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번트를...' 호잉도 한화도 안타까움이 쌓인다

대전=이원희 기자 / 입력 : 2020.06.1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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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대전 두산전에서 삼진을 당한 제라드 호잉. /사진=OSEN
오죽하면 외국인 4번타자가 번트를 시도했을까. 선수도 구단도 안타까움이 쌓이고 있다,

한화 이글스의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31)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호잉은 지난 14일 대전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특별 서스펜디드 경기에서 4번타자 우익수로 출장했으나 5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곧이어 벌어진 두산과 시즌 3차전에서도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팀의 기적 같은 18연패 탈출, 반가운 2연승 속에 가려지기는 했으나 아쉬움이 많았던 호잉의 성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결정적인 상황에서 방망이가 침묵했다는 것이다. 이는 꽤 오래 지속되고 있다. 올 시즌 호잉은 타율 0.202, 득점권 타율은 0.250에 불과하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서스펜디드 경기 7회말 1사 1, 3루. 한화는 정은원(20)의 2타점 2루타로 6-5 역전에 성공하며 팀 사기가 한껏 올라왔다. 하지만 이후 1사 1, 3루 찬스에서 타석에 선 호잉은 단 공 3개만으로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팀 추격극에 찬물을 끼얹은 순간이었다.


이 과정에서 호잉은 두산 불펜 이현승(37)의 초구를 노려 번트를 시도하기도 했다. 좀처럼 방망이가 맞지 않다 보니 다양한 방법을 고민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9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2회초에도 호잉은 상대 선발 애드리안 샘슨(29)의 초구에 기습번트를 시도했다. 외국인 타자에게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최원호 한화 감독대행은 당시 “호잉에겐 기습 번트보다 화끈한 타격을 기대한다”고 말했으나, 또다시 번트를 시도한 것이다.

이런 노력에도 호잉은 반전을 만들지 못했다. 서스펜디드 경기 9회말 1사 1, 2루에서도 2루수 뜬공으로 아쉬움을 삼켰다. 한화 입장에서는 다행히 2사 2, 3루 찬스에서 노태형(25)이 끝내기 안타를 때려내 지긋지긋한 18연패에서 벗어났다. 호잉은 역사에 오래 남을 '끝내기 주인공'이 될 수 있었지만, 스스로 그 기회를 걷어찼다.

다음 경기에서도 호잉은 1회 3구 승부 끝에 유격수 뜬공, 4회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5회말 2사 만루서 볼넷을 골라내 팀의 밀어내기 득점을 이끌었지만, 8회말 투수 땅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호잉이 한화 유니폼을 입은 것은 벌써 3년째다. 첫 시즌이었던 2018년만 해도 팀의 복덩이였다. 정규시즌 142경기에서 타율 0.306, 30홈런 110타점을 때려내며 팀의 가을야구를 이끌었다. 하지만 지난 해 타율 0.284, 18홈런 73타점으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그럼에도 한화는 호잉과 재계약을 택했다. 한국에서 오래 뛴 경험과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해 초반부터 너무 헤매고 있어 한화 구단을 당황케 하고 있다.

호잉은 장점이 많은 타자다. 좋은 외야 수비, 뛰어난 송구 능력, 빠른 주루플레이까지 갖췄다. 하지만 외국인 타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날카로운 타격이다. 모처럼 2연승에 성공한 한화. 하지만 호잉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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