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진PD "'쇼미'·'굿걸', 맥락은 '멋있고 인간적인 것'"[★FULL인터뷰]

한해선 기자 / 입력 : 2020.07.12 05:00 / 조회 : 2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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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 '굿걸' 최효진PD /사진=CJ ENM


'쇼미더머니'(이하 '쇼미'), '언프리티 랩스타'(이하 '언프리티')에 이어 또 하나의 '힙'한 경연 프로그램이 엠넷에서 탄생했다. 엠넷 'GOOD GIRL : 누가 방송국을 털었나'(이하 '굿걸')은 센 언니들 등장, 메인 장르는 힙합, 경연의 키워드로 '언프리티 랩스타'를 연상케 했지만 그와 또 다른 그림을 만들었다. '언프리티'가 여자 래퍼들의 숨막히는 신경전을 보여줬다면, '굿걸'은 여자 아티스트들의 단합의 장이었다.

'쇼미더머니', '슈퍼스타K 4'를 연출했던 최효진PD(37)가 '굿걸'을 기획한 건, 남성 아티스트보다 물리적으로 덜 돋보이는 국내 여성 아티스트를 집중 조명하고 그들이 설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서다. 소녀시대 효연, 치타, 에일리, 제이미, 슬릭, CLC 장예은, 윤훼이, KARD 전지우, 퀸 와사비, 이영지가 힙합 뿐만 아니라 R&B, 댄스 등 다양한 장르로 다채로운 무대에 도전, 보는 이들의 시청각 즐거움을 높였다. 제대로 깔린 판에서 아이돌로만 보였던 소녀시대 효연은 이색 컬래버레이션에 도전했다. 퀸 와사비가 19금 콘셉트를 가감없이 보여주기도 했고, 슬릭이 페미니즘을 외치기도 했다.

'굿걸'은 언더그라운드 래퍼부터 현역 아이돌, 인기 최정상 아티스트까지 여자 힙합 R&B 뮤지션들이 FLEX(플렉스) 머니를 획득하기 위해 한 팀으로 뭉친 뒤, 엠넷이 제시하는 퀘스트의 상대팀과 화려한 쇼로 승부를 펼친 프로그램. 지난 2일 종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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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엠넷


-'굿걸'에서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와 다른 그림이 나왔다.

▶참가자들이 너무 잘해줬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며 스스로를 많이 깬 것 같다. 출연자들이 처음엔 어떻게 할 지 몰라했는데, 굿걸들끼리 만난 후 사이가 돈독해졌다. 두려움 속에서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구나 싶었는데 모험을 잘 해줬다.

-8부작이 짧아 아쉽단 반응도 많다.

▶'쇼미더머니' 10부작보다 2부작만 적었다. 그럼에도 훨씬 짧게 느껴주신 분들이 많았는데, 동시간대 인기 프로그램이 많아서 시청자들이 '굿걸'을 인지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뒤늦게 프로그램의 재미를 느끼시다가 빨리 끝난 느낌이었을 것이다. 처음 기획할 때는 10회 구성도 짰는데 결국 8회를 염두하고 제작하게 됐다. 중간 중간 리얼리티도 넣을까 싶었는데 압축적으로 줄였다. 나 조차도 못 본 조합이 있어서 조금 아쉽긴 하다.

-'굿걸' 크루들과 대결 상대팀이 고퀄리티의 음악과 무대를 선보였다. 다들 칼을 갈고 무대 욕심을 낸 것 같다.

▶이런 구조의 프로는 잘 없어서 고민했다. 작곡가 분들이 웰메이드로 음악을 만들어주셔서 우리 생각 이상으로 다채로운 무대가 나왔다. 좋은 신들이 많이 나와 뿌듯했다. 출연자들이 너무 열심히 해줬고 멋있게 나와서 시청자들이 누구 한 명이라도 더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굿걸' 콘셉트상 힙합 장르만 선보일 줄 알았는데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다.

▶일단 힙합, R&B란 큰 틀을 갖고 있었다. 센 콘셉트가 많아 혼란이 됐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많은 분들이 상상 이상의 포지션을 보여줬는데 에일리, 효연은 춤, 노래, 랩을 모두 시도해보고 싶어했다. 이 친구들 입장에서 색깔을 잡으며 '힙합'이란 껍데기를 붙여주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그냥 가요라 하기엔 평이하게 보일 것 같아 '엣지'를 주고 싶었고 힙합이 가진 '힙'한 걸 보여주고 싶었다. 와사비, 슬릭 입장에선 '힙합'이란 테두리가 있으면 표현하기가 편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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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 '굿걸' 최효진PD /사진=CJ ENM


-쎈 캐릭터 10명을 데리고 촬영하면서 제작진 기는 안 빨렸나.

▶기가 많이 빨리긴 했다.(웃음) 10명이 언제나 한 목소리를 이야기를 하고 녹화 현장이 언제나 수다스럽다. 딘딘이 한 마디를 하면 여기저기서 지방 방송이 많아서 오디오 편집이 어려웠다. 현장의 에너지가 강한 만큼 제작진의 에너지도 많이 뺏겼다.(웃음) 주요한 내용 외에도 이야기가 많아서 녹화 시간이 길었다. 그 가운데 크루가 뭉쳐서 나오는 기도 있었다.

-소녀시대 효연의 출연이 의외였다.

▶효연 씨는 이런 프로를 안 해봤는데 어떤 촬영 과정이 있는지 궁금해하더라. 대결 준비를 하며 중간 과정을 왜 보여줘야하는지 걱정을 많이 했다. 걸그룹은 아웃풋만 보여주면 됐지만 과정을 보여줄 일이 없어서 그랬나 보더라. 그래도 나중엔 재미있게 촬영을 하더라. 그도 새로운 경험을 한 것 같다. 효연이 '쇼미더머니777’을 너무 재미있게 봤다고 하더라. 루피, 나플라, 윤훼이의 '찐팬'이어서 재미있어 하면서 연예인을 본 느낌으로 얘기하던데 너무 귀여웠다.

-'굿걸'만의 우승자 상품으로 매회 FLEX 머니 1000만 원이 있었다.

▶미팅을 할 때 출연자 각각에게 FLEX 머니를 어떻게 쓰고 싶냐고 물어봤는데 다들 대답이 굉장히 달랐다. FLEX로 자신의 삶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슬릭은 이어폰을 고쳐야 한다고 했는데 FLEX마저 소박하더라. 영지는 브랜드 욕심 같은 게 없는 친구였다. FLEX 머니를 가장 많이 탔는데 매번 어떻게 써야할 지 몰라하더라. 아직 19세 학생이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인 것 같다. 영지는 선량하고 쿨한 마음씨가 있는 것 같다.

-'고등래퍼' 우승자 이영지의 성장기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영지는 훠궈를 너무 좋아해서 많이 먹었는데, 그래서 '굿걸'을 하며 살이 빠진 것 같았다.(웃음) 영지 출연을 보고 몇몇 분들이 '고등래퍼' 우승자여서 섭외한 게 아니냔 말도 있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나도 '고등래퍼' 시청자이긴 했는데, '굿걸'에서 영지를 만나고서 영지가 강단이 있고 실력이 빨리 늘었구나 생각했다. 미팅을 처음 했을 때, 영지는 무슨 말을 해도 나이에 비해 굉장히 웃기고 순발력이 좋았다. 언니들이 무서우면 어떻겠냐 물어봤는데 뭐라도 개그를 하겠다며 상황극을 보여주더라. 실 입술 꿰매기 마임을 보고 진짜 많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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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엠넷


-퀸 와사비의 트월킹 퍼포먼스, 19금 가사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법정제재인 '주의'를 받기도 했다.

▶방심위도 기준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에 대해 결정을 내렸으니 내가 가타부타 말을 하긴 어렵겠다. 나는 다만 퀸 와사비란 친구의 아티스트적인 색깔 등을 무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어떤 무대를 할까 고민도 했는데 할 수밖에 없는 본인만의 색깔이었다. 아예 새로운 가사를 쓸까 싶기도 했는데 퀸 와사비만의 가치관을 8회 안에 보여주기 위해선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제이미의 출연도 반가웠다.

▶기대 이상의 성장한 모습을 보여줘서 놀랐다. '쇼미더머니'를 연출 할 때 제이미가 피처링에 참여한 걸 보고 섭외했는데, 제이미가 랩도 해보고 싶어했다. 그동안 음악적 고민을 많이 한 것 같았다.

-'굿걸'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방송엔 안 나왔는데 '굿걸'들이 처음에 와서 우리 미니바를 다 털어서 먹었다. 전지우가 의외로 간식을 많이 좋아하더라.(웃음) '굿걸' 크루는 송캠프를 1박 2일 동안 하면서 이색적인 경험을 했을 거다. 한 침대에서 자는 걸 불편해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들 나름 잘 적응하고 잘 자더라. 자기들끼리도 'MT 같았다', '수학여행 온 것 같다'고 해서 제작진으로서 감사하고 보람찼다.

-최효진PD가 향후 제작할 프로그램은?

▶음악 프로는 다양하게 하고싶다. 무대는 내가 재미있어 하는 분야다. '쇼미', '굿걸'의 맥락은 '인간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멋있는 음악을 보여주면서 인간적인 걸 좋아한다. 독한 걸 하든 다른 형태가 되든 인간적이고 솔직한 게 살아있으면 좋겠다. '굿걸'이 순한 느낌을 줬다고 해서 서바이벌과 다른 맥락은 아니라 생각한다.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진심을 다해 자신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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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가요방송부 연예 3팀 한해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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