 대사들이 많아 사라졌고, 그 탓에 설명은 줄었지만 그 덕에 이미지들이 훨씬 강렬해졌는데.

▶그런 의도가 있었다. 찍으면서도 계속 대사를 없앴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대사를 쳐냈다. 대사 없이 과감하게 가보자고 마음 먹었다. 너무 많은 설명으로 감정을 굳이 가이드하지 않아도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다. 마지막에 인남이 딸을 쳐다보는 장면에서도 딸이 한마디를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지만 지금 선택이 이 영화에 맞고 그걸 감독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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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


-한국과 일본, 태국의 빛들이 다 다르고 무척 좋은데. 한국 인천의 노을 장면은 CG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고, 일본은 회색에 가깝고, 태국은 빛의 현란함과 처연함, 따뜻함이 신마다 다 다른데.

▶복이다. 홍경표 촬영감독님과 같이 할 수 있었던 게. 인천 노을 장면은 찍으면서도 이거 CG라고 하는 거 아니냐고 했었다. 인천에 답사 갔을 때 그 노을을 발견했다. 홍 촬영감독님이 이걸 담고 싶다며 횟차를 빼달라고 했다. 하루에 30분 정도 밖에 안되는 짧은 시간 밖에 그 노을을 볼 수 없어서 3회차를 뺐다. 영화에는 잠깐 등장하지만 그 장면을 위해 스태프들이 그 노을이 보일 때까지 계속 현장에서 대기했다.

도시마다 빛의 콘셉트를 명확히 했다. 미세한 빛의 변화를 담고 싶었는데, 그걸 담을 수 있었던 건 홍 촬영감독님 덕분이다. 일본에선 의도치 않게 촬영 중에 계속 비가 왔었다. 그래서 아예 인남의 감정에 이 비를 맞춰보자고 마음 먹었다.

태국은 시나리오에는 밤으로 되어 있던 장면들을 낮으로 많이 바꿔서 찍었다. 최대한 빛을 담아보자고 생각했다.

-인남과 레이, 그리고 박정민이 맡은 유이, 각 캐릭터들의 등장이 임팩트가 있고 다 콘셉트가 다른데. 각 캐릭터들의 이름은 어떻게 지었나. 레이, 유이는 일본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에서 참고했나.

▶일단 인남은 처음 시나리오 쓸 때부터 그런 이름이었다. 강하고 외로운 듯한 이름. '에반게리온'을 좋아하지만 레이와 유이를 거기에서 참고한 건 아니다. 레이는 일본 이름 중에서 남성도 쓰고 여성도 쓰는 그런 모호하고 또 날카로운 느낌이길 바래서 그렇게 지었다. 유이도 남성도 쓰고 여성도 쓰는 그런 이름이길 바래서 그렇게 지었다.

세 캐릭터들의 등장은 무조건 임팩트가 있길 바랐다. 인남은 어둠에서 튀어나온다. 불이 꺼진 뒤 나타나 뒤에서 목을 조른다. 어둠에서 튀어나오고 그의 살인 패턴을 보여주고 싶었다.

레이는 형의 장례식에서 처음 등장한다. 인남이 여자의 시체를 보는 장면에서 보이스오버로 레이가 형의 장례식을 찾는 장면으로 연결된다. 죽음을 대면한 인남과 역시 죽음을 대면한 레이를 겹쳐서 비교하고 싶었다. 레이는 야쿠자 장례식이라 다른 야쿠자들은 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는데 혼자 튀는 복장을 입으면 강렬하게 대비가 되면서 이 캐릭터를 설명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유이는 인남과 레이라는 강한 캐릭터들이 서스펜스를 계속 끌고 오니깐 관객이 지치지 않도록 러닝타임이 한 시간 정도 지난 뒤 긴장감을 누그러뜨리면서 전환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등장하길 바랐다. 유이의 캐릭터를 보여주면서. 관객들이 '어, 이건 뭐지' 이렇게 생각하면서.

-레이가 찾는 형의 장례식은, '신세계' 장례식장의 오마주인가.

▶그렇진 않다. '신세계'에서도 장례식장이 중요한 곳이긴 하지만 그걸 염두하진 않았다. 이 영화에 필요한 장소이고 장면이라 썼다. 레이를 다른 야쿠자들과 비교하고, 또 인남과 레이가 죽음을 마주하고 그 뒤로 어떻게 행동하느냐를 보여주기 위해서 썼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

-레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극적인 장면들에서 계속 마시는 건 이정재의 아이디어인가, 감독의 디렉션인가.

▶이정재의 아이디어다. 이정재에게 레이가 사람을 죽이는 건 그냥 일상적인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라고 주문했다. 그냥 일상적으로 가방 메고 출근하는 느낌. 그랬더니 이정재가 직장인들이 출근할 때 가방 메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가기 마련이니 그렇게 해보자고 하더라. 찍고 보니 참 좋았다. 그래서 태국에서도 날이 덥기도 하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있는 게 레이와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계속 활용했다.

-인남과 레이가 사용하는 칼도 콘셉트가 있었나.

▶있었다. 인남은 원래 칼을 사용하는 청부업자가 아니니 특별한 건 없었지만 레이는 명확히 있었다. 가방에서 툭 꺼냈는데 그게 칼들이면 인상 깊으리라 생각했다. 일일이 주문해서 만들었다. 특히 레이가 허리 뒤에 늘 갖고 다니는 칼은 잘 보지 않으면 잘 모를 만한 크기이길 바랐다. 처음 레이가 태국 불량배들과 싸울 때 등장하는 칼. 찌르는 데 주효한. 레이라는 캐릭터의 성격이자 액션과도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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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


-인남과 레이가 태국의 낡은 건물 복도에서 처음 대결하는 장면은 액션도 액션이지만 동선 활용이 매우 좋은데. 롱테이크로 이어지면서 밖으로 빠져나가는 게 카메라 무빙도 쉽지 않았을텐데.

▶그 복도는 10여년 전쯤 처음 이 시나리오를 썼을 때 태국 답사 가서 봤던 모텔이었다. 50년 정도 된 건물인데 그 공간이 특이하고 아주 인상 깊었다. 동선이 아주 특이했다. 그래서 다시 연출을 맡기로 한 뒤 그 건물이 그대로 있는지 문의했는데 그대로 있더라. 좁은 복도와 붙어 있는 방, 그리고 방문의 창에 붙어있는 쇠창살, 그리고 그 방에서 외부창에 붙어있는 쇠창살 등이 다 실제로 있는 것들이다. 이건문 무술감독과 홍경표 촬영감독 등과 그 건물을 답사하고 그 동선을 고려해서 액션을 구상했다.

좁은 복도에서 액션을 찍는 게 무척 어렵다. 배우들은 배우대로 복도가 좁다보니 벽에 몸이 부딪히기도 하고, 카메라 위치도 쉽지 않다. 그런데 그걸 많은 분들의 노련함으로 잘 해낼 수 있었다.

실제 복도와 방을 이용해서 찍되 미술팀이 촬영 콘셉트에 맞춰 다시 소품을 배치했다. 문도 안에서 여는 문이었는데, 액션 콘셉트에 맞춰서 밖에서 여는 걸로 바꿔 달았다. 인남과 레이가 쇠창살을 사이에 놓고 마주보는 장면도, 원래 그 쇠창살이 있는 걸 참고해서 두 배우의 눈빛이 부딪히는 충돌을 담고 싶었다.

-인남이 외부창에 있는 쇠창살을 부수고 뛰어 나와 난간으로 달리는 장면은 마치 카메라가 같이 뛰어나간 듯 한데. 세트도 아니고 와이어를 달아서 하기도 쉽지 않았을텐데.

▶그 장면은 인남이 창문 창살을 부수고 나갈 때까지는 롱테이크다. 카메라가 롱테이크로 인남을 두 번, 레이를 두 번 보여주고 인남이 창살을 부수는 장면까지 이어진다. 인남이 창문으로 뛰어나가는 장면은 실제 그 건물 난간에서 찍었다. 카메라가 마치 인남 뒤에서 같이 뛰어나가는 것처럼 보이도록 창문에 최대한 매달리면서 찍었다. 앞의 롱테이크와 그 장면이 바로 붙어있다보니 마치 그 장면까지 하나의 롱테이크처럼 보인다.

그 이후 인남이 건물 아래로 내려와서 걷는데, 마치 도로를 전부 통제하고 찍은 것 같지만 사실 잘 보면 인도 바깥쪽 한 차선만 썼다. 그곳이 방콕 차이나타운인데 무척 혼잡한 곳이다. 그래서 도로를 막을 수도 없었고 그런 것들을 고려하고 협조를 구하면서 동선을 계산해서 찍었다.

-인남과 레이, 태국 경찰들이 맞붙는 액션 시퀀스도 동선 활용이 좋은데.

▶총격 장면과 폭파 장면이 있어서 로케이션부터 어려웠다. 공포탄을 쏘는 만큼 총격신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많지 않았다. 그러다가 사람이 실제로 살고 있지만 비어 있기도 한 장소를 찾았다. 그곳에선 전체를 활용해서 찍을 수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 장소의 전체 맵을 놓고 액션 동선을 구상했다. 아이가 차에 태워져 끌려가고 그걸 인남이 쫓고, 그런 인남을 레이가 막고, 다시 태국 경찰이 오는 이 동선을 일일이 계산했다.

사실 그 액션 시퀀스는 찍은 장면들이 더 있다. 레이가 차를 하나 더 뒤집어버리는 등 레이 액션이 더 있었다. 그런데 그 시퀀스는 인남과 레이, 태국경찰 등 세 무리가 균형감 있게 부딪히는 게 중요했다. 레이의 액션 장면들을 더 넣으면 어느 한쪽 액션으로 치우칠 것 같았다. 그래서 아깝지만 찍은 장면들을 다 쓰지 않았다. 인남과 레이의 두 번째 충돌인 만큼 액션 사이즈를 키우는 것도 중요했지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는 것도 중요해서 그런 선택을 했다.

-차가 충돌해 인남이 트렁크와 같이 돌아가는 장면은 어떻게 찍었나. 그 장치는 한국에서 공수해갔나.

▶차를 돌리는 장치를 '통돌이'라고 부르는데 태국에서 구했다. 차를 통돌이에 세팅하고 배우는 와이어를 달고 찍었다. 할리우드 영화를 태국에서도 많이 찍다보니 그런 장비와 준비들이 잘 돼 있다. 다만 구현하는 건 한국 스태프들이고, 한국 스태프들은 안 되는 걸 되게 하는 능력자들이다. 현지에서 어려움이 있으면 설득하고 상의하고 협조를 구해서 결국은 해냈다. 좋은 스태프와 같이 일한 건 정말 큰 복이다.

-초반 황정민 엘리베이터 액션 장면은 '신세계' 엘리베이터 액션 장면과 아무래도 비교가 될텐데. '신세계' 엘리베이터 액션 장면이 부감인 반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엘리베이터 액션 장면이 로우 앵글인 건 차별화를 위한 것인가.

▶엘리베이터 액션 장면은 특별히 '신세계'를 의식하지는 않았다. 좁은 공간에서 영주(최희서)가 피하지 못하고 바로 코 앞에서 인남의 본 모습을 목격하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

-회상 장면에서 영주가 접시 깨지는 소리에 놀라는 건, 현장 디렉션인가?

▶접시 깨지는 소리에서 놀라도록 하는 건 시나리오 단계부터 의도한 장면이다. 이전까지 무음으로 춘성(송영창)의 내레이션만 들리다가 접시 깨지는 소리와 함께 확 현실의 사운드가 밀려오도록 의도했다.

-영주의 동전 마술과 인남의 동전 마술은 반복이지만 다르다. 여느 영화라면 똑같은 반복을 사용했을 법한데.

▶너무 똑같이 하는 것보단 동전 마술을 해 준다 정도로 설정했다. 자칫하면 작위적으로 보일까봐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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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홍원찬 감독/사진=김창현 기자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아역이 처한 상황으로 인한 긴장과 서스펜스가 있다. 이런 장르에서 흔히 있는. 그런데 아역을 더 위기로 몰아넣어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더 서스펜스를 줄 수 있지만 그런 선택은 하지 않았는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어둠의 아이들'처럼 태국 방콕의 어두운 부분, 특히 성적인 악을 그릴 수도 있었지만 그걸 배제하고 장기 밀매로만 국한 시켰는데.

▶사실 지금 영화에 포함돼 있는 부분도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장르의 성격상 여성과 아이가 목적성을 갖고 안 쓰일 수는 없지만 최대한 덜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노골적으로 도구화해선 안된다고 처음부터 이야기했고 최대한 그렇게 보이지 않도록 고민했다. '어둠의 아이들'은 소아 성매매 관련 내용들이 담겨 있지만 그런 건 의도적으로 피하려 했다.

좀 더 보여주자는 의견도 없진 않았다. 마지막에 유이가 아이를 데리고 갈 때 아이가 더 울어서 감정을 더 끌어올려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많았다. 실제로 그렇게도 찍었지만 우리 영화와는 안 맞는다고 생각해서 그 장면은 안 썼다. 그건 연출가가 책임져야 할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영화에는 주인공 조력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흔히 웃기는 남성이나 사연 있는 미녀를 조력자 캐릭터로 만들기 마련인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선 그런 조력자 역할을 트랜스젠더인 유이라는 캐릭터로 했는데. 왜 그런 설정을 택했나.

▶이런 장르물에는 해야 할 역할이 있고, 조력자가 분명 필요하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전형적인 서사다. 이 전형적인 서사 안에서 기존과 다르도록 변주하려는 노력과 고민을 계속 했다. 유이라는 캐릭터도 그런 고민 속에서 나왔다. 태국에서 등장할 수 있는 캐릭터가 어떤 게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다가 한국에서 수술을 하러 갔다가 수술도 못 하고 현지에서 눌러앉은 인물. 그러면서도 인남과 전혀 안 어울리는. 그런 고민에서 탄생했다.

-유이는 극적인 캐릭터일 수 있는데 박정민은 극적이지 않게 연기했다. 그게 이 영화 속에 적합했고 잘 기능했는데. 또 박정민의 바지 라인과 배꼽티로 보이는 뱃살은 상당히 회자될 듯 한데.

▶전작을 같이 하면서 느꼈지만 박정민은 아주 똑똑한 배우다. 유이를 과장되지 않게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런 캐릭터가 나오면 오버해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기 마련인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일 끝나면 평범하게 지낸다. 박정민은 그런 부분을 잘 캐치한 것 같다. 화장도 진하게 하지 않았다. 그렇게 리얼하게 연기하면서 영화에 긴장감을 줄이는 역할을 잘 수행했다.

약간 튀어나온 박정민의 뱃살은 배우에겐 미안하지만 너무 귀엽고 좋았다. 관객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바지를 입고 드러나는 라인은 너무 예뻐서 나도 놀랐다.

-모그 음악감독이 음악을 맡았는데. 음악이 쉼 없이 깔리고 장르적이기도 하지만 감정을 앞서지 않고 받치듯이 올리는데.

▶우선 모그 음악감독님에게 장르적으로 명확한 음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부탁드렸다. '오피스' 때는 절대 음악이 감정에 앞서 나가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반대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음악이 감정에 앞서가도 좋고 끌고 가도 좋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부탁했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음악을 붙이니 장르적인 건 좋은데 너무 앞서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모그 감독님에게 다시 너무 앞서가지 말고 분위기를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부탁드렸다. 정말 마지막까지 작업해주셨다. 모그 감독님이 이렇게 음악을 많이 만진 건 처음이라고 하시더라.

-음악 못지 않게 음향도 좋았다. 다만 음향이 감정적인 괴로움을 더한 부분 때문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 처음에는 나왔다던데. 1분 가량 편집해서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이 나왔는데. 직접적인 묘사를 편집하기보다는 음향을 덜어냈다던데.

▶애초에 이 영화는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목표로 한 영화다. 직접적인 하드고어한 장면은 처음부터 찍지 않았다. 그런데 처음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 나와서 생각보다 더 사실적으로 받아들인 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주위에 어떤 게 잔인하냐고 많이 문의했다. 음향이 주는 효과가 크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뭔가를 드러내기보다는 자칫 혐오스러울 수 있는 장면은 템포가 빠르게 편집하고, 피 튀기는 장면들은 CG로 지우고, 음향 톤을 낮췄다. 그렇기에 별도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버전 영화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차기작은.

▶사극을 할 것 같다. 액션이 담겨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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