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영화산업은 정부 지원에서 완전히 외면당하고 있다" 속사정은? [종합]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0.03.25 14:06 / 조회 :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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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극장가. 한국영화계 각 단체들이 정부 지원에서 한국영화산업이 완전히 외면당하고 있다며 지원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사진=김창현 기자


"한국 영화산업은 정부의 지원에서 완전히 외면당하고 있다."


성명서에 담긴 이 한마디가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한국영화산업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한국영화 각 단체들이 코로나19로 영화산업이 붕괴 위기에 처했다며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감독조합, 영화단체연대회의,영화수입배급사협회, 한국상영관협회,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여성영화인모임, 한국영화디지털유통협회,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에술영화관협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씨네Q 등은 25일 '코로나19로 영화산업 붕괴 위기,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프로듀서와 제작가, 감독, 스태프, 수입사, 마케팅사, 디지털유통, 예술영화, 멀티플렉스 등 그야말로 한국영화 각 산업의 주체들이 공동 입장을 낸 것이다. 그만큼 한국영화산업이 코로나19 사태로 위기에 처했는데 정부의 지원에서 배제돼 있다는 위기감이 팽팽한 것이다. 이 위기감의 밑바닥에는 영화산업의 주무부처인 영화진흥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

영화계에선 최근 고용노동부에서 코로나19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여행업·관광숙박업·관광운송업·공연업 4개 업종을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하고 지원을 강화하기로 한 것에서 영화산업이 배제된 데 대해 특히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당시 물밑에서 영화산업도 특별고용지원 업종에 포함시켜달라고 건의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성명을 주도한 영화계 관계자는 "문체부를 통해 고용노동부에 특별고용지원 업종에 포함시켜달라고 요청을 했다"면서 "그런데 당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대기업 극장들만 신청을 했다는 이유로 배제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영화산업은 영화관 매출이 전체 매출 중 80%를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극장이 붕괴 되면 영화산업 자체가 붕괴 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나눌 상황이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영화산업을 이해 못 해서 그렇다면 문체부나 영진위가 그런 설명을 하고 납득시켜야 했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영화계 각 단체가 발표한 설명서에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한국 영화산업의 생태계는 무너지고 있다. 영화 관람객은 하루 2만 명 내외로 작년에 비해 85% 감소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 영화산업 전체 매출 중 영화관 매출이 약 8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영화관의 매출 감소는 곧 영화산업 전체의 붕괴를 의미한다"라고 적시된 건 이런 배경이다.

또한 성명서에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 영화산업은 정부의 지원에서 완전히 외면당하고 있다. 영화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산업의 시급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자칫 이렇게 가다가는 영화산업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지금 당장 정책 실행을 해야 할 때이다"라며 영진위와 문체부를 작심하고 비판한 것도 그런 까닭이다.

각 단체들이 문체부과 영진위에 건의한 세 개 사항이 ▲영화산업 특별고용지원 업종 선정 ▲영화산업 피해 지원을 위한 정부의 금융 지원 정책 당장 시행 ▲정부의 지원 예산 편성, 영화발전기금 또한 지원 비용으로 긴급 투입 등인 것도 영진위와 문체부 뿐아니라 고용노동부, 기재부 등 다른 정부 부처들에 대한 호소나 다를 바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특별고용지원 업종 선정은 고용노동부의 몫이며, 중소기업 금융 지원 정책은 중소벤처기업부 몫이다. 영화발전기금을 긴급 투입하는 건 문체부와 기재부가 논의해야 일이다. 그렇다는 건, 한국영화산업은 문체부를 비롯한 각 정부 부처의 지원에서 배제됐다는 뜻이다.

영화업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중소기업들에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을 확대한 정책에서도 사실상 별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영화관, 공연관련업 등이 포함됐지만 중소기업이 대상인 만큼 서울극장 등 개별 사업자가 하는 일부 극장을 제외하면 전체 극장수 83%, 스크린수 94%에 달하는 멀티플렉스 3사는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 중소기업 제작사가 지원 신청을 하더라도 지난해 동월 대비 매출액이 10% 이상 줄어드는 걸 입증해야 하는데 영화 제작 특성상 개봉을 안했다면 매출이 발생하지 않기에 피해액을 입증하기가 어려운 까닭이다. 한국영화 각 단체들이 "한국 영화산업은 정부의 지원에서 완전히 외면당하고 있다"고 주장한 까닭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주무 부처인 문체부는 아직까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월 26일 예술영화전용관 아트나인을 방문해 영화관 애로사항을 들은 뒤 영화발전기금 납부기한 유예를 결정했다. 극장들이 매달 극장요금에서 3%를 내는 영화발전기금을 올해는 연체료 없이 받겠다는 결정이다. 극장들은 "조삼모사"라며 "영화발전기금 한시 면제"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영진위는 영화발전기금 한시 면제는 법 개정을 해야 하는 문제라 문체부와 관계 기관들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박양우 장관은 지난 19일에는 CJ ENM 계열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하는 드라마 '반의반' 촬영 현장을 찾아 방송영상독립제작사 지원 정책을 밝혔다. 영화계에선 대기업 계열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은 방송영상독립제작사로 지원을 받는 데 중소기업은커녕 영세기업이 상당수인 영화업 관계사들에 대한 지원 정책은 없는 것에 대해서도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영화산업 거의 모든 주체들이 위기를 호소하고 있지만 영진위는 지난 24일에야 비로소 코로나19 전담대응TF를 설치할 만큼 대응이 늦다. 앞서 영진위는 코로나19 확진이 늘어나자 2월 12일 전국 200개 상영관에 손소독제 5000병을 긴급 지원했다. 이후 영진위는 영화산업이 위기에 처했다며 이곳저곳에서 비명이 터지자 한국영화프로듀조합을 통해 의견을 청취한 뒤 촬영현장에 손소독제를 지원했다. 영진위가 문체부 결정 없이 긴급 지원할 수 있는 게 손소독제뿐인 탓이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영진위가 할 수 있는 지원이 손소독제뿐이란 건 한국영화산업의 암담한 현실을 반영한다.

영진위는 그간 '기생충'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 등 성과를 내자 포스트 봉준호, 포스트 '기생충'을 육성하기 위해 영비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은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할 때다.

영화 각 단체 성명에 CGV,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가 동시에 참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은 대기업, 중소기업 편 가르기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더 늦으면 한국영화산업이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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