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이정후. /사진=OSEN |
그만큼 '바람의 아들' 이종범은 누구도 범접하기 어려운 선수였다. 공수주 모든 면에서 불세출의 타자였고, 기록 또한 여전히 '넘사벽'으로 남아 있다. 이정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해까지 타격 8개 부문(KBO 공식 시상 기준) 모두 한 시즌 최고 기록에서 아버지를 넘어선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올 시즌 드디어 처음으로 아버지를 능가하는 기록 하나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다소 뜻밖에도 장타율이다. 이정후는 29일 현재 0.624의 장타율로 리그 4위에 올라 있다. 팀 내 간판 홈런 타자인 박병호(0.455), 김하성(0.500)보다도 훨씬 높다.
지난해까지 그의 장타율과 비교하면 '대변신'이라 할 만하다. 이정후는 2017년 데뷔 후 3년간 0.417-0.477-0.456의 장타율을 기록했다. 거포보다는 정교한 타자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페넌트레이스를 정확히 ⅓ 소화(48경기)한 가운데 벌써 7개의 홈런을 때려 종전 자신의 한 시즌 최다 기록(2018, 2019년 각 6개)을 깨뜨렸다. 2루타는 20개로 리그 단독 1위, 3루타도 3개로 공동 1위다.
이종범-이정후 기록 비교. /자료=KBO |
강병식 키움 타격코치 역시 이정후의 노력을 인정했다. 강 코치는 이정후의 장타력 증가에 대해 "겨울에 잘 준비해 정규시즌을 시작한 것이 지금의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며 "전지훈련 때 강조한 건 빠른 타구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정후 선수는 왜 빠른 타구를 만들어야 하는지 잘 이해하고,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타고난 야구 DNA에 남다른 노력이 결들여졌다는 뜻이다. 이종범의 한 시즌 최고 장타율은 페넌트레이스 MVP 시즌이던 1994년의 0.581(당시 해태)이다. 현재 이정후의 장타율은 이보다 0.043 높다.
뿐만 아니다. 69안타 33타점을 기록 중인 이정후는 올 시즌 산술적으로 207안타 99타점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역시 이종범의 196안타와 77타점(이상 1994년)보다 많다. 이정후가 남은 시즌 체력과 기록을 잘 유지해 명실상부하게 아버지를 뛰어넘는 아들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코치와 선수로 금메달을 차지한 이종범(왼쪽)-정후 부자. /사진=OS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