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 김영민 "vs 박해준, 태오가 더 나쁘죠"[★FULL인터뷰]

한해선 기자 / 입력 : 2020.05.2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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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영민 /사진=매니지먼트 플레이


'귀때기', '오뚝이'. 배우 김영민(48)이 '별명 제조기'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의 20년 연기 경력이 선 굵은 악역과 만났고, 역할이 화면 넘어 시청자들에게 인상 깊게 전달된 탓이다. 화제작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 이어 JTBC '부부의 세계'로 데뷔 20년만, 지천명에 주가 상승 중인 김영민이다.

김영민의 연기는 늘 힘 있었다. 2001년 영화 '수취인불명'으로 데뷔해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그물', '대립군',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등 과거부터 조연이지만 눈에 띄는 열연으로 눈길이 갔다. 최근 들어 드라마 '나의 아저씨', '숨바꼭질', '구해줘2'에서 내연남, 안하무인 재벌가 후계자, 선량한 척 사이코패스인 목사로 안방극장에 긴장감을 조성했다. 그러다 그는 '사랑의 불시착'에서 정만복 역으로 도청 군인 '귀때기'란 애칭을 얻더니, '부부의 세계'에선 김희애와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베드신으로 '오뚝이'가 됐다. 그는 악역에서 빛나는 배우다.


김영민은 이제야 포텐셜이 터진 화제성에 심취할 법도 한데 "오버하거나 오만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한다. 실제론 조곤조곤 수줍음 많은 반전 매력도 있다.

'부부의 세계'는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의 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야기. 영국 BBC 화제작 '닥터 포스터'를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19세이상 관람가로 설정한 파격적인 치정극, 예상을 뒤엎는 쫀쫀한 전개, 배우들의 열연 등으로 매회 압도적인 화제를 모았다. '부부의 세계'는 지난 16일 최고 시청률 28.4%(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와 함께 JTBC, 종합편성채널 최고 기록으로 종영했다.

김영민은 극중 이태오(박해준 분)와 중, 고등학교 동창인 회계사 손제혁 역을 맡았다. 손제혁은 조신한 아내 고예림(박선영 분)을 두고 매일같이 원나잇을 즐기는 바람둥이다. 이태오 아내 지선우(김희애 분)와 하룻밤 잠자리를 가진 후 이태오가 놓은 덫에 걸려 또 다른 바람을 피우다 고예림에게 이혼을 요구받았다. 손제혁은 잠시 개과천선 하는 줄 알았지만, 결국 고예림과 파경에 이르렀고 1년 뒤 재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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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영민 /사진=매니지먼트 플레이


-폭풍 같은 '부부의 세계'가 끝났다.

▶보통 작품이 끝나면 시원섭섭하다고들 하는데 '부부의 세계'는 이야기가 더 있고 촬영이 더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시청률이 좋아서 더 그랬던 것 같은데 스태프, 배우들 간의 호흡이 너무 좋았다.

-엔딩에서 지선우, 이태오는 완벽히 이혼하고 아들 이준영(전진서 분)은 정신적 충격을 받고 가출했다가 돌아오는 듯한 열린 결말이었다. 손제혁은 고예림과 이혼 후 새 여자와 재혼하며 씁쓸함을 줬다.

▶제혁은 진심으로 개과천선하려 했고, 이후 예림의 의심을 사는 과정에서 선을 타는 연기가 필요했다. 문자를 보고 씨익 웃는 장면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제혁은 1년 후 재혼을 했는데 사랑은 놓쳤지만 인생은 찾은 사람 같았다. 제혁은 예림과의 이혼 과정에서 사랑에 대해 배운 것 같다. 그래서 태오는 가정을 못 꾸리지만 제혁은 가정을 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준영이 장면은, 아이가 가출해서 돌아오지 않는 비극으로도 그릴 수 있었겠지만 재미있었던 건, 준영의 얼굴이 안 보여졌다는 것이다. 준영이가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궁금해지면서 더 슬프게 느껴졌다. 잘 구성된 결말이었던 것 같고 희비극 같았다.

-결혼을 현실적으로 연기한 김희애의 역할을 어떻게 봤나.

▶김희애 선배님이 완벽 이상의 완벽한 연기를 하신 것 같다. '부부의 세계'는 한 회 한 회가 거의 마지막회 같은 느낌이었는데 선배님이 너무 열심히 해주셔서 깊이가 생겼다. 숨 쉬고 있는 것만 봐도 지선우 같아서 소름이 끼쳤다. 선배님이 어떤 노력을 하셨겠다는 생각이 드니 너무 존경스러웠다. 마지막 촬영이 끝난 후 존경을 표하고 싶었다. '부부의 세계'가 잘 된 이유 중 큰 두 가지는 모완일 감독님과 김희애 선배님 덕이라 생각했다.

-손제혁으로 분하며 주변에서 뜨거운 반응을 느꼈겠다.

▶'사랑의 불시착' 때 귀엽고 사랑스런 모습을 응원하는 분이 있었고, '부부의 세계' 때는 바람피지 말라고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작품에 대한 응원을 많이 들었다. '바람 피지 마'라는 반응은 아마 (박)해준이가 많이 들었을 것 같다.(웃음) 제혁으로 욕망에 가득 찬 지질하고 덜떨어진 모습을 보여주려 했고, '부부의 세계' 작품적으론 상처받은 여성, 사회적 면을 많이 보여주려 했다.

-실제 아내의 반응도 궁금하다.

▶시청자들과 비슷하게 보더라. 태오나 제혁이가 잘못하고 있으면 '지질이'라 하고 등짝도 때렸다. 이전엔 대본도 보더니 이번엔 대본을 보면 재미없겠다고 안 보더라. 나도 와이프도 '부부의 세계'에 많이 빠져서 봤다. 대본을 알고 봐도 재미있었는데 감독님의 힘이었던 것 같다.

-'섹스 중독' 제혁을 그리기도 쉽지 않았겠다.

▶쉽지 않았다. 성적인 부분만 아니라 친구들끼리 '넌 그렇게 살지 말아라'고 한다. 서로 자존심을 내세우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남자들 사이에 있기도 하다. 바람 피우는 심리는 그걸 훈장으로 여긴 것 같다. 태오가 바람 피는 것과 제혁이 바람피는 것은 또 다르다. 제혁은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1차적인 욕망이 많았다. 그런 인간은 결핍된 것 같아 보인다. 여러 생각을 못하고 자신의 행동이 어떤 상처를 줄 수 있는지 상황 판단이 안되는 것 같다. 내 배고픔만을 채우는 게 당장의 행복이라 생각한 것 같다. 지선우는 플러스로 마음에까지 두는 사랑의 감정이 있다고 생각했다. 태오한테도 영향을 끼치면서 복잡하게 보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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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영민 /사진=매니지먼트 플레이


-원작 '닥터 포스터'와 '부부의 세계' 차이점은?

▶'부부의 세계'는 요즘 우리시대에 화두가 되고 있는 여성에 대한 남자들의 못난 행동과 말들을 다룬다 생각했다. '닥터 포스터'는 한 인간에 집중했다면 '부부의 세계'는 확장해서 그린 것 같다.

-'나의 아저씨' 때도 불륜 역을 맡았다.

▶'부부의 세계' 모완일 감독님은 오히려 '구해줘2'를 보고 좋았다고 캐스팅했다. 천호진 선배님과 연기를 하는데 밀리지 않는 느낌이라 하더라. 꼭 같이 연기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필모그래피에서 '지질한 악역'을 많이 맡았다.

▶연기를 하는데도 새롭고 재미있는 것 같다. 사회적으로 성공하든 아니든 우리가 고쳐야 할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 요즘 작품에서 그런 남자들이 많이 그려지는 것 같다.

-코로나19 상황 속 촬영이 쉽지 않았겠다.

▶엄청 조심스럽게 촬영했다. 작품에도 집중하면서 스태프들도 다 마스크를 끼고 한 명이라도 조심하려고 했다.

-손제혁이 마시는 맥주가 무알코올이라는 시청자 캡처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무알코올 맥주였는지는 몰랐다. 하하. 연기할 때는 으레 가짜 술로 하는 줄 알았다.

-'부부의 세계' 중 기억나는 장면은?

▶제혁이 태오와 지질하게 싸우는 장면이다. 싸우는 중에 소리로 채워야 할 것 같아서. '네가 물어봤잖아'라고 애드리브도 했는데 현장에서 빵 터지더라. 대본 자체가 밀도가 높아서 쉽게 애드리브를 할 순 없었다. 작품의 분위기에 해가 되지않게 선을 찾아가려 했던 게 연기할 때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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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영민 /사진=매니지먼트 플레이


-태오 VS 제혁, 누가 더 나쁜 놈일까.

▶태오는 사건이 터지면 합리화를 하는데, 제혁은 '나는 여자가 좋아'라고 하다가 단순하게 인정하는 부분이 있었다. 둘 다 나쁘지만 태오가 더 나쁘게 그려진 것 같다.

-손제혁의 사랑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사랑이 늘 가슴 뛰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제혁이 '사랑은 공기 같은 것'이라 하기도 했는데, 부부간의 사랑은 혹자는 '정'이라 하지만 새로운 개념이 각자마다 생기는 것 같다. 제혁이가 그런 사랑을 뒤늦게 알게 된 것 같다. 그러나 제혁이 깨달아봤자 때는 이미 늦었다.

-박선영과의 부부 연기 호흡은 어땠나.

▶너무 좋았다. 워낙 베테랑 배우다. (박)선영 씨가 긍정적이고 현장에서 스태프들, 배우들에게 밝고 건강하게 대하는 면이 있다. 대본을 보며 모든 배우들이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예림이도 감정선이 어려운 역할이었는데 선영 씨가 너무 잘 소화해줬고 입체적으로 잘 그렸다. 선영 씨가 가진 모습을 고예림 역으로 잘 보여줬다.

-'부부의 세계' 인물들 중 승자가 있을까.

▶승자는 없는 것 같다. 준영이가 돌아왔다고 하더라도. 패자는 있는 것 같다. 이태오다. 제혁도 승자는 아니지만 태오가 더 실패했다고 본다. 제혁은 예림이로 인해 뭔가 얻은 게 있는데 태오는 앞으로도 힘들겠다고 느꼈다.

-연기를 하는 데에 목표가 있다면?

▶어렸을 때부터 특별한 스타일, 특별한 캐릭터를 해야겠다는 건 없었는데 지금 잘 하고 있는 것인가 계속 의문을 가지려 한다. 좋은 행보를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김영민이 연기한다고 하면 시청자들이 작품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올해 제 56회 백상예술대상에 다수 작품으로 노미네이트 됐다.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후보에 오른 것만 해도 만족한다. 나 하나만을 위해 이름이 오른 것만은 아니겠단 생각이 들었다. 작품을 대표해서 올랐다 생각해서 희망을 가져보자고 생각한다.

-차기작은?

▶JTBC에서 올 하반기에 '사생활'을 선보인다. 서현, 고경표, 김효진 배우와 하는 작품이다. 두 작품이 연달아 잘 되니 다음 작품에서 걱정도 되는데, 그래도 하나하나 잘 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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