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라고 스크린싹쓸이가 상식일까..'반도' 개봉에 부쳐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0.07.14 10:57 / 조회 : 2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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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 스틸.


코로나 사태인 만큼, 버릴 영화는 버리고 살만한 영화만 살려야 하는 것일까? 그게 상식인 것일까? 살려는 발버둥을 모르는 바가 아니요, 그게 상식일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안타깝다.

적어도 '반도'는 그게 상식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영화다. '반도'는 천만 관객을 동원한 '부산행'의 후속작이다. '부산행' 이후 4년이 흘러 폐허가 된 땅에 돌아오는 사람들과 그곳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부산행'보다 더 많은 제작비로, 더 큰 규모의 액션을 그렸다. 볼거리도 볼거리지만, '반도'는 연상호 감독의 메시지가 뚜렷하다.

나와, 내 가족이 살아남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버려야 할 사람은 버려야 한다는 상식. 그 상식이 과연 옳은 것인지 묻는다. '반도'는 이 질문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잇는다. 좀비보다 더 무서운 게 바로 그런 상식이 아닐지 되묻는다. 연상호 감독은 '돼지의 왕' '사이비' '염력' 등 전작들에서, 사람들이 믿는 상식에 균열을 내려 했다. '반도'에서도 그 질문은 여전하다.

그런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15일 개봉하면서 극장 전체를 도배하는 건, 아이러니다.

연상호 감독의 탓도 아니요, 배급사의 잘못도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최악의 상황을 맞은 극장들이 '반도'로 스크린과 상영횟차를 가득 채우려 하고 있다. 이미 '반도' 개봉 3주 전부터 예매가 시작돼 개봉 2주 전에 약 600개 스크린에서 예매 오픈이 됐다. 개봉을 하루 앞둔 14일, 80% 넘는 예매율 때문인지, 이번 주 각 극장들의 스크린 대부분과 상영횟차가 '반도'로 벌써부터 도배됐다. 살려는 발버둥이지만 이게 상식일지 의문이다.

코로나 사태가 아니더라도 대작이 개봉하면 늘 반복돼왔던 풍경이다. 반복된다고 상식은 아니다. 이런 현상이 상식처럼 여겨지게 만드는 게 문제다. 마블 영화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만 스크린독과점 논란이 엄정해서도 안 될 일이요, 한국영화 대작에만 관대해서도 안 될 일이다.

오히려 코로나 사태 초창기에는, 극장에서 일명 '코로나 질서'가 유지됐다. 개봉작이 줄어들고, 관객도 줄어드니, 극장들은 상영작 대부분에 고른 스크린과 상영횟차를 배정했다. 어차피 관객이 없으니 가능했던 일이기도 했다.

그런 코로나 질서는 개봉작들이 늘어나면서 다시 무너지기 시작했다. 예매 오픈부터 살 영화와 죽을 영화를 구별하기 시작했다.

'소리꾼' 조정래 감독은 이런 현실을 개탄했다. 그는 SNS에 "도대체 왜 이렇게 예매 오픈과 극장 관람회차가 차별적인지, 충격적인 데이터를 보고 아연실색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소리꾼'은 개봉 5일 전에 배급사가 각 지점별로 전화해서 요청해도 60여개 극장에 일부 시간에만 예매가 오픈된 반면 '반도'는 개봉 2주전에 600여개 스크린에서 예매 오픈이 됐다고 호소했다. 예매율이 높아야 더 많은 스크린과 상영횟차를 배정받는데, 예매 오픈부터 차별이 있으니 처음부터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조정래 감독은 스크린수와 상영횟차에서도 '침입자'(순제작비 42억, 스크린 1200개, 상영횟수 4500, 좌석수 80만), '결백'(순제작비 36억, 스크린 940개, 상영횟수 3100, 좌석수 60만)에 비해 '소리꾼'은 (순제작비 57억, 550개 스크린, 상영횟수 1600, 좌석수 22만)에 불과했다고 호소했다. '#살아있다'(스크린 1800개, 상영횟차 9200, 좌석수 160만)와 비교하면 더욱 차별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영화에 대한 관심이 다르기에, 차이는 분명히 있어야 한다. 차별과 차이는 다르다. 하지만 차이에 따른 혜택이 극심하면 차별이다. 지금 한국 극장가는 다시 차별로 돌아가고 있다.

'반도'가 개봉하면서 스크린 싹쓸이 현상이 되풀이 될 것이다. 개봉작이 적고, 코로나 사태로 극장이 위기를 호소한다고 하더라도, 스크린 싹쓸이가 상식이 되는 건 안타깝다.

CGV든, 롯데시네마든, 메가박스든, 각 멀티플렉스들과 개별 극장들이 코로나 사태로 문 닫기 일보 직전인 것도 분명하다. 그럼에도 코로나 사태로 배운 게 있다면 같이 사는 방법일 터다.

예술이란 공감이다. 대중예술인 영화는, 다양한 공감을 얻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극장이 살아야 영화계가 산다는 호소는, 극장만 살아남아야 한다는 호소는 아닐 터다.

코로나 사태 이후 강한 자만 살아남는다는 게 상식이 돼버린다면, '반도'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과 정반대의 세상일 테다.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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