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홀 보기는 보약, 올파는 독약 [김수인의 쏙쏙골프]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 입력 : 2020.06.22 07:00 / 조회 :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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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사진=KLPGA
지난 21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에서 끝난 내셔널 타이틀 제34회 한국여자오픈은 나흘 내내 화창한 날씨 속에 펼쳐졌습니다. 마지막 홀까지 대접전을 벌인 끝에 유소연(30)이 김효주(25)를 1타 차로 제치고 ‘한국-미국-일본-중국-캐나다 5개국 내셔널 타이틀’을 모두 거머쥐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1주일 전 제주에서 열린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제14회 S-OIL 챔피언십은 기상악화(비, 바람, 안개, 낙뢰)로 2라운드를 마치지 못해 우승자를 가리지 못했습니다. 1라운드 성적으로만 따져 8언더파를 기록한 최혜진(21)이 우승 아닌 1위를 차지했습니다.

2라운드를 마치면서 12언더파로 선두로 나섰던 김지영(24)은 손에 잡았던 3년 만의 우승을 놓쳐 매우 아쉬웠습니다. 1라운드 4언더파였던 김지영은 2라운드에서 무려 8타를 줄여 최혜진과 김민선(25)에게 1타 차 앞선 선두를 달렸기 때문입니다.

김지영은 2라운드 첫 홀에서 더블보기를 적어낸 후 나머지 17개 홀에서 버디 10개를 잡아내 8언더파를 기록했습니다. 아무리 정상급 프로라도 첫 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하면 이후 부진할 수밖에 없는데 김지영의 투혼이 놀랍죠?

정확한 기록은 찾을 수 없지만 첫 홀에서 더블보기를 저지른 후 10개의 버디를 쏟아낸 것은 LPGA(미국여자프로골프)에서 보기 힘들고 아마 KLPGA에서는 거의 처음일 듯 싶습니다(2라운드 취소로 공식기록 인정 안 됨).

아마추어들은 김지영의 놀라운 플레이에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첫 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하면 김이 새서 다들 그날 스코어를 망치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김지영처럼 ‘첫 홀 더블보기’를 만회하기 위해 2번 홀부터 강한 정신력으로 파 행진을 벌이면 당일 경기의 승자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어떻습니까. 첫 홀에서 더블보기, 혹은 트리플 보기를 저지르고는 동반자나 캐디에게 ‘올파’를 적자고 부탁 내지 간청을 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잘 돌이켜 보십시오. 억지로 ‘첫 홀 파’를 적었다고 그날 스코어가 크게 향상됐나요? 그렇진 않을 겁니다. 괜한 자만심과 부끄러움으로 오히려 부진했던 경우가 더 많았을 겁니다.

아시아 선수로는 최다인 PGA(미국프로골프) 8승에 빛나는 최경주(50)는 ‘첫 홀 보기는 보약’이라고 말합니다. 프로 대회서 첫 홀 보기를 했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실패를 딛고 이후 17개 홀에서 파를 쏟아낸다면 ‘보기가 보약’이 될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들도 최경주 프로의 조언에 따라 보기 이상을 하더라도 첫 홀부터 정확한 스코어 기재를 해보세요. 보기 이상을 저질렀다면 이후 홀에서 파 행진 혹은 버디 한두 개를 추가하겠다는 다부진 각오로 플레이에 임할 수 있습니다. 기량이 향상될 수 있는거죠.

물론, 첫 홀뿐 아니라 다른 홀에서도 스코어를 정확히 계산해야 됩니다. 어떤 이는 캐디에게 부탁해 트리플 보기 이상을 하더라도 무조건 더블보기로 적으라고 다소 강압적인 지시를 내리기도 한다는데, 회사에 가서도 이런 엉터리 회계를 일삼는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홀 ‘올파’도 삼가야 합니다.

이제부터 이런 나쁜 습관은 버리시길 바랍니다. 프로처럼 스코어카드를 대회본부에 제출하는 것도 아니니 스코어를 속일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골프란 게 이번 홀 안되면 다음 홀, 오늘 안되면 다음 라운드에서 잘 치면 됩니다.

절대 ‘거짓 스코어’의 유혹에 넘어가지 마십시오. 늘 가슴에 새겨야 할 게 ‘첫 홀 보기는 보약, 올파는 독약’입니다. 떳떳한 스코어는 그날 라운드를 더욱 편안하고 즐겁게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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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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