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SPC '계열사 부당 지원'..역대 최대 과징금·총수 고발

김혜림 기자 / 입력 : 2020.07.29 16:02 / 조회 : 465
  • 글자크기조절
image
/사진=뉴시스
파리바게뜨·배스킨라빈스 등으로 유명한 SPC가 계열사를 동원해 총수일가 소유 회사를 부당지원한 사실이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PC 계열사가 SPC삼립에 부당지원한 사실을 적발해 과징금 총 647억원을 부과하고 허영인 회장과 경영진, 법인을 고발한다고 29일 밝혔다.

계열사별 과징금은 SPC삼립 291억4400만원, 파리크라상 252억3700만원, 에스피엘 76억4700만원, 샤니 15억6700만원, 비알코리아 11억500만원이다. 공정위가 그동안 부당 지원 행위에 부과한 과징금 중 최대다.

공정위에 따르면 SPC는 총수일가 지배력 유지, 경영권 승계를 위해 7년 동안 총 414억원의 부당이득을 총수일가 회사에 몰아줬다.

파리크라상·에스피엘·비알코리아 등 제빵 계열사 3곳은 밀다원·에그팜·그릭슈바인·호남샤니·설목장·에스데어리푸드·호진지리산보천·샌드팜 등 생산 계열사 8곳으로부터 밀가루 등 제빵 원재료와 생수 등 완제품을 구매하는 단계 중간에 SPC삼립을 끼워 넣었다.


SPC삼립은 허 회장과 두 아들인 허진수,허희수, 그룹 지주회사 격인 파리크라상 등 총수 측 지분이 총 79.6%인 회사다.

정진욱 국장은 "제빵 계열사는 그룹 차원의 지시에 따라 중간 유통업체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 SPC삼립의 원재료와 완제품을 구매해야 했다"면서 "이를 통해 제빵 계열사는 연평균 210개의 제품을 SPC삼립으로부터 사들이며 9%의 마진율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밀가루는 비계열사 제품이 더 저렴한데도 제빵 계열사는 사용량의 97%(2017년 기준)를 SPC삼립에서 구매했다. 같은 해 파리크라상은 740원·8307원에 살 수 있었던 강력분·난황을 779원·8899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정국장은 “이런 장기간의 통행세 거래로 SPC삼립은 매출액·영업이익이 늘어나고 주가가 상승했지만, 제빵 계열사가 파는 제품 가격은 올라 소비자 후생이 크게 저하됐다”고 말했다.

특히 샤니는 판매망을 SPC삼립에 넘긴 이후에도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를 낮추기 위해 0.5% 내외의 낮은 영업이익률로 삼립에 양산빵을 제공했다.

정국장은 “삼립은 양산빵 시장 73%를 점유하는 1위 사업자가 됐지만, 샤니는 낮은 영업이익률로 삼립에 양산빵을 공급하는 제조공장 역할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SPC그룹 주요 계열사가 지난 2011부터 2018년까지 SPC삼립에 제공한 이익 규모는 총 41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2011년 6290억원이었던 SPC삼립의 매출액은 2017년 1조101억원으로, 이 기간 영업익은 90억원에서 287억원으로 증가했다. 2011년 초 1만원대였던 주가는 2015년 중순 41만원대까지 상승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SPC삼립을 조직적으로 지원한 것은 허영인 회장 자녀의 파리크라상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SPC그룹은 허영인 회장 자녀가 보유한 SPC삼립 주식을 파리크라상에 현물 출자하거나, 파리크라상 주식과 교환해 지분율을 높였다.

정국장은 "SPC그룹은 사실상 지주사 격인 파리크라상을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파리크라상은 총수 일가 지분율이 100%인데, 허영인 회장 자녀 지분율은 허진수씨 20.2%, 허희수씨 12.7%에 불과하다"면서 "그룹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를 위해 허영인 회장 자녀의 파리크라상 지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영인 회장은 본인이 주관하는 주간 경영 회의에서 '통행세 발각을 피하고자 SPC삼립의 표면적 역할을 만들라'고 지시하는 등 SPC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법 위반 행위를 저지르고 은폐·조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SPC그룹은 "샤니 판매망 및 밀다원 지분 양도는 외부 기관에 의뢰해 적법 여부를 판단한 뒤 객관적으로 시행했고, 계열사 간 거래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직 계열화 전략"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SPC삼립은 총수 일가 지분율이 낮고, 주식 시장에 상장한 회사로 승계 수단이 될 수 없다"면서 "그룹 총수가 의사결정에 관여한 바 없다고 충분히 소명했으나 과도한 처분이 이뤄져 안타깝다. 향후 의결서를 받으면 면밀히 검토해 대응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