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지원 방식은 아직.." 속타는 韓영화산업 [종합]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0.04.02 09:33 / 조회 :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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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텅 빈 극장가. 정부의 한국영화산업 지원 방침이 발표됐으나 아쉽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구체적인 지원 방식은 논의 중."

정부가 코로나19로 최악의 상황을 맞은 한국영화산업에 지원 방침을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아 영화계의 혼란을 사고 있다.

1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열어 관광, 통신·방송, 영화 업종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은 ▲영화발전기금(극장요금의 3%) 한시 감면 ▲개봉 연기된 영화 20편에 대한 마케팅 지원 ▲영세상영관 200여 극장에 영화상영 기획전 운영 지원 ▲코로나19로 제작이 중단된 한국영화 20여편에 제작지원금 지원 ▲단기 실업 상태에 놓인 현장 영화인 400여명에게 직업훈련수당 지원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 관람객에게 할인권 100만장 제공 등이다.

문제는 이런 조치가 주무 부처와 구체적인 시행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채 발표됐다는 것이다. 영화발전기금도 3%를 전액 감면해준다는 것인지, 1%로 감면해준다는 것인지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조성진 CGV 전략지원담당은 "영발금 한시 감면 발표 이후 투자배급사들로부터 연락을 많이 받았다. 영발금이 감면되면 극장 뿐 아니라 투배급사들에게도 돈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 언제 어떻게 감면이 되는지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실제 영화진흥위원 측은 이날 "정부 부처와 협의해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최대한 빨리 실행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봉 연기된 영화들 중에서 어떤 영화들을, 어떤 기준으로 선정해 지원할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가 최근 회원사 24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상반기 개봉이 연기되거나 취소된 작품은 75편에 이른다. 한국영화 27편, 수입사 외화 28편, 할리우드 직배사 작품 20편 등이다. 이 중에서 20편을 어떤 기준으로 선정할지, 한국영화만 선정할지, 한국영화 중 어떤 영화를 선정할지, 제작비 기준일지, 수입영화라고 하더라도 중소수입사 또는 영세수입사 영화들도 지원을 해줄지 등은 구체화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촬영이 중단된 영화에 대한 지원도 마찬가지다. 제작이 중단된 영화들에 어떤 식으로 지원을 한다는 것인지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스태프들에게 현금 70~80만원 가량을 지원한다는 안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역시 정해지지 않았다.

극장업계에선 무엇보다 유동성 지원 방안이 빠진 데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앞서 최병환 CGV 대표, 기원규 롯데컬처웍스 대표, 김진선 메가박스 대표 등멀티플렉스 3사 대표들은 지난달 27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긴급 회동을 갖고 금융 지원 등을 요청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월 극장을 찾은 총관객은 172만명으로, 통합전산망 집계를 시작한 200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보다 88% 가량 급감했다. 극장들은 일부 직영점을 휴점하고 상영횟차를 줄이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또 극장업계는 멀티플렉스 상당수(약 60%) 가량이 임차료를 내고 입점해 있는 만큼 임대료를 깎아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원한다. 현재로선 코로나19로 극장 입주 건물주가 임대료를 깎아줘도 정부에서 주는 혜택(인하분의 50%를 소득세와 법인세로 감면)을 받지 못한다. 착한 임대인 운동 혜택은 대상이 소상공인일 때만 받을 수 있다. CGV 같은 경우 직영점들의 총 임차료가 월 170~180억원에 달한다. 그런 만큼 극장업계에선 착한 임대인 운동 대상을 공연장과 극장으로 확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정부 지원 방안에선 이런 극장들의 요구 사안은 배제됐다.

정부의 이번 영화산업 지원 방안은 구체적인 방침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을 뿐더러 무엇보다 한국영화산업 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나눠서 지원하려는 방향점이 엿보인다.

한국영화산업은 주요 매출의 80% 가량이 극장에서 나오는 만큼, 극장이 붕괴되면 그 여파가 전체 산업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친다. 멀티플렉스 3사가 전체 극장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기에 대기업과 개인이 운영하는 개별 극장을 구분해서 지원한다면 산업의 버팀목이 붕괴될 위험이 커진다.

대기업부터 노조까지 영화산업 거의 모든 주체가 참여한 코로나대책영화인연대회의가 성명서에서 극장산업 붕괴 위험부터 적시한 건 그 때문이다. 성명에서 영화산업을 특별고용지원 업종에 선정해달라고 요청한 건, 상황이 시급하니 항공·여행업처럼 대기업·중소기업을 나누지 말고 지원해달라는 뜻이었다.

성명서에서 영화산업 피해 지원을 위한 정부의 금융 지원 정책을 시행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종소기업인 영화제작사도 지원을 받기 위해선 코로나19로 10% 이상 매출이 줄었다는 걸 입증해야 하는데 영화업 특성상 개봉을 하지 않았다면 전년도 동원 매출과 차이를 입증할 수 없어 사실상 대출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영화업의 특성을 고려한 금융 지원 정책이 시급한 까닭이다.

성명서에서 요청한 정부의 지원 예산 편성도 마찬가지다. 이번 정부 지원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업계,종사자 지원과 할인권 및 홍보캠페인 지원은 영화기금을 변경해서 지원하도록 되어 있다.

올해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집행할 예정이었던 영화기금 1015억원을 사실상 용처를 변경해서 사용한다는 뜻이다. 밑에 돌을 빼서 위에 돌을 막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영진위 관계자는 "영화기금 외에 추가로 예산을 편성받아 지원할 수 있을지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화된 게 없다는 뜻이다.

코로나대책영화인연대회의 관계자는 "구체화된 게 없는 것도 문제지만 대기업 지원에 난색을 표하는 게 더 문제"라며 "지금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해서 지원할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영화산업의 본질을 꿰뚫는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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