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오른쪽)이 지난 달 28일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우승을 확정한 후 환호하고 있다. /사진=KLPGA |
하지만 필자는 4라운드 출발 때의 옷차림을 보고 김지영의 우승을 예감했죠. 왜냐하면 김지영은 반바지 차림인데 반해 단독 선수 이소미를 포함한 선두권 선수들이 모두 긴 바지를 입고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날 낮 최고 기온은 섭씨 31도였지만 잔디에서 올라오는 지열(地熱)을 감안하면 체감 온도는 35도를 훌쩍 넘었습니다. 그러므로 우승의 키는 개인별 기량보다 무더위와의 싸움에 있었죠. 반바지는 긴 바지보다 더위를 2~3도 덜 느끼게 하기 때문에 김지영의 역전 우승을 점친 겁니다.
더구나 최종 라운드라면 피로가 쌓였을 테고 우승을 다투는 선수라면 긴장감까지 더해 누가 더위를 덜 느끼며 제 스윙을 하는가가 승부의 포인트였습니다.
4라운드에서 5언더파를 기록하며 공동 선두를 이룬 김지영의 반바지 차림이 진가를 발휘한 건 18번홀(파5)의 연장 두 번째 홀입니다. 박민지가 세컨드 샷을 그린 옆 카트도로 좌측 러프에 빠뜨린 반면 김지영은 투온으로 6m 이글 퍼팅을 성공시켜 생애 두 번째 우승을 확정지었습니다.
2016년 데뷔한 김지영은 그간 우승은 한 번, 준우승은 9번을 해 ‘단골 준우승’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달고 있었습니다. 이 대회를 앞두고 불안감을 없애고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멘탈 트레이닝을 받은 결과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는데요. 멘탈 트레이닝 못지 않게 효과가 큰 게 반바지 차림이었습니다. 긍정적인 멘탈로 무장을 하더라도 더위를 먹으면 아무 생각이 안 나기 때문입니다.
김민선이 5일 '맥콜·용평리조트 오픈 with SBS Golf'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KLPGA |
아마추어도 한여름엔 옷차림이 스코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여성분들은 대부분 반바지와 짧은 스커트 차림으로 라운드에 나서지만, 남성분들의 경우 반바지 차림은 20% 안팎입니다. 7, 8월 무더위 땐 거의 모든 골프장이 반바지 차림을 허용하므로 골프백에 반드시 반바지를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1번홀 출발할 때 긴 바지 차림이었으나 서너홀 돌고 더위를 느낄 땐? 골프백에 준비해 간 반바지를 그늘집에서 갈아 입으면 됩니다. “그까짓 바지 차림이 무슨 대수냐?”고 가볍게 여기실 분이 있겠지만, 그늘집에서 반바지로 바꿔 입고 스윙을 해보십시오. 훨씬 스윙이 부드럽고 경쾌해집니다.
※ 위 기사는 외부 필자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