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도 치우고 벽도..." LG 통역이 전한 윌슨 자가격리 뒷이야기 [★현장]

잠실=김우종 기자 / 입력 : 2020.04.09 10:53 / 조회 : 1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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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윌슨이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훈련 후 인터뷰에 임하고 있는 가운데, LG 구단 통역 김성진 씨(왼쪽)가 통역을 돕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2주 간 자가격리를 마치고 취재진 앞에 선 타일러 윌슨(31)의 첫 마디였다. 그는 격리돼 있는 동안 바깥 햇볕이 그리웠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가 격리 기간 동안 누구보다 윌슨을 가까이서 지켜본 LG 통역 김성진 씨는 그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윌슨이 지난 8일 잠실야구장에서 실시한 LG 트윈스의 팀 훈련에 복귀했다. 지난달 22일 입국한 윌슨은 6일 자가격리에서 해제됐다. 입국 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권고에 따라 자가격리를 했다.

윌슨은 자가 격리를 하는 동안 한시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실내 운동은 물론, 1년치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LG 구단 통역들도 이들을 챙겨주느라 많은 고생을 했다. 자가 격리 기간 내내 윌슨을 곁에서 도운 LG 통역 김성진씨는 "윌슨은 계속 숙소에서만 지냈다. 정말 밖에 하나도 안 나갔다"면서 "통역들이 장도 봐주고, 음식도 가져다줬다. 배달앱이 있긴 하지만 계속 먹으면 질릴 수 있으니까…. 거의 매일 먹고 싶은 건 없는지 물어보며 챙겨줬다"고 말했다.


이어 "윌슨이 숙소 안에서 훈련하는 양이 상당했다. (레지던스 호텔) 소파나 이런 것들이 있으면 스스로 치워가면서 훈련을 했다. 때로는 벽도 이용했다. 본인이 말한 것처럼 정말 최선을 다했다. 햇빛도 적고, 숙소에서 보이는 풍경도 만날 똑같을 텐데 정말 대단하더라. 선수와 구단 직원이라는 관계를 떠나 '사람 대 사람', '남자 대 남자'로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윌슨도 자신의 훈련 결과에 대해 만족했다. 그는 "정신적으로 무장할 수 있었다. 제가 계획한 훈련 프로그램 일정을 잘 수행하려고 노력했다. 좁은 방에서 많이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나와의 약속을 지켰다는 것에 스스로 대견하고 만족한다"며 웃었다.

혼자서 음식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김성진씨는 "식자재를 직접 사서 전달해줬다. 한식보다는 베이글과 토스트, 시리얼, 우유, 계란 및 유제품 종류를 많이 사줬다. 저도 그렇고 차명석(51) 단장님도 '가끔 멕시칸 음식이나 스테이크도 전하는 게 어떤가' 해서 특식도 준비했다. 윌슨이 특별히 좋아하는 샐러드가 있다. 애피타이저로 수프도 가끔 넣어줬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실제로 LG 구단은 외국인 선수들을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 차명석 단장은 지난 2일 저녁, 뉴욕 스트립 스테이크 500g과 감자 튀김, 샐러드 등을 특별 선물했다. 윌슨은 "감사히도 구단에서 많은 지원을 해줬다. 통역이 장을 대신 봐주면서 필요한 것을 조달해줬다. 단장님으로부터 특별 메뉴도 받았다. 2주 동안 음식 문제는 전혀 없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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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윌슨(오른쪽). /사진=뉴스1


윌슨은 인터뷰 내내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줬다. 그는 "입국 후 코로나19 검사 결과서 음성 판정을 받아 기뻤다. 구단에서 바로 검사를 받게 해줬고, KBO가 자가 격리 지침을 내려줬다. 자칫 개인 한 명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시즌 전체가 멈출 수도 있다. 개인 한 명으로부터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도록 KBO가 조치를 잘 취했다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면을 떠올렸다.

그는 "미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 지인들과 꾸준히 연락하고 있다. 감사하게 저는 한국으로 올 수 있었다. 한국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미국은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막막해 하고 혼란도 있는 편"이라는 견해도 밝혔다.

윌슨은 "미국서 올 때 1년치 읽을 책들을 갖고 왔는데 다 읽었다. 성경을 가장 많이 읽었다. 자산 관리와 리더십, 세일즈에 관한 책도 읽었다"면서 "(자가 격리를 하면서) 햇볕을 쬐고 싶었다. 평소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의 소중함도 알게 됐다. 사라졌던 자유를 다시 찾은 기분"이라고 말한 뒤 하늘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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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윌슨. /사진=LG 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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