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나, 속삭이는 무용]그림속 검무춤사위

채준 기자 / 입력 : 2020.07.28 14:28 / 조회 :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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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무의 효시가 된 황창랑(黃昌郞)의 고사에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있다.

시간적 배경은 신라와 백제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었던 시기였다.

칼춤을 잘 추기로 유명한 신라의 한 소년이 있었는데, 이름은 황창랑이며 검술의 천재성을 가진 그 소년은 나이 7살 때 신라왕을 위해 계획적으로 백제에 들어가 칼춤을 추었다. 그의 칼춤 실력이 백제왕까지 들리게 되었고 궁중에 불러들여 칼춤을 추게 되었다.

이 기회를 타 춤을 추는 도중에 백제왕을 찔러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자신도 죽임을 당했으며 신라인들이 이를 애통하게 여겨 그 얼굴 모양으로 만든 탈을 쓰고 칼춤을 추었다는 이야기다. 이 설화에 기인한 검무가 지금의 진주검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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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이 보유하고 있는 신윤복의 쌍검대무 /사진제공=간송미술관 홈페이지 캡쳐


이 진주검무의 춤사위를 표현한 시로 다산 정약용의 ‘무검편증미인’이 있다면 그림으로 대표적인 작품은 신윤복의 ‘쌍검대무’를 떠올리게 된다. 그림 속의 등장인물들을 살펴보자면 두 명의 무희가 한 손에 각각 하나씩 칼 쌍검을 들고 삼현육각(피리2. 대금1. 해금1. 장고1. 북1)의 악기 편성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다.

좌측 상반에는 양반의 옷차림의 남자들과 긴 담뱃대를 물고 있는 기녀의 모습이 보인다. 이처럼 검무를 추고 있는 2명의 무녀와 하단에는 삼현육각의 악기를 연주 중인 악사들의 모습으로 보아 궁중에서 추었던 정재무로 알고 있는 검기무가 사대부 집안의 잔치나 마을의 큰 행사가 있으면 그곳에서 추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재무가 궁중 이외의 연회석에서 추어져 왔다는 것을 가장 잘 알려준 신윤복의 쌍검대무에서는 두 무녀는 동적인 동작과 무복에서 자율적인 표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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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이 보유하고 있는 신윤복 쌍검대무의 일부분 /사진제공=간송미술관홈페이지캡쳐


그림 속 두 무녀의 살펴보면 치맛자락이 묶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긴 치마의 발 걸림을 방지하는 동시에 하체인 발동작의 움직임을 조금 더 활동적으로 표현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볼 수 있다.

활동적인 동작으로 무복의 날림과 칼의 위치로 동작을 유추해볼 수 있는 두 무녀의 춤사위는 연풍대로 보여 진다. 풍대는 춤사위의 명칭의 하나로 허리를 앞으로 숙였다가 뒤로 젖히면서 돌아가는 360도 회전하는 동작이다.

우선 우측 무녀의 동작을 보면 허리를 숙이면서 한 손의 칼을 겨드랑이 사이에 넣고 나머지 다른 한칼을 휘두르기 직전의 동작으로 연풍대의 외칼사위로 생각된다. 또한 돌아가는 방향이 왼쪽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좌측 무녀 또한 유추할 수 있는 동작으로 우측무녀의 동작과 연결시킬 수 있다. 우측 무녀가 지금 그림에서 동작을 그려보면 오른쪽 칼을 휘두른 후 몸을 뒤로 젖히며 양팔을 들어 올린 후 내려지는 동작이 좌측무녀의 동작으로 연결할 수 있다.

좌측무녀의 치맛자락은 한 번의 연풍대가 끝나고 정리되는 동작으로 바로 다시 연풍대를 연결해서 시작할 수 있다. 연풍대는 360도 회전하는 동작인 만큼 검무에서 기교를 발휘할 수 있는 사위이자 가장 동적으로 크게 움직이는 사위이다.

연풍대를 비유한 한국 속담이 있는데 “부시통에서 연풍대 하겠다.”라는 말로 좁은 부시통 안에서 큰 동작의 연풍대라도 추겠다는 뜻으로 사람의 생각이 좁아서 앞일을 짐작하여 가늠하거나 미루어 헤아리지 못하는 경우를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다. 그만큼 연풍대가 큰 동작임을 알 수 있다.

검무 춤사위의 모습들을 또 하나의 그림들을 통해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옛 그림인 김홍도의 <평양감사향연도>중 <부벽루 연희도>는 새로 부임한 평안도 관찰사를 환영하는 잔치의 장면인데 이 연회장면에서도 검무를 찾아볼 수 있다.

이 그림을 확대해서 보면 의례儀禮와 악樂 가歌 무舞 가 화려하게 펼쳐지고 있고 궁중무로는 검무 이외의 처용무, 고무, 포구락, 헌반도를 추는 모습이 보인다.

이들 중 검무의 춤사위를 살펴보자면 위엄사위로 보인다. 이 동작은 싸움에서의 상대의 심리적 위압감을 주기 위한 위엄이 돋보이는 동작이라 해서 명칭도 위엄사위라 붙였다. 머리 위로 높이 들었던 팔은 허리 높이에서 앞으로 뻗고, 앞으로 뻗었던 팔은 머리 위로 높이 들어 팔을 바꾸어가며 위엄 있게 나아가는 모습이다.

그림에서 좀 더 동적이고 공격적인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현재에 무대에서 사용되고 있는 짧은 형태의 칼이 아닌 장칼을 사용함에 있어 동작에 있어서도 분명 차이가 있다는 것을 추론해 볼 수 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옛것에 대한 원형을 제대로 알기는 어려우나 그 시대의 풍속이나 행사를 그려놓은 그림과 글을 통해 현대인들은 춤에 대해 논하고 예측하며 추출 해내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의 전통춤들이 전승되고 보존되어 왔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으로 그리고 옛 그림을 통해 춤사위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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