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성장통' 이영하, 그도 아직 스물 셋 어린 투수였다

고척=이원희 기자 / 입력 : 2020.07.02 11:12 / 조회 :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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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하. /사진=OSEN
두산 베어스의 '토종 선발 에이스' 이영하(23). 그도 아직 20대 초반의 어린 투수다. 한 단계씩 성장할 잠재력을 갖췄다.

이영하가 모처럼 활짝 웃었다. 1일 고척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원정경기에서 6이닝 7피안타 3탈삼진 3볼넷 1실점(1자책)으로 팀의 14-5 완승을 이끌었다. 이영하가 마운드에 있는 동안 12점을 뽑아준 타선의 도움이 컸다. 경기력은 완벽했다고 볼 수 없었지만 중요한 것은 승리투수가 됐다는 점이다. 좋은 분위기로 돌아설 터닝 포인트를 마련했다.

올 시즌 이영하의 성적은 좋지 않은 편이다. 10경기에 등판해 2승 4패 평균자책점 5.76을 기록 중이다. 심지어 이 경기가 열리기 전, 이영하의 마지막 승리는 시즌 첫 등판인 5월 6일 잠실 LG 트윈스전이었다. 무려 9경기 만에 승리투수를 거머쥔 것이다.

약 두 달간 이어진 부진. 마운드에서 의젓한 모습을 보여주던 이영하도 승리를 획득한 뒤 그간 힘들었던 심정을 고백했다. 그는 취재진과 인터뷰를 통해 "갇혀 있다가 꺼내진 기분이다. 8경기 동안 승리가 없었고 내용도 안 좋았다. 온통 야구만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공을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영하는 지난 해 29경기에서 17승 4패 평균자책점 3.64를 기록하는 등 팀 선발진의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그를 향한 기대감도 점점 높아져만 갔다. 하지만 이는 심리적 부담감이라는 역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여기에 올 시즌 출발까지 꼬일 대로 꼬여 이영하 스스로 조급함을 느꼈던 것이다. 이영하는 "공을 세게 던질수록 오히려 더 맞았다"고 되돌아봤다.

흔들리던 이영하를 잡아준 것은 김태형(53) 감독을 비롯한 코치스태프, 또 동료들이었다. 이영하는 "팀 동료들이 응원을 많이 해주었고, 공을 던지기 전부터 '괜찮다', '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은 상태였는데, 덕분에 잘 헤쳐나갔다"며 "감독님도 못해도 되니 편하게 던지라고 얘기했다. 밸런스를 찾는 데 도움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올 시즌 두산의 선발진은 삐걱대고 있다. 이용찬(31)이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고, 좌완 유희관(34)은 최근 2경기에서 주춤한 모양새다. 지난 달 25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는 2⅓이닝 6실점(6자책)으로 크게 부진했다. 올 시즌 두산의 팀 평균자책점은 5.15(리그 8위)에 머물러 있다. 선발 평균자책점도 4.76으로 8위다.

상위권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가운데, 마침 이영하가 힘겹게 시즌 2승째를 챙겼다. 지독히도 길었던 두 달간 부진을 '성장통'으로 삼아 이영하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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