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유희관. |
'느림의 미학' 유희관(34·두산 베어스)이 미국 현지에서 또 한 번 화제가 되고 있다. 현지 피칭 전문가가 유희관의 투구 영상을 올렸고, 무슨 구종인지 물었다. 판이 커졌다. 다르빗슈 유(34·시카고 컵스), 마커스 스트로먼(29·뉴욕 메츠) 등 메이저리거까지 나섰다. 설문에 9000명 넘게 참여하는 풍경이 연출됐다.
'피칭 닌자' 롭 프리드먼은 6일(한국시간) 자신의 SNS에 "이 공의 구종이 뭔가?"라는 글과 함께 유희관의 피칭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은 5일 잠실 한화전이었다. 4회초 오선진을 상대한 유희관은 카운트 2-2에서 5구째 저 공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영상을 보면, 유희관은 실밥에 검지와 중지를 걸친 '투심' 그립을 잡고 있다. 던질 때는 중지 쪽에 좀 더 힘을 주면서 체인지업처럼 뿌린다. 속구처럼 향하다 떨어졌고, 오선진은 그대로 당하고 말았다.
이 공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프리드먼이 글과 영상을 남겼고, 댓글이 무수히 달렸다. 전·현직 메이저리거들도 나섰다.
다르빗슈는 '슈토(슈트)'라고 댓글을 달았다. 슈트는 슬라이더와 반대로 움직이는 형태의 공이다. 투심 계열로 본다. 그러자 디 애슬레틱의 마크 색슨 기자는 "스크류볼과 뭐가 다른가?"라며 추가 질문을 달았다.
미국 피칭 전문가 롭 프리드먼이 남긴 트위터. /사진=롭 프리드먼 트위터 캡처 |
세인트루이스와 메츠 등에서 17시즌을 뛰었던 키스 에르난데스는 "스크류볼의 일종이다. 좋은 투구다"라고 설명했다.
'지인'도 등장했다. 두산에서 함께 뛰었던 세스 후랭코프다. 후랭코프는 "2년간 유희관과 함께 뛰었다. 이 공의 정확한 정의를 내려주겠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갑자기 죽은 듯 떨어진다. '그래비티 볼'이라 하겠다"라고 글을 달았다.
결국 프리드먼은 설문조사까지 진행했다. 9362명의 참가했고, 스크류볼이 37.5%로 1위에 올랐다. 이어 체인지업이 29.7%로 2위, 싱커가 25.7%로 3위다. 유희관의 구종 하나가 9000명을 움직인 셈이다.
이 구종은 유희관의 주무기다. 국내에서도 체인지업이냐 아니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일기도 했다. 정리는 유희관이 이미 했다. 스스로 '싱커'라고 했다. 던지는 사람이 가장 잘 아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