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쥬(NiziU), 박진영의 영리한 한수[문완식의 톡식]

문완식 기자 / 입력 : 2020.07.08 09:13 / 조회 : 8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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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와 걸그룹 니쥬(NiziU) /사진=JYP엔터테인먼트


니쥬(NiziU)는 독특하다. JYP엔터테인먼트와 일본의 소니뮤직이 손잡고 만든 이 9인 걸그룹은 마코, 리오, 마야, 리쿠, 아야카, 마유카, 리마, 미이히, 니나 등 전원 일본인으로 구성됐다.

사실 독특할 것도 없다. 니쥬는 일본 걸그룹이니까. K팝 대표 명가 중 하나인 JYP의 손길로 빚어낸 일본 걸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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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쥬(NiziU) /사진=JYP엔터테인먼트


니쥬는 오디션 프로그램 '니지 프로젝트'를 통해 결성됐다. 지난 6월 말 최종 9인을 선정했고, 6월 30일 프리 데뷔 디지털 앨범 '메이크 유 해피'(Make you happy)를 한국과 일본에 동시 발매하며 본격 발걸음을 내디뎠다. 프리 데뷔 앨범에는 동명이 타이틀곡 'Baby I’m a star'(베이비 아이엠 어 스타), 'Boom Boom Boom'(붐 붐 붐), '虹の向こうへ'(Beyond the Rainbow, 비욘드 더 레인보우)까지 총 4곡이 담겼다.

성과는 좋다. 소니뮤직에 따르면 '메이크 유 해피'는 공개 3일 만에 일본 내 각종 음악 플랫폼 64개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일본 라인 뮤직, 애플 뮤직, 아마존 뮤직 등 많은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 차트 1위에 올랐고, 일본 휴대폰 착신음 다운로드 최대 사이트 레코초쿠에서는 앨범 발매 당일 하루(6월 30일) 판매량만으로 일간, 주간, 월간 차트 정상을 석권했다.

7월 1일에는 전 세계 발매됐고,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 아이튠즈 J팝 앨범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멜론, 지니, 벅스 등 국내 J팝 차트에서 수위를 차지했음은 물론이다.

그렇다. J팝이다. 과연 그럴까.

니쥬는 보통의 K팝 걸그룹을 닮았는데, 일본어로 노래한다. 당연할 수 있다. 일본인으로 구성된 일본 걸그룹이니까. 근데 K팝을 닮았다.

니쥬 9인은 니지 프로젝트 과정에서 심사위원 박진영의 참여 속에 2PM, 트와이스, 있지 등 JYP 소속 K팝 그룹의 히트곡들 경연으로 심사를 받았다. 한국어로 노래를 불렀음은 물론이다. 이를 지켜본 현지 일본인들로서는 묘한 감정이었을 것이다. 이를 지켜본 한국인들로서도 괜히 박진영이 K팝 그룹의 '비기'를 일본인들 에게 전수해주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했을 것이다.

일단 니쥬의 프리 데뷔 앨범을 통해 봤을 때 박진영이 K팝의 '비기'를 전수했음은 확인됐다. 노래는 일본어로 부르지만 춤이나 표정 등 K팝의 그것을 제대로 구현해냈다(뮤직비디오의 배경도 한강공원 등 한국이다).

니쥬의 '메이크 유 해피'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상에서도 핫한데, 여느 K팝 인기그룹 못잖은 반응이다. 8일 오전 기준 유튜브 조회수 3742만뷰를 기록 중이다. 언어는 문제가 아니었다. 사실 한국어나 일본어나 다른 언어를 쓰는 이들이 못 알아듣기는 마찬가지니.

박진영이 괜히 K팝의 밥그릇을 일본인들에게 내준 것 아닌가 하며 손가락을 들고 싶겠지만, 일단 접어두자.

니지 프로젝트의 진행과 니쥬의 선발은 일본 내에서 K팝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일궈냈다. 경연곡들에 대한 관심은 '오리지널'인 2PM, 있지 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K팝에 관심 없던 이들에게 "과연 K팝이 이 정도였나"란 반응을 일궈냈다. K팝을 한국 아이돌 음악 정도로만 치부했던 이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안긴 셈.

가장 수혜자는 박진영이다. 니지 프로젝트에서 참가자들에게 '씨'라는 호칭을 꼬박 꼬박 붙여주며 '친절한 진영씨' 이미지를 심어준 박진영은 경연곡들에 대한 관심을 통해 '프로듀서 박진영'의 이미지도 일본 현지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지난해 일본에서 진행된 2019 MAMA에서 마마무 화사와 컬래버 무대로 눈길을 사로잡았던 박진영. 이쯤되면 니지 프로젝트까지 포함해 '박진영 일본 진출'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아닌가 할 정도의 성공적 안착이다(그는 니쥬 뮤직비디오에도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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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쥬(NiziU) '메이크 유 해피' 뮤직비디오 중 박진영의 모습 /사진=화면 캡쳐


시장의 반응도 좋아 JYP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6월 29일 19150원에서 8일 25500원을 넘어서며 30% 넘게 상승 중이다.

K팝 아이돌 그룹은 1세대 한국인 멤버, 2세대 한국인-외국인 멤버, 3세대 외국인 멤버의 과정을 거치며 진화 중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1월 중국, 홍콩, 마카오, 타이완, 태국 출신으로 이뤄진 중화권 보이그룹 웨이션브이(WayV)를 론칭한 바 있다. 웨이션브이가 SM의 기획과 개발을 통해 발굴된 그룹이라면 니쥬는 AKB48식 선출에 익숙한 일본에 맞춰 한국형 오디션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부터 관심을 모으면서 붐을 조성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니쥬는 8일 발표된 7월 13일자 일본 오리콘 주간 합산 랭킹 정상에 올랐다. 실물 음반 포인트와 디지털 앨범 포인트 합산 차트에서 디지털 앨범 포인트만으로 1등을 거머쥔 것. 디지털 포인트만으로 1위는 니쥬가 최초다.

또 6월 29일~7월 5일 집계 기준 디지털 앨범, 디지털 싱글, 스트리밍 부문의 3개 주간 차트 1위에 올라 3관왕을 차지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이는 역대 두 번째이자 여성 아티스트 최고 성적이며, 오리콘 차트에 처음으로 등장한 신인이 3관왕에 오른 것 또한 니쥬가 최초"라고 전했다.

박진영의 영리한 한수는 일단 성공적이다. 두 마리의 토끼를 떠나 동네방네 토끼는 다 잡은 분위기다.

니쥬는 오는 11월 정식 데뷔 예정이다. 'JYP'의 다음 수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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