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자리?' 정찬헌 "(고)우석아, 네가 향후 10~15년 LG 마무리다" [★인터뷰]

잠실=김우종 기자 / 입력 : 2020.04.06 05:11 / 조회 : 4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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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역투하는 LG 정찬헌. /사진=LG 트윈스 제공
"구속보다 움직임이 중요, 마무리 자리 욕심 없어…. 프로 세계는 자리 비우면 끝. 패전 처리도, 선발도 하라면 한다."

과거 LG 트윈스의 뒷문을 책임졌던 정찬헌(30)이 정신적으로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는 많은 걸 내려놓은 채 다시 시작하겠다고 했다. 특히 자신의 자리를 꿰찬 후배 고우석(22)을 향해 진심 어린 마음을 전했다.

정찬헌은 지난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팀 자체 청백전에 선발 등판, 2이닝 1피안타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총 투구수는 15개. 최고 구속은 142km가 나왔다. 정찬헌은 지난해 6월 허리 수술을 받은 뒤 재활에 전념했다. 그리고 지난해 5월 30일 키움전 이후 약 11개월 만에 실전을 치렀다.

경기 후 정찬헌은 "지난 시즌을 돌이켜 보면 아쉽긴 했다. 워낙 페이스가 좋았다. 그래도 돌이킬 수는 없다. 받아들이려고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동안 재활을 하면서 정찬헌은 많은 걸 내려놓았다. 가장 먼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구속'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 그는 "지난해 수술 받기 전까지 몸이 워낙 건강했다. 힘을 빼고 던져도 146~147km는 편하게 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수술 여파로 구속이 회복될 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142km만 꾸준히 나와도 좋다. 속도가 아닌 움직임이 중요하다. 또 다시 아프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찬헌이 자리를 비운 사이 LG의 뒷문 자리는 고우석이 차지했고 잘 지켜냈다. 어떻게 보면 후배가 자리를 빼앗은 셈이나 정찬헌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지난해 고우석의 활약에 대해 "보기 좋았다"면서 "작년과 재작년에 우석이와 많은 이야기를 했다. '결국 언젠가 마무리는 네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석이는 워낙 강하고 힘 있는 공을 갖고 있다. 전 구위로 압도하는 투수라기보다는 커터와 커브, 스플리터, 변화구로 맞혀 잡는 투수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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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경기 후 인터뷰에 임하고 있는 LG 정찬헌. /사진=김우종 기자


정찬헌은 자리에 대한 욕심도 버렸다. 그는 "우석이는 누가 봐도 매력있는 마무리 투수다. 그런 공을 충분히 갖고 있다. 과거 우석이한테 '형은 잠깐 (마무리를)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네가 향후 10년, 15년은 해야 한다. 빨리 네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말이 지난해 현실로 다가왔다. 저는 언제든지 내려놓을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에 크게 아쉽다거나 그런 건 없다. 그것이 팀에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라면서 팀 퍼스트 정신을 보여줬다.

정찬헌은 "지난해 제가 페이스가 좋았다면 우석이가 더 나중에 기회를 받았겠지만"이라면서 "결국 저는 아팠고, 없었다. 그 자리에 우석이가 왔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았다. 그게 현실이다. 올해 마무리는 고우석이다. 결국 자리를 비우면 끝난 거잖아요. 프로 세계인데…"라고 쿨하게 이야기했다. 이어 "무조건 (고)우석이가 (마무리를) 해야 한다. 하기 싫다고 해도 해야 된다. 끌고 가야한다"고 재차 강조하며 웃었다.

정찬헌은 "우리 불펜진을 보면 내가 저기에 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좋은 투수들과 젊은 투수들이 많다. 젊은 투수들이 경험을 쌓으면 더 좋아질 것"이라면서 "보직에 대한 목표는 없다. 제가 어디에 가야 팀에 도움이 될까를 생각한다. 패전 처리도 하라면 하는 거다. 선발도 하라면 한다. 아직 투구 수와 양이 적다. 이제 시작"이라며 많은 걸 내려놓은 채 다시 시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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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정찬헌.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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