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보 걷기에 대한 다른 시각

채준 기자 / 입력 : 2020.05.17 14:39 / 조회 :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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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안산에이스병원


코로나19로 움츠러들었던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나 둘 야외활동을 나오고 있다.


주말에 밖을 나가면 공원이나 집 근처 운동장, 주변 얕은 산으로 걷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쉽게 마주치게 된다. 이렇게 갑자기 하루 걸음걸이를 늘리다 보면 발에 무리가 오고 통증이 발생한다. 그 중 가장 흔한 질환이 족저근막염이다. 족저근막은 발뒤꿈치부터 발가락까지 뻗어있어 발의 아치를 유지하고 발바닥이 받는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족저근막에 반복적인 미세 손상이 쌓여 염증이 발생하는 것을 ‘족저근막염’이라 한다. 미세 손상을 일으키는 행동은 걷기나 오래 서 있기다. 직업적으로 많이 걸을 수밖에 없는 마트의 점원이나 영업 직원에게서 족저근막염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족저근막염으로 병원을 방문하면 환자들에게 직업상 많이 걷지는 않는지 평소보다 걷는 활동을 많이 하지 않았는지 물어본다. 직업적으로 많이 걷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걷기 운동을 최근 많이 했다면 운동을 바꾸거나 줄이는 것을 권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걷기가 건강에 안 좋다고 하니 다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방송이고 신문이고 걷기를 건강의 최고로 찬양하고, 심지어 한 통신사에서는 하루 1만보 이상 걷는 날을 한 달에 며칠을 채우면 통신비 할인까지 해준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1만보 걷기는 건강해지기 위한 진리처럼 믿는다.


하지만 1만보 걷기 운동이란 정말 과학적으로 증명된 진리 같은 사실일까? 작년에 방송된 영국 BBC 다큐멘터리 ‘운동의 진실 (’에 1만보 걷기 운동이 건강 상식으로 통용된 과정을 파헤쳤다.

1만 보 건강론의 시초는 일본 규슈보건대 요시히로 하나노 교수이다. 요시히로 교수는 1960년대 초 일본 성인의 비만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당시 일본 성인의 하루 평균 걷기 평균은 3500~5000보 가량 밖에 되지 않는 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만약 걷기를 1만보까지 늘리면 평소보다 20~30%가량 칼로리를 더 소모할 수 있어 비만 감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는데 1964년 도교 올림픽 덕분에 전세계로 퍼져 ‘1만보 걷기=건강’이라는 공식이 생기게 되었다.

특히 ‘야마사(Yamasa)’라는 기업에서 걸음 수를 측정해주는 제품을 만들어 ‘만보계’라 명명했는데 요시히로 교수의 ‘하루 1만보 걷기’를 마케팅에 이용하여 출시 첫해에만 100만대 넘게 팔리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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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하루 1만보 걷기 운동은 과학적 연구에서 나온 사실이라기 보다는 마케팅의 산물인 것이다. 만약 많이 걸어 발에 무리가 오고 통증이 발생했다면 걷기는 줄이고, 실내 자전거 운동이나 수영과 같이 발에 무리는 가지 않으면서 큰 근육을 움직일 수 있는 운동으로 바꿔보는 것이 좋다. 물론 발의 통증이 사라지고 걷기에 무리가 없다면 다시 조금씩 걷는 거리를 늘려볼 수 있다.

윤항섭 안산에이스병원 원장은 “우리가 알고 있는 건강 상식 중 많은 것이 과학적 사실이기보다는 ‘카더라’통신으로 예전부터 근거 없이 믿고 있는 것 들이 많다. 걷기 또한 1 만보를 목표로 무리하게 지속하기보다는 본인의 관절, 척추, 근력 상태를 점검에 자신에게 적합한 운동량과 방법으로 꾸준한 운동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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