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구장 그물망을 지탱해주는 와이어. /사진=김우종 기자 |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LG전. 5회초 한화 선두타자 임종찬(19)이 타석에 들어설 차례였다. 그런데 임종찬이 갑자기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이어 한화 의무 트레이너가 임종찬에게 다가 와 왼쪽 팔 상태를 살폈다. 임종찬이 소매를 걷자 긁힌 팔꿈치 안쪽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대기타석 뒤쪽 그물망을 지탱하는 와이어 구조물에 긁힌 것이다.
임종찬의 왼쪽 팔꿈치에서 피가 나고 있다. /사진=KBS N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
뜻하지 않은 부상이었다. 임종찬은 급한 대로 반창고를 붙인 뒤 타석으로 들어섰다. 의도치 않게 타석에 늦게 들어선 임종찬은 주심과 포수 쪽이 있는 곳을 향해 고개 숙인 뒤 LG 투수 임찬규(28)에게도 인사를 했다. 본인이 잘못한 것도 아니었지만, 뒤늦게 타석에 들어선 것에 대한 사과의 표시였다.
경기를 중계하던 장성호 KBS N스포츠 해설위원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거에 선수가 부상을 당할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 "선수들이 플레이를 하다가 경기서 부상을 입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렇게 구장 구조물 때문에 부상을 입으면 어디다 하소연을 할 데도 없다. 굉장히 문제인 것 같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지난 시즌에도 경기장에서 잘못 관리된 구조물로 선수가 크게 다친 적이 있었다. 지난해 6월 25일 사직 KT-롯데전에서 강백호가 파울 지역 펜스 근처에서 공을 잡으려다가 글러브를 끼지 않은 손바닥을 크게 다친 것이다. 당시에도 그물망을 연결하는 철제 구조물의 날카롭게 돌출된 부분에 강백호의 근육이 찢어지면서 수술까지 받았다.
잠실구장 관리본부는 임종찬이 찰과상을 입은 뒤 이닝을 마치자마자 일단 곧바로 보수 작업을 마쳤다. 최근 KBO 리그는 메이저리그 시설이 부럽지 않은 최신식 구장들이 많이 들어섰다. 하지만 1982년 개장한 잠실구장은 시설이 상대적으로 노후화돼 있는 게 사실이다. 또 LG와 두산이 72경기씩 총 144경기를 소화해 그라운드가 쉴 틈이 없다.
이날 홈 경기를 맡았던 LG 구단의 관계자는 "이닝이 끝난 뒤 곧바로 보수 작업을 했으며, 클리닝 타임 때 한 번 더 상태를 점검했다. 날이 밝은 뒤 18일에는 잠실구장 그물망 상태에 대해 전체적으로 안전 점검을 할 것이며, 사고 예방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잠실구장 전경. /사진=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