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 열풍은 '깡'이 아닌, 비에 대한 재평가[★FOCUS]

이정호 기자 / 입력 : 2020.06.06 11:00 / 조회 :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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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숨어 듣지 않는다는 반응이 줄을 이을 정도로 '깡' 열풍이 대단하다. 그러나 사실 '깡' 열풍은 혹평을 받았던 노래 '깡'보다는 한물 간 월드스타라고 평가받던 비에 대한 재평가다. 소비자들이 주도해 만든 문화를 당사자가 쿨하게 받아들이며 스스로 제2의 전성기를 만들었다.

지난 5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발매된 하이어뮤직(H1GHR MUSIC)의 박재범을 비롯해 김하온(HAON), pH-1, 식케이(Sik-K)가 참여한 '깡' 리믹스는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을 비롯해 지니, 벅스 등 실시간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나의 놀잇거리가 문화로서 자리해 2020년 5월과 6월을 그대로 삼켜버렸다.

'깡'은 지난 2017년 12월 발매된 비의 미니앨범 'MY LIFE愛'의 타이틀곡이다. 흐름을 역행하는 사운드와 트렌드와 맞지 않는 강한 안무, 자기애가 넘치는 가사 등 모든 부분에 대해 비판을 받았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2000년대 한국 가요계를 휩쓸었을 뿐 아니라 할리우드 주연 배우로 활약하며 월드스타라 불렸던 비에게 있어서는 최악의 커리어였다. 여기에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의 참패는 UBD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비는 그렇게 대중과 멀어졌고,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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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하이어 뮤직


그런데 비가 다시 대중 곁으로 돌아왔다. 통계청 논란으로 신조어 UBD가 다시 주목을 받던 때 유튜브 등을 통해서 비의 비교적 최신곡인 '깡'이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여학생의 '깡' 커버 영상까지 화제를 모으며 강렬하지만 다소 우스꽝스러운 '깡' 안무를 커버하는 이들이 많아졌고, 어느 순간 '1일 1깡'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지며 화제를 모았다. 2017년 당시 비의 무대 영상과 뮤직비디오는 성지가 돼 지금까지도 수많은 순례객들이 성지순례 중이다.

이러한 열풍에 불을 지핀 것은 MBC '놀면 뭐하니?'다. '깡' 열풍이 비와 그의 콘텐츠를 희화하고 조롱하면서 화제를 모은 터라 당사자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다. 이전까지 비는 이 부분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아 본 방송에 대해 더욱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비는 쿨하게 받아들였다. "요즘 예능보다 내 댓글을 보는 게 재밌다", "1일 3깡은 해야지" 등 말하며 오히려 더 즐겨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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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유튜브 캡처


쿨한 비의 반응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더욱 '깡'을 즐겼다. 톱스타 이미지에 가려져 있던, 비의 인간성에 감탄했다는 이들도 상당수다. 오히려 '깡' 열풍이 비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지며 제2의 전성기로 이어졌다. 대중의 긍정적인 반응에 힘입어 비는 이효리, 유재석과 더불어 혼성그룹 싹스리의 멤버로 합류했으며, 새우깡 모델로 발탁되는 등 대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비의 센스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발매한 앨범 'RAIN EFFECT'의 타이틀곡 'LA SONG' 역시 '깡'과 마찬가지로 발매 당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특히 후렴구 '라~ 라라라라' 부분이 트로트, 특히 태진아 창법과 비슷하다며 조롱하는 악플이 많자 비는 태진아와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꾸몄다. 자신의 부정적인 반응을 유쾌하게 풀어내 여론을 한 순간에 뒤바꿨다.

매사를 열심히, 그리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비의 태도는 이번에도 '나 비 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제2의 전성기를 불러 일으킨 비의 활약에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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