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남아, 노히트 깨져 아쉬워?" 그 순간 정찬헌은 오히려 되물었다

인천=김우종 기자 / 입력 : 2020.06.28 05:34 / 조회 : 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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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아쉽게 노히트노런 달성을 놓친 LG 정찬헌이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8회까지 노히트 투구를 펼친 LG 정찬헌(30)이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대타 정의윤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정찬헌. 이제 대망의 노히트노런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2개였다.

다음 타자는 SK 리드오프 김경호(25). 초구 볼을 골라낸 김경호가 정찬헌의 2구째 공을 밀어쳤다. 타구는 유격수와 3루수 사이로 깨끗하게 빠져나갔다. 양 팀 더그아웃에서는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다. 그런데 정작 대기록을 눈앞에서 놓친 정찬헌은 오히려 너무나 덤덤했다.

노히트가 깨지자 최일언(59) 코치가 마운드로 방문했다. 포수 유강남(28)도 마스크를 벗으며 천천히 마운드 쪽으로 걸어왔다. 바로 이 순간, 정찬헌이 유강남을 보며 쿨한 미소를 지었다. 유강남 역시 정찬헌을 보며 씩 웃었다. 결국 실점 없이 정찬헌이 연패를 완봉으로 끊었다.

정찬헌이 27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 9이닝(115구) 3피안타 2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생애 첫 완봉승을 따냈다. LG는 정찬헌의 호투 속에 3-0으로 승리하며 극적으로 7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만약 9회부터 경기 중계를 봤다면, 정찬헌의 보직이 마무리로 바뀌었다고도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찬헌은 1회부터 9회까지 홀로 책임지며 난세 영웅으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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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인터뷰가 끝나자 LG 동료들이 정찬헌에게 축하 물 세례를 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경기 후 정찬헌은 "솔직히 (노히트노런 상황은) 9회초 마운드에 올라가기 전에 알았다. 이닝도 신경 안 썼고, 투구 수도 일절 안 봤다. 그저 맡은 이닝에 충실하게 던졌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9회였다. 첫 안타를 맞은 뒤 투구 수를 봤다. 그제야 내가 많이 던지긴 던졌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입을 열었다.

정찬헌은 "(첫 피안타 후) 최일언 코치님께서 나오셔서 '볼에 힘 있지? 끝까지 맡길 테니까 집중해'라고 말씀하셨다. (1사 만루에서) 로맥을 상대하면서 가장 집중했던 것 같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유강남을 보며 미소 지은 것에 대해 정찬헌은 "(첫 안타를 맞은 뒤) 내색하지 않았는데, (유)강남이가 저기서 웃고 있더라. 그래서 '뭐가 아쉬워? 괜찮아. 팀만 이기면 돼' 그러고 말았다"며 쿨하게 설명했다.

최근 LG 불펜은 부상과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조 LG 클로저' 정찬헌은 불펜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불펜에서 고생하는 선수들에 대해 "안타깝죠. 저도 오랜 시간 해봤다. 힘든 부분을 누구보다 잘 안다. 지금 같은 시기에는 선수 한 명 한 명 다 힘들 거다. 나갈 때마다 부담스러울 것"이라면서 "그래도 선수라면 이겨내야 한다. 시즌이 많이 남아 있다.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정)우영이를 볼 때마다 늘 '네가 버텨주고 있어 중간 계투진이 잘 움직이는 것이다. 자부심 갖고 던져라'는 말을 한다. 아직 어리다 보니 중책을 맡기에 힘들 수도 있지만, 충분히 잘해주고 있는 것 같다"면서 굳은 믿음을 보였다.

끝으로 그는 7연패 상황서 등판한 것에 대해 "부담은 전혀 없었다. 어차피 연패 상황서 또 패해도, 연패 중 패배일 뿐이다. 마운드에 오를 때 50:50 이라 생각하고 던진다. 이미 결과는 정해졌다고 생각하고 올라간다. 내 투구를 하면 된다. 억지로 바꾸려고 한다고 해도 안 바뀐다"며 다음 호투를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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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봉승 기념구를 들고 있는 LG 정찬헌. /사진=LG 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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