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결백' 익숙한 스토리, 신혜선 만나 신선해졌다

김미화 기자 / 입력 : 2020.06.05 09:39 / 조회 : 1437
  • 글자크기조절
image
/사진='결백' 포스터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변호사. 엄마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딸. 사건의 뒤편에 숨겨진 추악한 진실. 영화와 드라마에서 수없이 봐왔던 법정드라마, 추적극의 익숙한 스토리가 스크린 첫 주연을 맡은 신혜선을 만나 신선해졌다.


영화 '결백'(감독 박상현)은 기억을 잃은 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엄마 화자(배종옥 분)의 결백을 밝히려는 변호사 정인(신혜선 분)이 추시장(허준호 분)과 마을 사람들이 숨기려 한 추악한 진실을 파헤쳐가는 무죄 입증 추적극이다.

가난한 시골 마을, 장애가 있는 동생만 챙기는 아빠에게 학대 받던 정인은 대학교에 보내달라고 말하자 거절 당하고 아빠는 정인의 목을 조른다. 꿈이 좌절된 정인은 결국 손목까지 긋지만, 엄마가 발견해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결국 정인은 짐을 싸고 시골을 떠나고, 서울대 법대에 입학해 사법고시를 치른 후 유능한 변호사가 된다. 대형 로펌의 성공한 변호사로 십 년 넘게 가족과 연락도 끊고 살던 정인은, 어느날 뉴스를 보던 중 자신의 어머니 화자가 막걸리에 농약을 타서 사람을 죽인 농약 막걸리 사건의 피의자로 경찰에 잡혀가는 것을 보게 된다.

그렇게 정인은 고향인 대천으로 내려와 엄마의 변호인이 되고, 살인 사건 뒤에 추시장 패거리의 추악한 계획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고군분투한다.

정황증거만으로 엄마가 살인자로 몰린 상황. 설상가상으로 엄마는 급성 치매 때문에 딸도 알아보지 못한 채 자폐성 장애인 동생 정수(홍경 분)를 감싸기 위해 자신이 일을 저질렀다고 자백한다.


image
/사진='결백' 스틸컷


'결백'은 익숙한 스토리 속 반전 장치를 넣었다. 진실을 쫓는 주인공, 그것을 막는 사람들, 또 이유 없이 도와주는 친구까지. 관객에게 익숙한 이야기다. 익숙하다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스토리가 예상된다는 건, 설명의 낭비를 줄일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 '결백'은 관객을 끌고 가는 힘이 있다. 허술한 부분도 있지만, 관객을 납득시켜 다음 장면으로 이끈다.

그중 가장 큰 힘은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노역 분장을 한 배종옥은 깊이 있는 연기력으로 영화의 중심을 잡았다. 치매 연기부터 분노하는 모습까지, 익숙한 인텔리한 배종옥의 모습은 없고 삶에 배신당해 나락으로 떨어진 엄마의 모습만 있다. 허준호는 악역이면서 능글능글한 추시장 역을 맡아 영화의 안타고니스트로 활약한다. 여기에 자폐성 장애를 가진 정수 역을 연기한 홍경은 신선한 얼굴로 영화에 이야기를 더한다. 조력자 양왕용으로 등장하는 태항호는 휘몰아치는 이야기 속 숨구멍이 돼준다.

무엇보다 '결백'을 통해 스크린 첫 주연을 맡은 신혜선은 힘 있게 영화를 끌고 간다. 무표정한 얼굴 속 분노와 슬픔을 담아냈다. 도도하고 자존심 센 모습에서는 '비밀의 숲' 영은수가 오버랩 되기도 하지만 스크린으로 보는 신혜선은 확실히 다르다.

특히 화자를 살인자로 몰기 위해 거짓을 위조하는 부장검사에게 엄마의 결백을 밝히겠다고 말하는 장면은 클로즈업 된 얼굴 가득 온갖 감정을 담아냈다. 엄마 화자의 면회를 가서 두 사람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도 클리셰 같지만 툭 관객의 마음을 건드려 눈물샘을 자극한다.

'결백'은 익숙하지만 관객을 끌고 가는 힘이 있다. 배우들은 이 시국에 영화를 보러 오라고 하기 죄송하다고 했지만, 오랜만에 가족과 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아도 좋을 듯 하다. 개봉이 두 차례나 미뤄졌다가 극장을 찾은 '결백'이 '침입자'와 함께 얼어붙은 영화계에 훈풍을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6월 10일 개봉. 15세 관람가.
기자 프로필
김미화 | letmein@mt.co.kr 트위터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미화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