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하더라" 이태양 역시 트레이드 '촉'을 느꼈다 [★인터뷰]

인천=심혜진 기자 / 입력 : 2020.06.19 05:07 / 조회 : 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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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드를 통해 SK에 합류한 이태양./사진=심혜진 기자
트레이드 되는 선수들은 '촉'이 있나 보다. 류지혁(26)도 그랬고, 18일 트레이드를 통해 정든 한화를 떠나 'SK맨'이 된 우완 투수 이태양(30)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당일 트레이드 낌새를 느꼈다.

2010년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한화에 입단한 이태양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팀을 옮기게 됐다. 자신이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지만 지난 8일 갑작스럽게 머리 속에 떠오른 생각이 '아 나도 트레이드가 될 수도 있겠구나'였다고 한다.

그의 직감은 현실이 됐다. 1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난 이태양은 "2군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워밍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단장님이 통화하고 싶다고 하며 부르더라. 그때 느낌이 이상했다. 쎄하더라. 단장님이 전화로 'SK로 가게 됐다. 네가 가치가 있어서 가는 거니까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아라. 같은 팀에 있는 게 아니니 더 자주 편하게 볼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트레이드 소식을 알려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2군 내려갈 때 은연중에 '내가 트레이드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상상하기도 싫은 생각이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렇게 트레이드 소식을 들은 이태양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선수단, 코칭스태프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인천으로 가야 할 시간이 오자 이태양의 눈에서 쏟아졌다. 그는 "이 팀을 떠난다는 것은 야구를 그만뒀을 때나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더라. 진짜로 가야 할 시간이라고 하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1군에 있는 형들과는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왔다"고 되돌아봤다.

공교롭게도 한화 시절 투수코치와 선수로 사제의 정을 나눴던 정민철(48) 단장이 직접 이태양을 트레이드 시켰다. 그는 "약간의 배신감도 느꼈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그러실 것 같았다. 단장님은 공과 사 구분이 확실하신 분"이라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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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양./사진=SK 와이번스


1대1 트레이드 소식이 전해진 뒤 SK를 향한 비판은 컸다. 노수광이 더 아깝다는 것이다. 이태양도 이러한 여론을 알고 있었다. 그는 "그건 당연하다고 본다. 프로 선수면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 비교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이제 새 팀에서 더 잘하느냐가 중요하다.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야 한다. 그건 나에게 달렸다"고 힘줘 말했다.

이제 선수 인생 제2막을 연다. 이태양은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잘할 자신이 있다. SK에서 나를 필요로 해서 좋은 기회를 줬으니 첫 번째도 잘해야 하고, 두 번째도 잘해야 한다. SK는 꾸준히 상위권에 있었던 팀이고, 올해 잠깐 주춤한 것뿐이다. 언제든지 치고 올라갈 수 있는 팀이다. 강한 팀이고, 막상 훈련해보니 굉장히 분위기가 좋더라. 빨리 잘해야 할 것 같다. 마운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밖에 없는 것 같다"고 다짐했다. 자신의 다짐대로 트레이드 되자마자 마운드에 오른 이태양은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한편 SK는 한화와 오는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대전 원정에 나선다. 이태양에게는 친정팀에 비수를 꽂을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이태양은 "1~2년도 아니고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무려 11년간 몸 담은 팀이다. 이제는 상대편이니 나를 잘 안다고 해도 나 역시 타자들을 잘 안다. 이 악물고 던지겠다. 한화 상대로는 더 잘 던지겠다(웃음). 한화에게는 안타도 맞기 싫을 것 같다(웃음). 농담이고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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