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 감독이 전하는 '정직한 후보' 길고 재밌는 이야기 [★FULL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0.02.13 16:12 / 조회 : 2154
image
'정직한 후보' 장유정 감독/사진=김창현 기자


장유정 감독은 팔방미인이다. 스스로는 어느 하나 특출나지 못하다고 하지만 장유정 감독은 뮤지컬 연출자로 이름을 먼저 알렸으며, 영화 '김종욱 찾기' '부라더'로 영화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부감독 뿐 아니라 폐회식 연출까지 맡았다. 무대와 영화, 메가 이벤트까지 장유정 감독의 일은 쌓이고 쌓여 분명 시너지를 만들고 있다.

12일 개봉한 영화 '정직한 후보'는 그런 장유정 감독의 현재를 가늠할 순 있는 영화다. '정직한 후보'는 어느 날 갑자기 거짓말을 못 하게 된 3선 의원 주상숙이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코미디영화다. 동명의 브라질영화를 리메이크했지만 설정만 가져와 철저히 한국화했다.

'정직한 후보'는 그간 장유정 감독의 영화 연출작보다 더 시네마틱하다. 자신의 색깔을 담아내면서도 영화감독으로서 쌓인 내공을 유쾌하게 발휘했다. 장 감독의 길고 긴 이야기를 가감 없이 옮긴다. 이 인터뷰는 스포일러를 다수 포함합니다.

-'정직한 후보'는 왜 했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재밌을 것 같았다. 처음부터 연출 제안을 받았던 건 아니다. 영화 '부라더' 코멘터리를 하기 위해 오랜만에 제작자, 배우들과 자리를 했다. 배우들이 술을 안 마시다 보니 1차가 일찍 끝나고 '부라더' 공동제작사인 홍필름 대표와 2차로 커피를 마시게 됐다. 그 전에 홍필름 대표가 다른 작품 연출 제안을 했지만 고사했었다. 실화 베이스에 시사성이 있는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냥 서로 근황을 물었다. '정직한 후보'는 당시 홍필름에서 준비하던 프로젝트들 중 하나였다. 정치인이 거짓말을 못 하게 됐다는 게 재밌었다. 제일 먼저 들어온 게 정치인이였다. 이야기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연출을 맡게 됐다.

위정자의 가식과 위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분노를 이끄는 방식도 있지만 위트와 풍자로 드러내는 게 재밌을 것 같았다.

-거짓말을 못하게 되는 사람이란 설정은 '라이어 라이어'도 있고 새로운 건 아니었는데.

▶그때는 '라이어 라이어'를 몰랐다. '정직한 후보' 원작도 보지 못했고.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을 못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거짓말을 못하게 된다면, 말을 안 하면 된다. 그런데 선거를 앞두고 있다 보니 말을 안 할 수는 없고,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는 게 무엇보다 재밌었다.

-원작을 완전히 한국적으로 각색했는데. 남자 주인공을 여자로 바꾸고, 보좌관 역할을 키웠으며, 사학비리를 담았는데.

▶설정이 판타지다 보니 에피소드와 각 인물들의 관계성을 어떻게 한국에 맞게 가져와야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정치는 생물이다란 시그널이 한국 관객에 통해야 풍자가 되고 웃음을 이끌어낼 수 있으니깐.

처음부터 남자 대신 여자를 주인공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원작이 남자 주인공이다 보니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는 자연스럽게 남자 주인공이었다. 그런데 쓰면 쓸수록 안 맞더라. 이 이야기 속 주인공은 처음에는 악당이었는데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코미디가 일어나고 그러면서 관객의 공감까지 얻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더라. 이 인물이 얄미워도 완전히 밉지는 않고 나중에는 공감까지 불러올 수 있는 배우가 누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라미란이 떠올랐다. 그러니 원작 설정을 여성으로 바꾸고 라미란에 캐스팅 제안을 한 게 아니라 이 이야기에 맞는 배우, 코미디와 진정성을 갖고 있는 배우를 찾다 보니 라미란이었고 그래서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꿨다.

김무열이 맡은 보좌관은 원작에는 그리 비중이 없는 캐릭터다. 그런데 코미디란 게 리액터가 필요한 법이다. 가장 먼저 반응하는 관객이랄까. 그리고 정치인보다 관객의 눈높이와 같을 수 있는 사람이 리액터이길 바랐다.

또 취재를 하면서 여러 보좌관들을 인터뷰했는데 너무 재밌었다. 취재를 하러 의원회관에 갔는데 당장 국회의원을 만날 수는 없으니 보좌관, 비서진, 대변인, 정치부기자 등을 인터뷰했다. 그러다가 창원 보궐선거를 열흘 동안 쫓아다녔다. 당시 쫓아다닌 정당만 7개였다. 그러면서 보좌관들의 이야기를 듣는데 정말 재밌더라. 여야를 떠나서 공통적인 게 보좌관들이 의원들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재밌었다. 다들 의원들을 완벽한 인격체로 생각하기보다는 인간적인 면모를 너무 사랑하더라.

코미디는 풍자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고, 풍자는 대상이 있어야 한다. '정직한 후보'는 정치를 소재로 하는데 소모적으로 여러 비리를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다른 영화들에서 많이 다루기도 했고. 1인 시위를 먼저 떠올렸다. 사학비리가 알려진 것만 해도 2000억원 이상이라는 보도도 봤고, 징벌적 장학제도로 자살한 학생들의 뉴스도 접했다. 분노를 즉각적이고 오래 끌고 가는 비리도 있지만 사람들이 잘 몰라서 금방 잊어버리게 되는 비리도 있다. 사학비리가 후자가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극 중 주상숙(라미란)이 왜 알려고 안 했어, 그러면 안 되잖아, 라고 말할 수 있는 비리를 사학재단 비리와 연결하려 했다.

-주상숙을 비롯한 극 중 인물들의 이름은 어떻게 지었나.

▶주상숙은 이 인물이 남자였을 때 이름이 주상근이었다. 주는 영화에서 장치가 있고, 좀 더 서민 같고 평범한 이름이길 바래서 주상숙으로 지었다.

오만석이 극 중 맡은 언론인 장덕준은 한국 언론인 사상 처음으로 순국하신 분의 이름에서 가져왔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장덕준은 시간이 흘러도 언론인의 자세를 갖고 있다. 영화 말미 조수향이 맡은 신지선이 국회의원이 되고 난 뒤에 인터뷰를 할 때 장덕준이 "머리 스타일이 바뀌었다"라고 말한다. 신지선이 쓴 가발은, 영화 초반 라미란이 썼던 가발을 그대로 씌운 것이다. 초심을 잊곤 하는 위정자의 모습을 그렇게 풍자하고 싶었다. 정신과의사 이름을 전기쁨이라고 한 것도, 여러 의도를 담았다.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꾸면서 시어머니와 고부갈등 코드, 그리고 입양 코드를 넣었는데. 주상숙이 3선 의원인데도 무릎을 꿇고 시어머니 전화를 받는데. 물론 나중에 그게 코믹한 반전으로 이어지지만.

▶입양 코드는 진짜 해보고 싶었다. 시나리오를 아무리 써도 이 인물이 안 나쁘게 그려지지가 않더라. 시나리오 작법에는 아무리 악당이라고 해도 인간적인 면을 드러내게 하는 게 있다. 예컨대 고양이한테 밥 주는 장면이랄지. 고민 고민하다가 원작에는 초등학생 자식이 있는데 이걸 입양으로 바꿨다.

시어머니 코드는 원래 다른 작품에 쓰려고 인터넷 주부 카페에 가입해서 의견들을 본 게 있었다. 고부 갈등들이 상상을 초월하더라. 부부의 일은 부부밖에 모르고, 가족의 일은 가족밖에 모른다. 주상숙의 가족 관계도 그 가족만 아는 어떤 부분일 텐데 이걸 코미디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하고 싶었다. 무릎을 꿇는 건, 워낙 정치인들이 선거 유세 때 많이 걷는다. 대략 3만보 이상이다. 발이 땅에 닫는 것조차 아프다. 그 장면은 라미란의 애드리브인데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윤경호는 3선 국회의원의 남편인데 무능력한 인물로 그려지는데. 잘 생긴 것도 아니고, 애 딸린 남자와 주상숙이 결혼해서 살고 있었던 것인가.

▶결혼 당시에는 주상숙도 아무것도 아니었다. 국회의원의 남편이 된 건 나중의 결과이고. 편집된 장면이 있긴 한데 주상숙은 애 딸린 남자인지 모르고 결혼했다. 심지어 윤경호도 몰랐다. 첫사랑과 헤어졌는데 이 여자가 미국으로 갔다가 나중에 애를 데리고 왔다는 설정이었다.

image
연출 의도를 전하는 장유정 감독. '정직한 후보' 스틸.


-감독이 생각하는 코미디의 기준과 배우들이 준비한 코미디의 기준이 맞을 때도 있고 다를 때도 있었을 텐데. 정답이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 밸런스를 맞췄나.

▶즐거운 힘듦이었다. 밸런스가 아주아주 중요했다. 누구 한 명이 웃긴다고 영화가 코믹해지는 게 아니다. 특히 우리 영화는 앙상블이 중요하고. 그래서 캐스팅할 때부터 배우들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A와 C가 친하고, C가 B와 친하면 플러스 알파를 줬다. 그만큼 팀웍이 중요했고 그러려면 아무래도 서로 친해야 격없이 연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웃기거나 안 웃기거나, 둘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배우가 과하다 한들 절대 기죽이지 말라고 했다. 난 그저 "너무 잘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힘을 조금만 빼서 한 번만 더 해보면 어때요?"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앉아있는 모니터 앞을 현장에서 교무실이라고 불렀다. "누구 배우님, 교무실로 오세요." 이랬다.

밸런스 조절은 그때그때 달랐다. 특히 합은 변수가 다르다. 여러 사람들이 현장에서 뿜어내는 게 내 생각과 다를 수 있다. 달라서 더 좋다면 오케이했다. 다만 캐릭터는 내 생각과 달리 '투 머치'한 부분이 있으면 한 번만 더 가자고 했다. 다행히 배우들이 너무 좋아서 "한 번만 더 가주겠냐, 세 번도 더 가지" 이랬다.

-코미디 영화를 계속 연출하는데 코미디를 좋아하나.

▶코미디만 좋아하는 건 아니다. 진지한 것도 하고 싶다. 그런데 내가 유쾌한 성격이라 그런지, 꽃이 예쁘다라는 이유로 웃는, 그렇게 웃어서 행복하게 하는, 그런 데에 더 가치를 두는 편이다. 그래서 앞으로 진지한 작품을 해도 따뜻한 웃음을 줄 수 있는 걸 하고 싶다. 웬일이니, 웬일이니, 이러면서.

-처음으로 주상숙이 거짓말을 못 하게 된 긴 하루의 톤 조절이 쉽지 않았을텐데.

▶원작은 할머니가 기도를 하고 바로 돌아가신다. 당연히 사과도 없고 개심도 없다. 한국영화로 바꾸면서 그런 것들을 넣었기에 거기까지 갈 동안 웃음 수위에 대한 자연스런 조정이 있어야 했다.

그 첫날은 본인 의지와 다른 좌충우돌이 벌어지는 날이다. 그걸 놓치고 싶지 않았다. 거짓말을 못 하게 되니 의도치 않게 폭로들이 나오게 하고 그걸 코미디로 이끌도록 했다.

-첫날 라디오 생방송에서 17.5세 수준의 농담들이 나오는데 수위 조절을 어떻게 했나.

▶원작은 사실 수위가 훨씬 셌다. 원작은 TV에 부부가 나와서 이야기를 하는데 음담패설에 성희롱 같은 농담들이 나온다. 그런 방식의 농담은 내게는 전혀 웃기지가 않았다.

웃음을 주면서 스스로 창피해 하고 당황하게 만드는 데는 19금 농담이 주효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수위에 따라 불쾌할 수도 있으니 그 수위를 계속 주변에 체크하고 확인했다. 불알친구라는 표현은 현장에서 나온 애드리브다.

-라미란과 윤경호의 키스신은, 흔히 코미디영화에서 그런 장면에서 하기 마련인 침실이나 거실이 아니라 욕실에서 이뤄지는데.

▶키스를 어디에서 할지를 고민하지는 않았고 이 남편이 고마움을 어떤 식으로 표현할지를 고민했다. 그게 키스라면 어떤 식으로 할지를 고민했다. 자기 혼자 물 튀기고 "좋은 여자야"라고 마무리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코미디로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신을 꾸렸다.

-코미디와 결합한 액션이 매우 좋은데.

▶진짜 리얼 액션은 아니니깐 코미디와 조화를 염두 했다. 취재를 해보니 당 대표 정도 되면 보좌관들에 경호 같은 분들도 있더라. 당 대표로 나온 손종학 배우 보좌관에 여성 보좌관을 둔 것도 취재에서 영감을 받았다. 5선 의원 보좌관인데 인턴부터 시작해서 굉장히 솔직하신 분이 있다고 하더라.

아무튼 그 액션은 한쪽은 윤경호와 김무열 액션, 한쪽은 라미란 액션으로 나눴다. 다시 윤경호와 김무열 액션은, 윤경호는 체대 출신이라고 큰소리를 치지만 세월이 흘렀기에 쉽지 않은 방식으로 풀었다. 김무열은 상대가 같은 업종이니 되도록이면 안 때리는 걸로 꾸렸다. 그리고 다시 윤경호가 "남의 부인을 성 빼고 이름만 부르면 친해보이니깐"이라는 코믹한 대사와 상황을 엮었다.

주상숙은 리얼에 가까운 액션을 하다가 도망가면서도 정치인의 습관인지라 "수고가 많네요"라고 악수하는 코믹한 부분으로 마무리했다. 따로따로 촬영을 하다가 도망칠 때 큰 그림으로 합쳤다. 배우들이 잘 해줘서 밤 촬영이라 이틀을 준비했는데 하루 반 만에 끝났다. 다들 신나게 찍었다.

image
'정직한 후보' 스틸.


-선거송이 인상 깊은데.

▶'아모르 파티'를 썼는데 실제로 지방선거에서 선거송으로 가장 많이 사용한 곡이라고 하더라. 여러 선거송들을 분석해서 가사는 내가 직접 썼다. 선거송들을 들어보면 발음이 어려운 단어들을 쓰는 게 많아서 쉽게 귀에 들리도록 썼다.

-선거유세 장면에서 앙상블과 궁합이 좋은데. 그 시퀀스의 라미란 김무열 마무리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대선은 선거송, 커버댄스, 플래시몹이 훨씬 대단하다. 총선 정도 수준의 선거 유세를 그리려 했다. 선거판이란 게 축제 같고 시끌시끌하다. 보통 유세할 때 대학생들이 알바로 많이 참여한다. 그래서 캐스팅할 때 너무 잘생기거나 너무 멋지지 않고 평범한 사람들을 뽑으려 했다. 앙상블 댄스도 잘하는 사람도 있고, 못하는 사람도 있고, 다양하게 보이도록 연습했다. 마지막에 주상숙을 김무열 등이 드는 장면은 사실은 그렇게 마무리하자고 먼저 제안한 건 아니다. 배우들이 연습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들어볼까라고 의견이 모아지면서 그렇게 했다.

-'정직한 후보'는 '김종욱 찾기' '부라더'보다 더 영화적이라고 할까, 극적이라고 할까, 카메라 무빙 등의 표현이 달라졌는데. 전작들과 달리 원작이 뮤지컬이 아닌 게 영향을 준 것인지, 영화 연출의 경험이 쌓이면서 달라진 것인지.

▶3번째 영화를 하니깐 약간 더 편해진 게 있긴 하다. 과거에는 확신이 안 드는 순간에 고민하고 이야기하기를 주저했다면 이제는 확실하게 요구한다. 사실 난 뮤지컬 연출을 해서 영화 연출을 한 게 아니라 사진을 좋아해서 영화에 관심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메라의 운동성에 두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많은 경험이 쌓인 것 같다. 카메라가 총 70대가 움직이는데 그 운동감이 엄청나다. 그 콘티를 1년 정도 짜고 개,폐회식 리허설을 엄청나게 한 게 정말 많은 도움을 준 것 같다. 판단이 빨라졌다고 할까.

예컨대 주상숙이 자식 잃고 1인 시위하는 어머니를 만나는 장면은 원래 콘티는 한쪽 한쪽을 찍는 것이었다. 그런데 현장에서 왠지 모르게 카메라가 이동했으면 좋겠더라. 박용수 촬영감독에게 뭔지 설명을 할 수는 없지만 확신이 느껴지니 카메라가 움직이면서 찍자고 제안했다. 주상숙이 살짝 와서 보려다가 들킨 것 같은 느낌을 주도록. 그랬더니 촬감은 그러면 카메라가 둘의 감정에 끼어드는 게 아니냐고 처음에는 우려했다. 결국 내 제안대로 찍었는데 좋더라. 배우, 촬감, 모두가 좋아했다. 그날 기분 좋아서 술 먹었다. 과거였다면 고민하다가 이야기할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었을텐데 이제는 주저하지 않고 이야기하게 됐다.

-장유정 감독 영화는 파스텔톤이 많았는데 '정직한 후보'는 전작들보다 블루톤이 더 들어간 것 같은데.

▶확실히 전작들보다 블루를 더 넣었다. '정직한 후보'는 컬러가 생동감이 넘쳤으면 했다. 선거판이 축제 같으니 평상시에는 없던 컬러들이 이곳저곳에서 꽃 피듯이 튀어나오길 바랐다. 그래서 회색도시에 컬러가 부산스럽듯이 튀어나오길 바랐다. 그러다가 너무 색이 붕붕 뜰 것 같아서 안정감을 주기 위해 컬러를 살리는 선에서 블루를 넣었다. 마지막 후반 작업에서 이 블루를 넣고 컬러 톤을 맞추려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음악설계는 어땠나. 선거송부터 다양한 변주가 있었는데.

▶다양한 장르가 들어갔으면 했다. 예컨대 액션 장면의 음악은 웨스턴과 스카를 섞었다. 이재진 음악감독님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작업했다. 주상숙이 "그래도 죄송하지 않아요"라는 대사를 하기까지는 현악부터 들어가서 차츰차츰 미스터릭하고 스릴감이 있도록 했다가 그 대사에서 음악이 합쳐지도록 했다. 마지막 "서울시장 후보 주상숙입니다"라고 이야기할 때는 타악으로 시작하다가 그 말이 끝나고 화면이 블랙아웃이 되는 순간 음악이 터져나오도록 했다. 주상숙의 소리만 들리도록 멜로디가 없는 타악기 소리만 나오다가 화면이 꺼지면 쾅 하고 음악이 나오도록. 그 음악은 영화 속에서 세 번 변주돼 나온다. 그걸 뮤지컬에서 '리플라이즈'라고 한다. 같은 음악을 똑같이 쓰거나 변주해서 반복하는 방식. 그 음악은 오프닝 선거운동할 때 나온다. 그리고 선거전략가 이운학(송영창)이 와서 청소기 돌리자라고 할 때도 나오고.

'정직한 후보'에는 그런 식으로 리플라이즈한 음악이 많다. 시어머니가 비 맞으면서 나갈 때 음악이, 나중에 주상숙 아들이 수영장에서 듣는 음악이고 그러다가 시어머니가 자식과 며느리가 왁자지껄하는 하는 모습을 보고 발걸음을 돌릴 때 나오는 음악이다. 같은 음악에 변주를 줬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직전 주상숙과 만나서 이야기할 때 나오는 음악과 주상숙이 유골함을 바꿀 때 음악도 같다.

그런 식으로 음악을 짰는데 그럼에도 이 영화는 나중에 '아모르 파티'만 남으면 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이재진 음악감독님에게 괜찮으시면 가이드 음악을 드려도 될까 양해를 구하고 레퍼런스를 드렸다. 이재진 음악감독님이 워낙 많은 영화음악을 하셔서 그분이 만든 영화음악에서 빼서 드렸다. 어떤 음악은 '모던보이'에서 이재진 음감이 만든 음악, 어떤 건 '오싹한 연애'에서 만든 음악 등등으로. 다행히 이재진 음악감독님이 좋아해 주셔서 즐겁게 음악작업을 했다. 예컨대 김무열이 "왜 누나 곁에 있는지 알아요"라고 대사를 할 때는 마치 멀리서 들리듯이 브라스가 먼저 들어가고 그 다음에 퍼커션, 그 다음에 신디, 그러다가 "누나가 잔다르크 같았어요"라고 할 때는 전체가 들어오고. 이런 식으로 장면마다 아이디어 내고 같이 상의하고 만들어가는 게 너무 즐거웠다. 감사했고.

image
'정직한 후보' 장유정 감독/사진=김창현 기자


-오프닝에 주상숙 구두를 김무열이 슬쩍 밟는 건 취재 결과인가.

▶꼭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다기보다 취재한 것들에서 영감을 받아서 역으로 만들었다. 어떤 의원은 아무리 편하게 입어도 지나치게 럭셔리하게 보이는 장점이 있다는 보좌관이 있었다. 전통 시장을 갈 때 몸빼 바지를 사서 입혔는데도 비싼 옷이라고 말들이 쏟아질 정도로. 보통 정치인들은 선거 때 분장을 많이 하기도 한다. 남자의원이 한 시간씩 화장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응용했다. 무엇보다 주상숙이 높은 신발에서 낮은 신발로 내려오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 아무리 명품옷에 명품 구두를 입어도 그건 어글리할 뿐이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사학비리를 소재로 가져온 점에서 멀리는 정수장학회부터 가깝게는 조국 전 장관 가족의 혐의까지, 다양한 것들이 연상되는데. 자칫 정치 프레임을 씌우기도 쉽고. 만들 때는 걱정하지 않았어도 내놓게 된 순간부터는 걱정이 되지는 않았는지.

▶걱정 별로 안 한다. 그런 것들을 걱정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어떤 것들은 영화를 만들고 난 뒤에 알려진 것들도 있기도 하고. 또 장학재단의 문제라기보다는 장학재단들 이용하려는 사람들에 포커싱을 맞췄기에 프레임에 대한 걱정은 없다.

'정직한 후보'는 정의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영화다. 그렇기에 자칫 정치적으로 오해를 사면 이야기가 잘못 전달될 수도 있기에 정당색도 보라색으로 만들었다. 주상숙이 기호 1번인 것은 영화 속에서 여당이어야 했기에 그랬다.

-차기작은.

▶영화가 될지, 공연이 될지, 메가 이벤트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많은데 언제나 타이밍이 맞아야 하니깐. 늘 오늘만 사는 사람처럼 열심히 사는 스타일이라 내일의 준비를 안 하기도 한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라인
  • 웨이보
  • 프린트
  • 이메일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