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에 고기 사주며 덕담' 염경엽, 끝까지 '혼자' 감당했다 [★인천]

인천=김동영 기자 / 입력 : 2020.06.26 05:11 / 조회 : 2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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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에 실려가고 있는 염경엽 SK 와이번스 감독.

"어제 고기도 사주셨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다."

SK 와이번스 우완 문승원(31)이 두산 베어스 타선을 완벽하게 누르며 팀을 구했다. 8연패 탈출. 경기중 염경엽 감독이 쓰러지는 초유의 사태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염경엽 감독은 모든 부담을 오롯이 홀로 감당하려고 했다.

염경엽 감독은 2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정규시즌 두산과 더블헤더 1차전에서 2회초 종료 즈음 갑자기 더그아웃에서 쓰러졌다.

감독이 경기 도중 쓰러진 초유의 사태. 곧바로 구급차가 들어왔고, 병원으로 이송했다. 염경엽 감독은 X레이, CT, MRI, 혈액검사 등을 받았고, 극도의 수면 및 식사 부족과 과도한 스트레스에 따른 심신 쇠약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염경엽 감독은 그대로 입원했고, 추가로 검사를 받는다. 의식도 있고, 말도 할 수 있지만, 대화를 나누기는 어려운 상태라는 SK의 설명이다. 가족과 몇 마디 정도만 나눴다.

감독이 쓰러지는 어수선한 상황 속에 SK는 1차전을 6-14로 크게 패했다. 그러나 2차전은 7-0의 완승을 거뒀다. 문승원이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고, 타선도 터졌다. 지긋지긋한 8연패 탈출이었다.

경기 후 만난 문승원은 "감독님 쓰러지셔서 많이 놀랐다. 선수들이 이기려는 마음이 컸다. 점수를 주지 않으려고 신경을 썼고, 야수들의 호수비도 나왔다. 점수도 뽑아줬다. 덕분에 좋은 결과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전날 이야기를 했다. 염경엽 감독과 식사자리가 있었다. 문승원은 "마음이 안 좋았다. 어제도 베테랑들이 감독님과 식사를 했다. 같이 계실 때는 말씀을 좋게 하셨는데, 쓰러지시니까 많이 힘드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어제 식사 때는 감독님께서 잘 드셨다. 연패가 길어지면서 감독님께서 힘냈으면 하는 마음에 고기를 사주셨다. 분위기 반전을 위함이었다. 그랬는데 오늘 쓰러지셨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다"라며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아울러 문승원은 "내 개인 기록은 신경 쓰지 않았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안타까웠다. 그래도 좋을 때가 또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오늘 정말 맞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2차전에서 홈런을 치며 활약한 최정도 "감독님이 경기중 갑자기 쓰러지셔서 마음이 무거웠다. 건강에 큰 이상이 없으셨으면 좋겠다"라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박경완 수석코치 역시 "제대로 보필하지 못했다. 마음이 무겁다. 빠른 쾌유를 빈다"라고 했다.

힘든 상황이지만, 염경엽 감독은 선수들에게 티를 내지 않았다. 홀로 감당하고자 했다. 선수들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는 상황. 결국 이것이 탈이 났다.

그래도 연패를 끊었다. 선수들이 하나로 뭉쳤고, 승리를 가져왔다. 의지가 강했고, 현실이 됐다. 염경엽 감독이 건강하게 돌아올 때까지 선수들이 이 모습을 이어가는 것이 필수다. 부진과 패배는 감독 혼자 감당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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