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KBL 구단들 고민 "우리 외인도 언제 떠날지 몰라요"

논현동=이원희 기자 / 입력 : 2020.03.0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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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대 KBL 총재(오른쪽)가 2일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열린 긴급 이사회를 주재하고 있다. KBL은 이날 긴급이사회를 통해 한 달간 리그 일정을 일시 연기하기로 했다. /사진=뉴시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나 마찬가지."

남자프로농구 A구단의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외국인선수 자진퇴출 요청 사건과 관련해 이 같이 표현했다. 시즌 종료가 되지 않았음에도 외국인선수들이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사건이 연거푸 발생하는 중이다. 신종 바이러스 코로나19 때문이다. 지난 달 부산 KT의 외국인선수 앨런 더햄(32), 바이런 멀린스(31)가 코로나19 사태로 불안하다며 자진퇴출을 요청했고, 고양 오리온의 보리스 사보시치(33)도 같은 이유로 팀을 떠났다.


이런 가운데 리그가 한 달여간 연기됐다. KBL은 전날 2일 코로나19 사태의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이정대(65) KBL 총재를 비롯해 10개 구단 단장들이 참석하는 긴급 이사회를 개최했다. 논의 결과 앞으로 4주(3월 1일~3월 28일)간 리그 일정을 일시 연기 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된다면 각 구단과 협의해 일정을 앞당겨 개최할 방침이다.

이로써 10개 구단들은 외국인선수 월급을 한 달 치 더 지급하게 됐다. 적지 않은 돈이다. 구단들은 시즌 일정을 고려해 외국인선수들과 보통 8개월 계약을 맺는데, 외국인선수들의 샐러리캡은 70만 달러(약 8억 3500만 원)다. 이를 1개월로 계산했을 때 8만 7500달러(약 1억 원)다. 구단들이 3월 한 달 동안 경기를 뛰지 않는 외국인선수 둘에게 지급해야 하는 돈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외국인선수들이 언제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사실 KT의 외국인선수 둘, 사보시치 등이 짐을 쌌고, 다른 구단들의 외국인선수 상당수가 한국 무대를 떠나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B구단 관계자는 2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몇몇 외국인선수가 떠난 상황에서, 많은 구단의 외국인선수들이 떠날 계획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A구단 관계자도 "다른 선수들도 한국 무대를 떠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저기서 팀을 나가겠다는 선수들이 나올 것"이라면서도 "구단 입장에서는 마냥 외국인선수들에게 안전하다고 얘기할 수 없다. 만에 하나 구단의 말만 듣고 한국에 남았다가 코로나19 확진이라도 받으면 큰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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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떠난 부산 KT의 바이런 멀린스. /사진=KBL
또한 A구단 관계자는 "사람마다 건강을 생각하는 수위가 다르다. 외국인선수들이 떠난다고 비난할 수 없을 것 같다. 외국인선수 가족들도 코로나19 확산으로 불안해하며, '위험하다. 돌아오라'고 외국인선수들을 설득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 말고도 팀을 떠나는 것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팀 외국인선수도 오늘 당장 떠난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안 떠난다는 것이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점점 늘어가는 상황에서 외국인선수들이 느끼는 심각성과 동요는 더욱 커질 것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심지어 전날 긴급이사회, 10개 구단 국장 회의에서 국내선수로만 남은 리그 일정을 치르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KBL은 외국인선수들의 자진퇴출 문제와 관련해 "3월 한 달 동안 여러 차례 이사회가 열릴 예정이다. 리그 정상 진행이 어려울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진다면 이사회를 통해 대응책 등이 논의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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