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韓영화산업의 변화와 희망

[코로나19 그 후-영화]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0.05.14 14:24 / 조회 : 3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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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가속화되고 있는 극장 무인 발권./사진=김휘선 기자


요술봉은 없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영화계 현안을 단번에 정리해줄 마법 같은 해결책은 없다.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 영화산업은 그저 버티고 있을 뿐이다. 버티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을 뿐이다.

스타뉴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는 한국영화산업을 진단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코로나 이전으로 회귀냐? 뉴 노멀 시대로 전환이냐? 라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나뉘지는 않을 테다. 위기의 한국영화산업을 위한 정책도, 새로운 시대를 위한 정책도, 요술봉 같은 해결책보다 다각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팀이 발표한 '코로나19 충격: 한국 영화산업 현황과 전망'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코로나19 국면으로 2020년 영화산업은 지난해에 비교해 60~70% 매출감소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약 1조 3000억원 규모다. 영진위는 이런 예측이 현실화될 경우 3만여명 규모의 한국영화산업 종사자 중 약 2만명 이상 고용불안을 야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한국영화산업 종사자들은, 이 최악의 상황을 버틸 방법을 모색하는 한편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영화산업은 어떻게 바뀔 것인지, 그렇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같이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영화산업 종사자들이 주목한 두 가지 사례는 '트롤: 월드투어'와 '사냥의 시간'이다. '트롤:월드투어'는 코로나19 여파로 극장 개봉과 VOD 서비스를 동시에 실시했다. '사냥의 시간'은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OTT서비스인 넷플릭스 공개를 택했다. 배급 방식의 변화다. 유통의 변화다. 고육지책이었지만 예상 가능한 변화다. 코로나19로 앞당겨진 변화다.

이 같은 유통 방식의 변화 사례를 구독경제로 전환이란 키워드로 읽기도 한다. 극장을 가는 대신 OTT서비스로 보는 형태로 바뀔 것이란 진단들이 횡횡한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 초반 일시적으로 OTT이용자가 증가하고 온라인 관람이 극장관람 건수를 앞질렀다. 넷플릭스 이용자수는 7.8% 증가했다. 2월 마지막주 IPTV관람이 84만 7444건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단순히 이 증가치만을 보고 영화산업이 구독경제로 전환된다고 판단하는 건 섣부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IPTV 관람은 차츰 감소했다. 3월 첫째주 58만 5019건에서 둘째 주 44만 990건, 셋째 주 33만 5973건으로 줄었다. 극장에서 개봉하는 새로운 영화들이 없으니 IPTV 관람도 줄어든 것이다.

결국은 콘텐츠다. 콘텐츠의 변화가 없는 한 유통의 변화가, 구독경제로 영화산업을 전환시킬 수는 없다.

다만 영화라는 매체의 본질적인 변화를, 코로나19 사태는 어떤 식으로든 촉구할 것 같다.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걸 전제로 만들어지는 매체다. 큰 화면에서 본다는 걸 전제로 한다. 극장이란 공간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다. 코로나19는 이 영화라는 매체의 대전제를 해체할 가능성이 크다. 불변할 것이라 여겨지던 대전제의 해체, 포스트 모더니즘 발현과 궤를 같이 할 것 같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비슷한 전염병이 수년에 한 번씩 되풀이될 수 있다. 영화라는 매체의 플랫폼은 갈수록 다변화되고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영화라는 매체의 대전제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포스트 모더니즘처럼 파편화되고 다양해지고 연속성을 띨 가능성이 커질 테다. 갈수록 길어지던 영화 러닝타임은 짧아지고, 연속성을 띠는 시리즈화 되기 쉽다. 서사는 대중적인 코드보다 사변화 되기 쉽다. 플랫폼이 변화를 촉진하는 게 아니라 대전제가 무너지는 게 변화를 촉진할 것 같다.

한편으론 이 같은 본질의 변화는, 역으로 기존 영화산업을 영화라는 매체의 본질을 극대화시키는 방식으로 전환시킬 가능성이 크다. 극장에서 본다는 체험을 극대화시키는 방식의 영화, 스펙터클과 화려한 라인업이 강조되는 영화, IMAX와 4DX 등 극장에서 체험이 특화되는 영화들이 더욱 각광 받는 시대가 도래할 것 같다.

즉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영화산업은, 극장에서 본다는 체험을 극대화 시키는 영화들과 시리즈화 되고 사변화 되고 다양해지는 비극장용 영화들이 공존하는 시대로 재편될 가능성이 적잖다. 영화의 경계가 극적으로 모호해지는 시대가 될 전망이다.

이런 재편은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전통적인 스탠다드로 회귀하려는 산업 종사자들의 바람과 뉴 노멀로 변화를 촉구하는 창작자들의 도전과도 맞물린다. 최근 한국영화감독조합과 OTT서비스업체인 웨이브, MBC가 손잡고 제작한 시리즈물 'SF9'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도달한다는 건, 의도한 바가 아니더라도 한국영화산업 변화에 상징적인 시도로 기억될 것 같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국영화산업은 거시적인 변화 뿐 아니라 미시적인 변화도 같이 이뤄질 것이다.

배우들의 무대인사는 갈수록 사라질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일부 투자배급사들부터 배우들의 무대인사를 없애기 시작한 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뉴 노멀이 될 것이다. 팬서비스 외에는 비용 대비 효과가 없다는 투,배급사의 공통적인 인식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대면 접촉을 줄인다는 명분을 얻게 됐다.

3D 영화는 기존 같은 안경을 대여하는 방식은 사라질 전망이다. 감염의 우려가 높은 탓이다. 무인발권이 늘어나 대인 접촉 없는 극장 관람 시스템이 구축화 될 것이다.

한국영화의 해외 배급은 중급 규모 영화일수록 갈수록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가 창구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좋든 싫든, 글로벌 OTT를 통한 한국영화 해외 배급은 한국 TV드라마처럼 한국영화 글로벌 수요를 촉진시킬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이제 현실이다. 위기는 언제나 그랬듯 해법을 찾을 것이다. 그 해법은 한가지일 수 없다. 요술봉 일 수도 없다. 언제나 그랬듯 코로나19 경제 위기를 해결하는 비용은 아래에서 걷을 것이다. 산업의 위기마다 언제나 약자들의 희생이 비용이었다. 이 희생을 최소화하고 산업 종사자를 보호하고 육성하며 버티게 한다면, 한국영화산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기를 기회로 바꿔 도약할 저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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