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인턴' 박기웅 "코믹도 通..쓰임 많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FULL인터뷰]

한해선 기자 / 입력 : 2020.07.04 07:00 / 조회 :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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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기웅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꼰대 테스트요? '망원동 나르시스트'로 나오더라고요. 하하. 배우는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내 연기에 확신이 있어야 시청자들과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거든요."


배우 박기웅(35)이 한껏 유쾌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자랑했다. 그는 연기에 소신을 지키면서도 배역에는 구애받지 않는 열린 사고를 보여줬다. "지금 나이에 할 수 있는 다양한 역할이 있지 않을까요." 주연에 목매지 않는 박기웅의 캐릭터가 갈수록 흥미로워지는 이유다.

MBC 수목극 '꼰대인턴' 속 박기웅의 남궁준수도 그래서 탄생했다. 남궁준수는 공감형 드라마에서 안하무인 재벌 악역으로 자칫 공감을 상실할 수도 있었을 텐데, 박기웅은 자신만의 변주로 극에 생동감을 살렸다. 그는 음이탈 대사, 다양한 웃음소리, 톡톡 튀는 스타일링 등 다양한 부분에서 남궁준수를 설계했다. 박기웅은 남궁준수 역으로 앞선 드라마 '각시탈', '리턴'에서의 묵직한 악역, '신입사관 구해령'에서의 진중함과 또 다른 변신을 했다.

'꼰대인턴'은 최악의 꼰대 부장 이만식(김응수 분)을 부하직원으로 맞게 된 가열찬(박해진 분)의 통쾌한 갑을체인지 코믹 오피스물. '꼰대인턴'은 꼰대세태를 풍자하고 유쾌한 전개를 보이며 최고 시청률 7.1%를 기록, 콘텐츠 영향력지수 1위를 차지하는 등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지난 1일 종영했다.

박기웅은 극중 준수그룹 총수인 남궁표 회장의 외아들이자 준수식품의 대표이사 남궁준수 역을 맡았다. 남궁준수는 안하무인이지만 바지사장인 신세로, 나이스한 상사로서 세력을 넓혀가는 가열찬을 경계했다. 그는 인턴 이태리(한지은 분)를 사이에 두고 가열찬과 삼각관계를 펼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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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기웅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꼰대인턴'이 12부로 종영했다. 남궁준수가 준수식품의 대표이사가 됐고, 가열찬과 이만식이 또 다른 기업에서 만나며 유쾌하게 열린 결말을 보여줬다.

▶재미있었다. 드라마 특성상 기승전결이 어떤 극이든 있는데, 마지막에 해소되는 부분을 보여주면서 편성이 길게 됐고 만족하게 나왔다. 이번 작품은 내가 한 작품 중 제일 힘들지 않고 놀면서 자유롭게 연기한 것 같다. 드라마의 성과에 여러 요소가 있었는데 작가님, 연출자님과 함께 원로배우님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 막방을 보고 잠을 설쳤다. 이번에 많은 생각이 들더라. 12부작으로 길이가 짧아서 아쉽기도 했는데 너무 재미있었던 촬영장이었다.

-가열찬이 준수식품을 떠나고 남궁준수가 단독 대표이사가 되면서 결말까지 예상을 뛰어넘은 반전을 보여줬다.

▶그게 우리 드라마의 매력인 것 같다. 계속 뻔하지 않게 흘러가더라. 대본을 처음 받아봤을 때 클리셰가 있을까 싶었는데 매회 반전으로 흘러갔다. 개인적으로 만족한 짓궂기도 한 열린 결말이었다.

-남궁준수로 가장 자유분방한 연기를 보여줬다.

▶이번에 극 대사로 안 보이도록 일부러 음이탈 목소리도 냈다. 내 목소리가 원래 낮은 편이어서 말할 때 극대사로 보이는 측면에 있었다. 그래서 웃음 소리도 가볍게 내려고 했다.

-남궁준수의 안하무인을 표현하기 위해 선배 배우에게 반말로 연기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진 않았나.

▶선배들에게 반말 연기가 어렵진 않았다. 연기라 생각했다. 선배님들도 역대급으로 편하게 대해주셨던 현장이었다. '꼰대인턴'의 대본은 늘 예상을 뛰어넘는 흥미로운 전개를 보였다. 대본을 매번 재미있게 읽었고 매번 전개를 비틀어서 표현하는 데 신경을 썼다.

-그동안 재벌 역을 맡은 작품이 모두 성공했다. 재벌 역이 잘 어울린다는 평가가 많다.

▶그런 작품이 거의 잘 되긴 했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 귀티가 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데뷔 초 감독님들은 나에게 '밑바닥, 헝그리' 느낌이 있다고 말해주셨다. '넌 쓸쓸한 청춘을 해야한다'는 말도 들었다. 그동안 소시민 역도 많이 했는데 어느 순간 재벌 역을 하다보니 그런 역이 많이 들어오는 것 같다. 나는 어느 역이든 다 잘한다고 생각하려 하는 편이다. 배우는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내 연기에 확신이 있어야 시청자들과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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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기웅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반면 박기웅의 로맨스물은 거의 못본 것 같다.

▶로맨스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로맨스도 종류가 다양하지 않나. 캐릭터 간의 관계가 흥미로우면 언제든 연기하고 싶다.

-박기웅만의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내가 대본을 읽고 작품이 재미있어야 한다. 내가 표현할 때도 재미있는 캐릭터가 있으면 좋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나는 어떤 역이든 다 좋다. 이번에 밝은 역을 하니 나도 밝아지고 좋더라. 밝은 역이 악역보다 덜 힘든 건 있는 것 같다.

-지난 4월 SBS '동상이몽'에 깜짝 출연하며 예능에도 얼굴을 비췄다. 진태현과 절친으로 잠깐 등장해 미대 편입을 준비 중인 다비다를 위해 직접 미술 도구를 선물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줬다.

▶예능도 나가고 내가 많이 바뀐 것이다. 힘들 빼고 편해지려 했다. 사실 최근 '첫 번째 주인공' 역의 출연 제안이 몇 개 들어왔는데 내가 보여주고 싶은 연기를 하고 싶어 고사를 한 적이 있다. 나는 연기를 오래하고 싶은데 지금 나이 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연기를 하려면 구애받지 말아야하겠다 생각했다. 그랬더니 연기가 재미있어지더라. '동상이몽'도 준비를 하나도 안 하고 출연한 것이다. 가서 그림을 그리리란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다.

-박기웅이 변화를 마음먹은 계기가 있나?

▶내가 바뀐 계기는 특별히 없다. 굳이 따지자면 군대를 다녀와서 그렇게 된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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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기웅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요즘 '꼰대'란 말이 사회적 이슈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인가.

▶노력한다. 내가 이 일을 하려고 한 게 2003년이다. 막내로 시작해서 어느 순간 나에게 '선배님'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책임도 많이 생기면서 얘기를 할 때 조심스럽게 되는 것 같다. 나는 '꼰대'가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는데, 너는 틀렸고 내가 맞다고 하는 순간 꼰대가 되는 것 같다. 현장에선 수많은 스태프와 배우들이 유기체가 된다. 불편하지 않게 해야 하는 것 같다.

-반면 의도하지 않게 스스로 꼰대 같았다고 느낀 순간은?

▶요즘 뭐든지 되게 빨리 변하지 않냐. 우리가 일하는 환경도 많이 좋게 바뀌고 있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촬영하면서 예전처럼 밤을 안 새게 됐다. 예전엔 기록으로 8박 9일을 디졸브(밤새 겹쳐서)로 촬영을 한 적이 있다. 그런 후배들에게 얘기를 할 때 소위 '라떼'가 되는 게 아닌가 싶다. 동생들이 들을 때 '아재 같은 소릴 한다'고 할까봐 다시 생각하게 된다. '꼰대인턴' 촬영장에서 (박)해진 형과 '예전엔 조명을 수동으로 조절했다'는 말을 했는데 순간 후배들의 얼굴을 보게 됐다.(웃음)

-최근 '꼰대 테스트'가 유행했다. 해본 적이 있나.

▶나는 '망원동 나르시스트'로 나왔다. 준수에 대입해서 했을 때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조커'로 나왔다.(웃음)

-'꼰대인턴'을 통해 박기웅이 코믹 캐릭터도 잘 어울린다는 평을 듣게 됐다.

▶남궁준수를 연기하며 너무 재미있었고 이번에 '나 이런 연기도 잘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꼰대인턴'은 함께하는 배우들이 편해서 출연을 결정한 것도 있었다. 내가 연기를 할 때마다 '재발견' 얘길 듣는데 이번에도 그런 얘기를 들었다. 나는 '재발견'이란 얘기를 좋아한다. 처음엔 이 역할을 할 때 안 어울리지 않을까란 얘기도 들었는데 끝날 땐 어울린다고 해주시더라. 내가 아직 부족한 면이 있겠지만 나는 처음 이 일을 할 때부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모토였다. 쓰임이 많은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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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가요방송부 연예 3팀 한해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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