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이 시대 뮤지션은 방랑자와 같아요"[인터뷰①]

윤상근 기자 / 입력 : 2020.04.14 06:00 / 조회 : 2292
  • 글자크기조절
image
/사진제공=Christoph Köstlin, DG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26)이 새 앨범 'The Wanderer (방랑자) -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 & 베르크∙리스트 피아노 소나타'와 함께 대중 앞에 다시 섰다. 이번 앨범은 조성진의 도이치 그라모폰 4번째 스튜디오 레코딩이자 조성진의 새로운 음악적 세계를 확인할 수 있는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과 베르크, 리스트의 작품 등이 담겼다.


코로나19 여파로 앨범 및 공연 일정이 미뤄졌지만 조성진은 이번 앨범을 통해 자신이 쌓아왔던 방랑자로서 낭만을 담아냈다. 앨범에는 방랑자 가곡의 선율을 차용해 탄생한, 다소 우울하지만 동시에 가장 화려한 작품으로 꼽히는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과 기교적으로 힘과 지구력을 요구하는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S.178', 베르크의 '피아노 소나타 Op.1' 등이 담겼다.

조성진은 스타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앨범 소개 및 자신의 근황과 클래식 아티스트로서 현재와 미래, 그리고 코로나19 등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전했다.

조성진은 2015년 한국인 최초로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유럽 정상급 콘서트 피아니스트로 발돋움했다. 쇼팽(2016), 드뷔시(2017), 모차르트(2018) 앨범으로 클래식계에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키는 동안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뉴욕 카네기홀을 비롯해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 베를린 캄머홀, LA 월트디즈니홀 등 각지에서 연주하며 콘서트 피아니스트로서 전 세계적으로도 이름을 알려왔다.

-도이치 그라모폰의 4번째 레코딩 앨범 제목을 '방랑자'(The Wanderer)라고 지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지금까지는 쇼팽, 드뷔시, 모차르트 이렇게 한 작곡가의 작품만 녹음했는데, 사실 레코딩 할 때는 한 작곡가만 레코딩하는 게 더 편한, 쉬운 점이 많아요. 그래도 한번은 리사이틀처럼 여러 작곡가들을 엮어 녹음을 해보고 싶었어요. 어떤 아티스트들은 콘셉트에 맞춰서 레퍼토리 프로그램을 짜는 걸 참 잘하거든요. 근데 저는 한 번도 그런 걸 해본 적이 없어서 (이번 앨범을 녹음할 때는) 고심 끝에 제가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을 무조건 넣어야 하겠다고 생각을 하고, 거기에 맞춰서 다른 곡들을 정했어요.

-슈베르트, 베르크, 리스트까지 레퍼토리가 정교하고 모두 직접 선곡했는데요.

▶일단 세 곡은 공통점이 있는 게 소나타 형식의 곡인데 악장마다 연결이 돼 있는, 악장마다 쉬지 않고, 그래서 한 악장 소나타처럼 들리는 그런 공통점이 있어요. 리스트 소나타도 마찬가지고, 베르크 소나타는 한 악장의 곡이긴 하지만 몇 개의 주제를 가지고 한 곡을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방랑자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유는 슈베르트 방랑자 2악장 때문인데, 그게 방랑자 가곡의 주제를 따와서 방랑자가 됐어요. 방랑이라는 게 낭만주의 시대에 굉장히 중요한 단어였던 거 같아요. 특히 슈베르트한테는. 물론 리스트도 낭만 시대의 작곡가였고 그 사람의 삶도 (물론 말년에는 한곳에 머물렀지만) 여기저기서 살았고 여행도 많이 다녔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예술가, 보통 피아니스트나 뮤지션이 방랑까지는 아니지만, 여행을 많이 하잖아요? 그래서 이런 점이 이 시대 뮤지션과도 공통점이 있지 않나 해서 그렇게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에피소드를 말씀드리자면, 작년 6월에 베를린에서 슈베르트와 베르크를 녹음을 했었고 작년 10월에 함부르크에서 리스트 소나타를 녹음을 했어요. 리스트 소나타는 사실 30분짜리 곡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치는 게 너무 어려운 곡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녹음에 녹음했어요. (부분, 부분 나누지 않고 한 번에 하는 게) 그렇게 하는 게 더 흐름이 좋다고 생각을 해서, 그래서 최대한 라이브처럼 들리게 녹음을 하려고 했어요.

image
/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


-녹음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곡과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무엇인가요.

▶저는 항상 녹음이 연주보다 어려운 작업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기록으로 남는다는 거에 대한 부담감도 있고요. 항상 잊어버리려고는 하지만요. 아무래도 리스트 소나타가 가장 어려웠던 곡이었던 거 같아요. 긴 곡이고 스케일도 크고 피아노 레퍼토리에서 가장 어려운 곡 중 하나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리스트 같은 경우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쳤고, 처음 무대에 오른 게 2011년이었어요. 그때부터 (매년은 아니지만) 3년에 한 번씩은 무대에 올랐어요. 그럴 때마다 저의 해석이 바뀌는 것도 느낄 수 있었고 저의 음악적인 관점, 시각도 바뀌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이번 녹음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을 6월 베를린에서 녹음을 했을 때 녹음을 다 마치고 관객을 20~30명 불러서 연주회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쳤었거든요. (그게 방랑자 환상곡 뮤직비디오의 장면인데) 사실은 그 테이크를 썼어요. 녹음을 다 마쳤다고 생각했는데 다 들어보니까 관객들 앞에서 친 그 테이크가 가장 저한테는 괜찮게 들려서, 그 테이크를 베이스로 썼습니다.

베르크 소나타도 마찬가지로 마지막 테이크를 썼어요. 리스트 소나타는 그때는 관객이 없어서 프로듀서를 내려오라고 해서 2~3명을 내려오라고 해서 그 앞에서 연주를 했어요. 리스트도 이 테이크를 썼어요. 참고로 리스트는 이게 마지막 테이크는 아니지만요.

-관객이 있을 때 더 만족스러운 연주가 나오는 이유가 있을까요.

▶레코딩에 있어서는 2가지의 아티스트로 나뉘는 거 같아요. 먼저 '정말 레코딩 아티스트'요. 글렌 굴드 같은 아티스트. 아니면 제가 최근에 비킹구르 올라프손이라는 피아니스트의 바흐 앨범을 들었는데 정말 굉장한 앨범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 레코딩 아티스트는 저와는 다르게 관객이 없어도 완벽한 음악, 앨범을 만들 수 있는 거 같아요. 하지만 저는 솔직히 말하면 관객이 있는 게 조금 더 편한 것 같아요. 어느 정도의 긴장감이 음악을 더 잘 만들어주는 거 같고. 저는 콘서트 연주회 하듯이 하는 게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거 같아요.

-인터뷰②로 이어짐
기자 프로필
윤상근 | sgyoon@mt.co.kr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가요 담당 윤상근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