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불러온 '사냥의시간' 넷플릭스행..극장 생태계 변화? [★날선무비]

김미화 기자 / 입력 : 2020.03.28 13:16 / 조회 : 2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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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리틀빅픽쳐스


날선 시각, 새로운 시선으로 보는 영화 이야기

2017년 넷플릭스 영화 '옥자'가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을 때 전 세계가 떠들썩했다.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는 영화를 과연 영화로 볼 수 있느냐를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이후 유명 감독들이 줄줄이 넷플릭스와 손잡고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극장의 큰 화면이 아닌 TV로 보는 영화라는 제약이 있음에도, 변화의 흐름을 받아들인 감독들은 새로운 도전을 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로마'로 베니스 황금사자상을 수상했고, 이어 지난해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아이리시맨', 노아 바움벡 감독의 '결혼 이야기' 등이 넷플릭스로 공개됐다. '비주얼'로 승부하는 마이클 베이 감독도 스케일 큰 액션 영화 '6언더그라운드'를 넷플릭스와 손잡고 선보였다. 이 같은 변화를 두고 일부에서는 극장의 위기라고 말했지만, 자연스러운 흐름인듯 보였다. 이런 자연스러운 흐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폭탄을 던졌다.

코로나19로 전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극장 생태계가 변하고 있다. 당초 2월 개봉 예정이었던 영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이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를 공개를 선택했다. '사냥의 시간' 배급사 리틀빅픽쳐스는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윤성현 감독의 추격 스릴러 영화 '사냥의 시간'을 넷플릭스를 통해 4월 10일 공개 한다"라고 알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가 아닌 한국 영화가 넷플릭스를 통해 독점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잡음도 있다. '사냥의 시간' 해외 세일즈를 맡은 콘텐츠 판다가 리틀빅픽쳐스의 선택을 두고 일방적인 행태라며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베를린국제영화제를 다녀온 후 마케팅 비용까지 다 소진한 리틀빅픽쳐스로서는 언제까지 개봉을 연기할 수 없어 넷플릭스행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라는 변수를 만나 '극장 개봉 없는 공개'라는 길을 선택한 만큼 그 과정상의 마찰도 당연한 듯 보인다.

'사냥의 시간' 배급사나 해외세일즈사, 넷플릭스 등 이해 당사자들을 떠나 이를 보는 관객들도 여러 의견이 있다. '사냥의 시간'은 이제훈, 박정민, 최우식, 안재홍, 박해수 등 핫한 스타들이 출연해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또한 '파수꾼' 윤성현 감독과 배우들이 다시 모인 작품으로 영화팬들 역시 기다린 작품이다. 극장에서 보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의견도 있고, 코로나19 사태 속 넷플릭스 행을 선택한 '사냥의 시간' 측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반응도 많다. 이 같은 선택에 대한 가치 판단은 잠시 보류하고 있다. 한국 영화 최초로 극장 개봉 없이 공개되기에,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없는 것이다.

관객 뿐 아니라 영화 관계자들의 관심도 '사냥의 시간'에 집중됐다.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이 밀린 영화들 중, 당장 넷플릭스 행을 택할 영화가 아직은 없어 보이지만, 도미노처럼 영화 개봉이 밀리게 되면서 이번 '사냥의 시간'의 선택이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지 알 수 없다. 한국 영화의 넷플릭스 행이 일시적 현상일수도 있지만, 흐름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사태가 한국 영화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지 관심이 쏠린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마블 영화 '블랙위도우', 디즈니 '뮬란'등의 개봉이 코로나19 연기되자 많은 팬들이 디즈니의 OTT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로 공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OTT 서비스가 늘어나며 극장이 아닌 집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하지만 극장이라는 곳은 단지 콘텐츠를 소비하는 곳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극장을 간다는 것은 여가 시간을 보내고, 데이트를 하고,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극장이 있는 곳에 식당이, 커피숍이, 쇼핑몰이 있다. 지금은 일상이 무너졌지만, 코로나19로 일상을 되찾은 뒤 돌아본다면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 행을 택한 것이 극장 생태계 변화를 가져올지, 똑바로 바라볼 수 있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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