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력의 라모스와 오심, 그리고 KT의 속사정이 만든 '완벽한 삼중주' [★현장]

잠실=한동훈 기자 / 입력 : 2020.05.2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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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라모스가 24일 잠실 KT전 끝내기 만루 홈런을 치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LG트윈스


24일 잠실, KBO리그 통산 8번째 '각본 없는 드라마'가 방영됐다. 경기 초반 발생한 오심, 필승조를 가동할 수 없었던 KT의 속사정, LG 새 외국인타자 라모스의 괴력이 만들어낸 완벽한 삼중주였다.

LG는 24일 잠실에서 열린 2020 KBO리그 KT전에 9-7로 승리했다. 5-7로 뒤진 9회말 1사 만루, 라모스가 굿바이 그랜드슬램을 폭발시켰다.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은 KBO 역대 8번째, LG 구단 2번째 진기록이다.


경기 후 류중일 LG 감독이 "각본 없는 드라마"라 기뻐했을 정도로 드라마틱한 내용이었다. 초반부터 극적인 여러 요소들이 절묘하게 겹치면서 대역전 시나리오가 완성됐다.

◆발단 : "오늘 주권, 김재윤은 휴식입니다."

KT는 이날 필승조를 가동할 수 없었다. 셋업맨 주권과 마무리 김재윤이 쉬어야 했다. 주권과 김재윤은 모두 22일, 23일 등판했다. 24일까지 나온다면 3연투다. 시즌 초반부터 무리할 필요는 없다. 선발투수 쿠에바스가 최대한 오래 버텨야 했다. 경기 막판 불안요소를 이미 안고 시작했다.


◆전개 : 3회말 오심

4-4로 맞선 3회말, 오심이 나왔다. 1사 1, 3루에서 유강남이 우중간 뜬공을 때렸다. 그리 깊지 않은 타구였다. 3루 주자 정근우가 과감하게 리터치, 홈을 노렸다. 접전 타이밍이었는데 정근우가 살았다. 하지만 포커스는 여기가 아니었다. KT는 정근우의 스타트가 빨랐다고 봤다. 3루에 공을 던져 베이스를 밟아 확인했다. 3루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LG의 5-4 역전은 무효가 됐고 이닝이 그대로 끝났다. 방송 중계 화면 확인 결과 정근우는 확실히 포구 이후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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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말 정근우의 홈 리터치 득점이 취소됐다. /사진=뉴스1
◆위기 : 7회초, 쏟아지는 실책들

KT 쿠에바스는 3회를 가까스로 넘긴 뒤 순항했다. LG는 쿠에바스 공략에 애를 먹었다. 4-4로 소강상태가 이어졌다. 그러던 7회초, LG가 수비 실수를 연발했다. 두 번째 투수 김대현이 2루 송구 실수를 범했다. 세 번째 투수 진해수는 베이스커버에 들어가다가 1루를 밟지 못하는 미스를 했다. LG는 이 이닝에만 3점을 헌납했다. 쿠에바스가 105구 역투를 펼치며 7회말까지 책임졌다. 4-7로 뒤진 LG에게 남은 공격 기회는 2번 뿐이었다.

◆절정 : 김현수, 채은성의 연속안타

LG는 8회말 공격을 소득 없이 허비했다. 3점 뒤진 상황에서 9회말을 맞이했다. KT 구원 하준호가 갑자기 흔들렸다. 유강남, 정주현이 연속 볼넷을 얻었다. 대타 박용택이 내야 뜬공으로 물러나 흐름이 끊겼다. 그러나 김현수가 5-7로 따라붙는 우전 적시타를 뽑았다. 채은성이 중전안타를 쳐 베이스를 꽉 채웠다.

◆결말 : '라모스 엔딩'

1사 만루, 라모스가 등장했다. 라모스는 22일 4타수 1안타, 23일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하고 있었다. 이날도 4번째 타석까지 무안타였다. 그렇게 5번째 타석에 들어왔다. 라모스는 2볼 2스트라이크에서 5구째 슬라이더를 걷어 올렸다. 우측 담장을 넘어갔다. 라모스는 "2스트라이크에 몰렸다. 좋은 공이 오길 기다렸다. 희생플라이는 될거라 생각했다. 끝내기 만루홈런은 나도 태어나서 처음이다"라 기뻐했다.

LG의 끝내기 만루홈런은 2009년 4월 10일, '페타지니'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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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선수들이 24일, 잠실 KT전 끝내기 만루홈런을 때리고 들어오는 라모스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LG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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