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킹' 김은숙표 대사 실종사건? [TV별점토크]

이수연 방송작가 / 입력 : 2020.05.0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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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킹' 스틸


방송가에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이름이 있다. 멋진 배우나 가수 등의 연예인? 물론 그럴 수 있지만 지금 말하려는 인물은 연예인이 아닌 사람이다. 바로 김은숙 드라마 작가 이야기다. 집필하는 드라마마다 모두 히트작을 탄생시키는 드라마계의 마이더스 손, 그래서 ‘갓은숙’이라고 불리는 작가!

때문에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라는 소식만 들어도 가슴이 콩닥콩닥 거린다. 일단 믿,보,작, 즉 믿고 보는 작가이기에 이번엔 얼마나 또 대단한 드라마를 만나게 될까, 기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 이번에 새로 시작한 SBS 드라마 ‘더킹 : 영원한 군주(이하 더 킹)’ 역시 그랬다.


김은숙 작가는 SBS의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을 시작으로 KBS '태양의 후예‘에선 거의 40%에 육박하는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이후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두 작품은 tvN 드라마의 역사를 다시 쓰는 명작으로 감동과 설렘을 선사하지 않았는가! 그러니 오랜만에 집필한 ‘더 킹’ 역시 당연히 기대할 수밖에.

게다가 이민호, 김고은이 주인공으로 캐스팅 돼었단다. 두 사람은 또 어떤 배우들인가. 이민호는 ‘상속자들’에서, 김고은은 ‘도깨비’에서 김은숙 작가와 합을 맞췄던 경험이 있지 않은가. 그랬던 세 사람이 ‘더 킹’에서 만났으니 다시 한 번 드라마의 새 역사를 쓰리라, 의심치 않았다.

이렇게 기대를 한 몸에 받은 ‘더 킹’! 그렇다면 어떤 작품일까? 평행세계란 미지의 세계, 즉 우리가 살고있는 이 세상과 동시에 또 다른 평행세계가 공존하며 ‘나’는 어느 한 쪽에서만 살 수도 있고, 양쪽 세계에서 모두 공존할 수도 있다는 설정에서 시작된 드라마이다.


특히 이 세계의 ‘나’는 별볼일 없으나 저쪽 세계에서의 ‘나’는 안락하고 편안한 삶을 누리고 있다면 어떨까? 혹은 망한 이쪽 삶을 버리고, 저쪽의 윤택한 삶을 택하는 유혹을 받는다면 어떨까? ‘더 킹’은 이러한 여러 질문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드라마이다. 이민호(이곤 역)는 저쪽, 즉 평행세계의 황제이며, 김고은(정태을 역)은 이쪽, 현재의 대한민국의 경찰로 등장하는데, 이 두 사람이 평행세계를 초월하며 러브 스토리를 전개시키고 있다. 어떤가! 드라마 소재와 스토리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이민호, 김고은의 러브라인 또한 기대되지 않는가.

그런데 희한하다. 분명 시청자들의 눈과 귀, 게다가 마음까지 사로잡을 만한 요소는 가득한데, ‘더 킹’의 시청률이나 화제성이 지지부진하다. 바로 직전 ‘도깨비’나 ‘미스터 션샤인’을 탄생시킨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기엔 뭔가 2% 부족한 느낌도 든다. 그게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렇다. 일명 ‘대사발(?)’이다. ‘갓은숙’이라고 불리는 데에는 드라마 스토리라인 뿐만 아니라 시청자의 오금을 저리게 할 만큼 가슴 저 깊은 곳을 간질이는 명대사가 늘 따라다녔는데, ‘더 킹’에선 눈에 띄는 명대사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비교를 위해 과거 김은숙 작가의 명대사, 맛보기로 살펴보자. ‘도깨비’에선 ‘너와 함께 한 시간이 모두 눈부셨다. 날이 너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널 만난 내 생은 상이었다.’, ‘인간의 간절함은 못 여는 문이 없구나’, ‘못 들었으면 말고, 들었으면 좋고’ 등 다 적을 수도 없을 만큼 명대사의 향연이 펼쳐지는 드라마였다. 또 ‘미스터 션샤인’은 어땠을까? ‘러브가 쉬운 줄 알았는데 꽤 어렵구료’, ‘잘 가요 동지들, 독립 된 조국에서 씨유 어게인’, ‘보호요’, ‘나는 꽃으로 살고 있소, 나는 다만 불꽃이요’, ‘당신은 당신의 조선을 구하시오, 나는 당신을 구하겠소’ 등등 시적인 대사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더 킹’에선 김은숙 특유의 대사를 찾아볼 수가 없다. 기존대로라면 이민호, 김고은이 마주하는 장면에선 시청자의 심장을 흔들어놓을 주옥같은 대사들이 티키타카(tiqui-taca)로 쏟아져 나와야 하는데도 말이다. 명대사 유무(有無)가 시청률과 화제성에 100% 영향을 주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더 킹’의 지지부진한 반응엔 분명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 싶다. 벌써 드라마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더 킹’에서 하루라도 빨리 김은숙표 대사가 살아나기를 바란다.

▪ ‘더 킹’, 그래도 김은숙 작가 작품인데, 라는 마음으로 일단 인내심으로 지켜보는 드라마! 그래서 제 별점은요~ ★★★☆(3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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