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안산 에이스병원 |
윤항섭 안산에이스병원 원장 |
이렇게 조용하고 차분하기만 할 것 같은 학회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때가 있다. 바로 케이스 토론시간이다. 한 선생님이 치료가 까다로웠던 환자분 상태에 대하여 설명하고,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검사하고 치료할지 질문을 하는 시간이다. 예전에는 각각의 치료 방법에 거수로 답했지만 최근에는 입장할 때 리모컨을 줘서 번호를 누르면 각 치료 방법에 대한 통계가 모니터에 떠서 참석한 사람들의 의견을 알 수 있다. 발표자 앞에는 페놀이라고 하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너 명의 그 분야의 전문 교수님들이 앉아 있는다. 대부분 치료가 어렵고 복잡한 경우로 발표 화면이 지나갈 때마다 참석자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많은 경우에서 페널들이 각각 다른 해답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각자 논리도 명확하고 이미 발표된 논문들을 근거로 제시한다. 다른 페널의 의견을 존중하기는 하지만 가장 좋은 치료방법을 선택함에 있어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같은 분야의 대가들도 같은 환자에 대하여 각자의 해결책이 다르다.
진료를 보다 보면 환자들의 불만 중 하나가 찾아가는 병원마다 진단도 조금씩 다르고 치료방법도 다르다는 것이다. 검사한 MRI를 복사해가지고 가면 어느 선생님은 인대가 찢어졌다고 하고, 어느 선생님은 염증만 있다고 한다. 인대가 찢어 졌다는 진단이 같아도 수술을 해야 하느냐, 그냥 두어도 좋으냐가 갈린다. 더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하여 여러 병원을 방문하지만 진료를 여러 곳 볼수록 헷갈림은 점점 더 심해진다. 어떤 경우에는 선생님들이 같은 설명을 하고 있지만 표현의 방법이 다르다 보니 환자들이 잘못 이해하여 다른 치료 방법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정형외과 내에서도 치료에 대한 의견이 이렇게 다를 진데 재활의학과, 통증의학과를 찾는다면 더 다른 진단과 치료 방법을 설명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치료방법이 다른 이유는 각 의사마다 치료 경험이 다르고 할 수 있는 처치가 다르며, 치료에 대한 철학이 달라서 일수 있다. 신촌에서 서울역까지 걸어 갈수도 있고, 버스를 타고 갈수도 있으며, 누군가는 택시만 고집하고, 다른 이는 자전거를 타고 가기도 한다. 질병에 대한 치료도 꼭 한가지 방법만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누구의 방법이 옳고 누구의 방법을 그르다고 말할 수 없다. 병원마다 권하는 치료가 다르다고 생각된다면 본인이 가장 신뢰를 받은 곳의 의견을 따라 치료를 하면 된다. 다른 병원에서 권유 받은 치료에 대하여 의견을 물어보고 각각의 치료 방법의 차이에 대하여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들을 수 있다면 더 좋다. 치료에 있어 정답은 없다. 우리는 현재의 정보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고, 결과를 후행적으로 복기해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