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이 오면 흥국생명이 무조건 우승할까요? [★취재석]

한동훈 기자 / 입력 : 2020.06.06 06:20 / 조회 : 3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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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사진=뉴스1
공은 둥글다.

최근 V리그 여자부 가장 뜨거운 이슈는 '배구여제' 김연경(32)의 국내 복귀다.

현장의 시선은 엇갈린다. 여자 배구 흥행과 전력 불균형, 두 가지 상반된 전망이 공존한다. 김연경이 온다면 흥국생명을 막을 팀이 없다는 두려움이 전제로 깔린다.

흥국생명은 이번 FA 시장에서 국가대표 쌍둥이 이재영, 이다영(24) 자매를 품었다. 이미 강력한 우승 후보다. 김연경까지 가세하면 흥국생명은 국가대표나 다름 없는 전력이다. 밸런스 붕괴가 괜한 걱정은 아니다.

하지만 화려한 스쿼드만으로 왕좌를 가져갈 수 없다. 프로 스포츠에서는 종목을 막론하고 예상과 빗나간 결과는 허다하다. 김연경이 합류한 흥국생명이 과연 우승을 당연하게 할 수 있을까?

당장 가깝게는 2018~2019시즌 남자부 현대캐피탈이 떠오른다. 현대캐피탈은 당시 FA 최대어 전광인과 직전 시즌 공격 1위 외국인 파다르를 영입했다. 기존 문성민과 국내 최고 센터 신영석까지, 현대캐피탈은 '어벤져스'로 불렸다. 통합 우승에는 실패했다(정규리그 2위, 챔피언결정전 우승).

2018년 프로야구에서는 SK 와이번스가 한국시리즈서 절대 1강 두산 베어스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당시 두산은 페넌트레이스를 무려 14.5경기 차 압도적인 차이로 우승했다. 한국시리즈 역시 '어차피 우승은 두산'이란 분위기가 팽배했다. SK가 과연 몇 경기나 이길까가 관심사였다. 뚜껑을 열자 SK가 4승 2패로 두산을 제압했다.

세계적인 인기 클럽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 사례도 있다. 레알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2000년부터 루이스 피구, 지네딘 지단, 호나우두, 데이비드 베컴 등 세계 굴지의 스타 플레이어를 쓸어 담았다. '지구 방위대'라는 별명이 붙었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레알의 리그 우승은 고작 1회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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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사진=KOVO
흥국생명은 이겨야 본전인 경기들을 숱하게 마주하게 된다. 엄청난 부담이다. 1경기 질 때마다 언론과 팬들의 도마 위에 오를 것이다. 이러한 경기 외적인 압박은 의외로 영향력이 지대하다.

2015년, '야신'으로 추앙 받던 김성근 전 감독이 한화 이글스 사령탑을 맡았다. 당시 미디어는 한화가 암흑기 탈출은 물론 포스트시즌 진출도 기정 사실이며 대권까지 노릴 만하다는 기사를 연일 쏟아냈다. 김성근 감독 재임 기간 한화는 6위, 7위, 8위에 머물렀다.

흥국생명은 이미 지금부터 여론의 집중 관심을 받고 있다. 시즌 시작은커녕 김연경과 아직 도장을 찍지도 않았는데 피로도가 쌓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규 시즌은 장기 레이스다. 베스트 멤버가 전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하기 불가능하다. 부상 위험이나 체력 안배 등 기나긴 시즌 동안에는 무수히 많은 변수가 도사린다. 우승을 위해서는 1군 선수단 전체가 얼마나 탄탄하게 짜여졌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흥국생명의 경우 이미 샐러리캡 23억 원 중 10억 원을 이재영(6억 원), 이다영(4억 원)에게 소모했다. 김연경에게 지불 가능한 최고액은 6억 5000만 원이다. 그러면 6억 5000만 원이 남는다. 이 돈으로 최소 11명에서 최대 15명까지 선수단을 구성해야 한다(KOVO 선수등록정원 14~18명). 충분한 뎁스를 갖춘 엔트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는 흥국생명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한편 흥국생명은 이번 주말 김연경과 만나 구체적인 조건을 결정하고 복귀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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