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생충 같은", 다시봐도 충격..발리에서 생긴 일 [김수진의 레트로TV]

2004년 방송 SBS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조인성의 분노, 하지원의 슬픈 눈 그리고 소지섭의 눈물

김수진 기자 / 입력 : 2020.02.16 11:22 / 조회 : 1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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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SBS에서 방송된 조인성 하지원 소지섭 박예진 주연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사진출처=SBS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개의 트로피를 수상했다. 오는 20일에 '기생충'의 수상 축하와 격려 차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봉준호 감독과 오찬이 계획됐을 정도로 '기생충'은 역사적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국내 개봉된 영화 '기생충'은 전원 백수로 살고 있는 기택(송강호) 가족이 글로벌 IT기업 박사장(이선균) 가족에게 기생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기생충'은 예나 지금이나 존재하나보다. 영화 '기생충' 광풍 속에 16년 전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을 다시 보게 됐다.

영화 '기생충'에서 반지하에 살다 박사장 집에 몰래 숨어들어가 사는 기택 가족이'기생충'으로 대변됐다면, 16년 전인 2004년 방송된 SBS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산동네 판자촌에 살고 있는 이수정(하지원)은 '기생충'으로 불렸다.

"내가 분통이 터져서 도저히 잠을 못 잘 것 같아서 왔어. 이 기생충 같은 기집애(하지원). 누굴 넘봐, 누굴 넘봐. 내가 더 따위 것 때문에 아들(조인성) 앞에서 며느리 될 아이(박예진) 앞에서 그 꼴을 당해야겠니 아 기집애아. 삼천만원이나 뜯어냈으면 됐지 뭘도 바라니 너 한 번만 더 재민(조인성) 이 앞에서 얼쩡대면 그때는 이 정도에서 끝내지 않을 줄 알아."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13회 김수미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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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SBS에서 방송된 조인성 하지원 소지섭 박예진 주연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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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SBS에서 방송된 조인성 하지원 소지섭 박예진 주연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화면 캡쳐


◆제목 ☞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출연 ☞ 조인성 하지원 소지섭 박예진 등

◆방송기간 ☞ 2004년 1월 3일부터 2004년 3월 7일

◆방송사 ☞ SBS

◆방송횟수 ☞ 20회

◆연출 ☞ 최문석

◆극본 ☞ 김기호

◆결말 ☞ 꽉 막힌 스릴러급 새드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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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SBS에서 방송된 조인성 하지원 소지섭 박예진 주연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화면 캡쳐


'발리에서 생긴 일'은 신데렐라는 동화일 뿐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해주는 드라마다. 조실부모하고 세상에 피붙이는 오빠(김형범) 한 명 분인 여주인공 이수정(하지원)은 오빠가 진 빚을 갚으며 허덕이는 삶을 산다. 24살 이수정의 삶은 너무 고단하다. 현실에 벽에 부딪혀 일찌감치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꿈을 일찌감치 접었다. 집안 좋은 남자 만나 인생 역전하는 게 현실의 탈출구라 생각했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불법 가이드로 생활을 연명하는 이수정은 우연히 현지를 찾은 철부지 재벌 2세 정재민(조인성)과 정략혼을 앞둔 또 다른 재벌 2세 최영주(박예진), 최영주의 대학 동문 가난한 애인 강인욱(소지섭), 이 세 사람의 가이드를 맡게 되면서 저주받은 운명이 시작된다. 이수정의 인생이 처음부터 이들을 만나 꼬인 건 아니었다. 정략 결혼을 앞둔 최영주와 강인욱의 사이를 의심하고 질투하게 된 정재민이 이수정을 마음에 두기 전까지는 말이다.

정재민과 강인욱, 두 사람의 경쟁이 결국 이수정을 사이에 둔 삼각관계를 형성하게 됐고, 결혼 따로 사랑 따로인 최영주는 강인욱이 이수정을 사랑하게 됐다고 느낀 순간부터 이수정을 저주한다. 각설하고, 이 드라마의 결말은 충격 그 자체다. 발리로 도피한 강인욱과 이수정이 정재민의 총에 맞아 죽고, 정재민은 해변에서 권총으로 스스로 세상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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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SBS에서 방송된 조인성 하지원 소지섭 박예진 주연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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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SBS에서 방송된 조인성 하지원 소지섭 박예진 주연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화면 캡쳐


아이러니는 강인욱과 발리행을 택한 이수정이 정재민을 사랑하고 있음을 강인욱에게 고백한다는 것, 강인욱 품에 안겨 정재민에게 죽음임을 당하는 그 순간 정재민에게 "사랑해요"라고 고백한다는 것이다. 강인욱과 정재민을 총으로 쏜 정재민은 이수정에게 그토록 듣고 싶었던 "사랑해요"라는 말을 듣고 현실을 자각하며 생을 스스로 마감해버린다. 로미오와 줄리엣 둘째가라면 섭섭한 충격 결말이다. 지금 봐도 충격적인 결말인데 당시 시청자들이 받은 충격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방송 당시 시쳥률 40%대를 기록하는 등 큰 화제를 모았던 터라 충격적인 결말에 대해서 한동안 시끌시끌했었다. 당시 마지막 장면은 방송 사후심의를 거쳤으며, 피 흘리는 장면과 권총으로 쏘는 장면이 직접 묘사 되지 않아 큰 무리가 없다고 결론지어졌다. 지금 이었다면 제작진의 사과와 다시보기 삭제 혹은 모자이크 조치로 이어졌을 텐데, 당시 결론이 지금 몹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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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SBS에서 방송된 조인성 하지원 소지섭 박예진 주연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화면 캡쳐


'발리에서 생긴 일'은 인기 절정의 조인성을 더욱 반짝이게 했다. 조인성은 '주먹울음' 장면으로 연기 장인 반열에 올랐다. 맹목적이고 이유없는 사랑에 미쳐버리고 분노하는 남자의 내면을 너무나 훌륭하게 소화했다. 더불어 극 중 의상인 정장에 백팩은 당시 국내엔 생소한 패션으로 화제를 모았다.

소지섭에겐 날개를 달아줬다. 소지섭은 차기작으로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주인공이 되며 한류스타 반열에 우뚝 섰다. 소리 없이 흐느끼는 눈물 연기는 압권으로 어찌나 가엽게 느껴지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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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SBS에서 방송된 조인성 하지원 소지섭 박예진 주연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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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SBS에서 방송된 조인성 하지원 소지섭 박예진 주연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화면 캡쳐


하지원은 지금의 명성과 동일한 '하지원'이었다. 흥행성, 연기력 등 톱스타 하지원스러운 결과를 이끌어냈다. '슬픈 눈빛' 연기 장인답게 눈빛으로 이수정 캐릭터의 모든 것을 대변했다.

'발리에서 생긴 일'은 "쏴라선 나아안 안되겠뉘~(살아선 나 안되겠니)"라는 OST를 비롯해 쉽게 잊혀 지지 않을 대사도 다수 남겼다.

◆"마음까지 주지 않은 건 마지막 내 자존심이에요." (자신에게 관심없는 이수정때문에 괴롭다고 고백한 정재민에게 이수정이 돌려서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 속 대사)

◆"그 애는 나 싫어해요. 내가 그 앨 하루라도 안 보면 미치겠어서 그래요."(정재민이 아버지에게 이혼을 선언하며 이수정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마음을 고백하며 절규하는 장면 속 대사)

◆"가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게 인생이지만 굳이 가볼 필요가 없는 길도 있다"(강인욱이 이수정에게 한 말)

◆"사랑해요." (강인욱의 품에 안겨 정재민이 쏜 총을 맞고 숨이 멎는 순간 이수정이 정재민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사랑 고백 장면 속 대사)

끝으로 이 드라마를 보고 남은 개인적인 의문점을 공개하고자 한다.

소지섭은 하지원을 정말 사랑했을까?


◆오늘의 추천곡 ☞ '발리에서 생긴 일' OST '안 되겠니'(조은) , 'Remember' (오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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