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는 자도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김수인의 쏙쏙골프]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 입력 : 2020.07.13 07:00 / 조회 : 9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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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이는 중국 춘추시대 사상가인 공자(B.C. 551~479)가 하신 말씀인데, 원래 문장은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고, 즐기는 자는 미친 자를 이길 수 없다”입니다. 근데 너무 기니까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줄여서, 특히 스포츠 분야의 전문가들이나 지도자들이 종종 인용을 해 널리 알려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지난달 22일 막을 내린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에서 팀 창단 17년 만에 우승을 이끈 김해고 박무승 감독이 인터뷰에서 ‘공자 말씀’을 언급해 다시 주목을 끌었습니다.

골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많죠. 2015년 데뷔해 우승은 한 번, 준우승은 9번을 해 ‘준우승 단골’이란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붙었던 김지영(24). 그는 지난달 28일 경기도 포천힐스CC에서 끝난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2차 연장 끝에 박민지(22)를 누르고 통산 2번째 우승컵을 번쩍 들었습니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은 정말 극적이었습니다. 그 힘든 버디를 잡아도 3차 연장전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 하지만 김지영은 6m ‘이글 퍼팅’을 멋지게 성공시켜 참가자들의 환호를 이끌어냈죠.

김지영이 올해 달라진 건 스윙을 약간 수정한 것 외에 멘탈 트레이닝을 통해 자신을 믿고 플레이하는 방법을 조금씩 깨달은 것입니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마음을 채워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올 틈을 없앴다고 합니다.

그는 “마지막 라운드 전, 동반자들과 재미있게 즐기자는 마음으로 플레이에 임했다”며 “퍼팅 때는 무조건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어려운 퍼팅도 많이 들어갔다”고 말했죠.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멤버 김효주(25) 역시 지난달 7일 제주에서 끝난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에서 ‘즐기는 골프’의 진수를 보여줬습니다. 김효주는 김세영(27)과 연장전에 들어갔는데 우승 부담으로 인해 긴장하기는커녕, 싱글벙글 웃으며 티샷을 준비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김세영은 특유의 무표정이었는데, 결과는 연장 첫 홀서 3m 버디 퍼팅을 성공시킨 김효주의 승리였습니다.

김효주는 우승 인터뷰에서 “골프를 즐긴다는 생각으로 플레이에 임하니 피로와 긴장을 덜 느꼈다. 편안한 자세가 우승을 불러왔다”고 여유 있는 웃음으로 말했습니다. 또 “즐거운 마음은 몸을 훨씬 가볍게 만들어준다”고 덧붙였습니다.

아마추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반자 중 고수와 만나면 주눅이 들기 마련이지만 “어차피 스코어에서 뒤지니 오늘 하루 즐기자”라고 마음을 비우면 의외의 성적이 나올 수 있습니다. 스코어가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하루를 즐겼다’는 성과물이 있잖습니까?

너무 플레이에 집중해 18홀 내내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보지 않고 플레이를 마쳤을 때의 허망함, 경험해서는 안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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