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선 3455만$' 희한한 계약 마에다, 미네소타 4년엔 얼마를 벌까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저널리스트 / 입력 : 2020.02.07 15:00 / 조회 : 6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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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에서 미네소타로 이적한 마에다 겐타. /AFPBBNews=뉴스1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는 지난 6일(한국시간) 블록버스터 3각 트레이드를 통해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전 MVP 출신 슈퍼스타 외야수 무키 베츠(28)와 전 사이영상 수상자인 베테랑 좌완투수 데이빗 프라이스(35)를 영입했다.

이번 오프시즌에 선수 페이롤 감축에 나선 보스턴의 절박한 처지에 편승, 베츠와 프라이스라는 두 거물급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놀랍게도 그다지 큰 대가도 치르지 않았다. 외야수 알렉스 버두고(24)를 보스턴에, 선발투수 마에다 겐타(32)를 미네소타 트윈스로 내준 것이 전부였다.

미네소타는 톱 유망주 투수인 브루스다르 그레이트롤을 보스턴으로 보내고 마에다를 받는 조건으로 3각 트레이드에 참여했는데 그레이트롤의 신체검사 결과 해석에 따른 이견으로 트레이드 성사 발표가 다소 미뤄지고 있지만 기본적인 구도는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저스는 이 트레이드 과정에서 보스턴이 그토록 원했던 팀의 유망주들(게빈 럭스, 더스틴 메이, 윌 스미스, 키버트 루이스)을 모두 지켜냈을 뿐 아니라 프라이스의 잔여계약 9600만 달러 가운데 절반 정도를 보스턴이 부담하도록 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식의 횡재를 한 셈이다.

물론 베츠는 올 시즌을 끝으로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기에 다저스에선 단 1년만 뛰고 떠나갈 가능성이 크고 버두고와 마에다를 내준 것도 아쉽겠지만 그래도 베츠와 프라이스가 온다는데 이 정도 희생은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이 현지 분위기다. 그동안 이른바 가성비 위주의 ‘잔챙이’ 계약에만 열심이었고 초대형 거래에서는 매번 간만 보다가 뒤로 빠진다는 비판을 받았던 앤드루 프리드먼(44) 다저스 사장도 이번에는 LA타임스 등 현지 언론으로부터 제대로 한 건 했다는 칭찬을 받고 있다.

다저스는 또 이 트레이드에 합의한 뒤 돌아서서 외야수 작 피더슨(28)을 LA 에인절스로 트레이드해 베츠와 프라이스의 가세로 대폭 커진 페이롤 부담을 완화하는 조치도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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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에서 다저스로 트레이드된 무키 베츠. /AFPBBNews=뉴스1
이 가운데 이번 트레이드로 미네소타로 옮기게 된 일본인 선발투수 마에다의 계약 내용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마에다는 4년 전인 2016년 1월 다저스와 매우 특이한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포스팅에서 2000만 달러를 베팅, 독점 협상권을 따낸 다저스는 마에다의 신체검사 MRI에서 나온 팔꿈치 이상 징후를 근거로 협상 과정에서 팀의 위험을 줄인다면서 개런티 금액을 대폭 낮췄다. 대신 선발등판 횟수와 투구이닝에 거액의 보너스를 부여하는 극단적인 퍼포먼스 보너스 중심 계약을 밀어붙였다. 결국 마에다 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MLB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계약이 나왔다.

마에다의 계약은 기간이 투수로는 이례적으로 긴 8년이나 됐지만 이 8년간 보장된 금액은 매년 300만 달러씩 기본연봉 총 2400만 달러와 계약금 100만 달러를 합친 2500만 달러에 불과했다. 대신 매년 선발 등판횟수와 투구 이닝에 따라 거액의 추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조항을 포함시켜 모든 퍼포먼스 보너스 조항을 다 충족시킬 경우 8년간 총액이 1억620만 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했다.

선발등판 보너스는 15경기 때와 20경기 때 100만 달러씩이 지급되고 25, 30, 32경기 선발 등판시 각각 150만 달러씩이 추가되도록 해 최대 650만 달러가 걸렸다. 투구이닝은 90이닝부터 190이닝까지 매 10이닝마다 25만 달러씩에 200이닝을 넘길 경우 75만 달러가 추가돼 최대 350만 달러가 된다. 여기에 25인 액티브 로스터 포함 보너스 15만 달러도 매년 받는다.

결국 마에다의 매년 기본연봉은 300만 달러, 성적에 따른 보너스는 선발등판 횟수와 투구 이닝을 합쳐 매년 최고 1000만 달러로 보너스를 다 챙길 경우 수입 합계는 1억400만달러가 된다. 여기에 계약금 100만 달러와 매년 15만 달러씩 8년간 로스터 보너스 합계 120만 달러를 합치면 8년 총액이 최고 1억620만 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언뜻 8년간 최고 1억620만 달러라고 하면 상당히 큰 계약처럼 들린다. 하지만 본봉에 비해 인센티브 비중이 너무 커, 선수 입장에선 위험성이 큰 ‘빛 좋은 개살구’ 같은 계약이었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기형적인 조건이었다.

하지만 사실 다저스와 계약을 하지 않으면 일본 무대로 돌아가는 것 외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마에다로선 당시 프리드먼 다저스 단장의 오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론 자신의 건강에 믿음이 있어 보너스 조항을 어느 정도 충족시킬 자신이 있었던 것도 그런 계약을 받아들인 이유가 됐다.

그리고 지난 4년간 마에다는 부상의 우려를 말끔히 잠재우고 매년 꾸준하게 마운드에 오르는 안정적인 메이저리그 투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사인한 그의 계약서는 결국 그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 4년간 다저스에서 마에다보다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는 클레이튼 커쇼 한 명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보너스 조항을 다 채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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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시절 마에다(왼쪽)와 데이브 로버츠 감독. /AFPBBNews=뉴스1
마에다는 16승11패와 평균자책점 3.48, 179탈삼진의 준수한 성적을 올린 메이저리그 첫 시즌인 2016년 선발로만 32경기에 등판, 선발등판 보너스 650만 달러를 다 챙기고 175⅔이닝을 던져 투구이닝 보너스 225만 달러를 더 받는 등 총 119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이후 3년간 마에다의 수입은 한 번도 1000만 달러를 넘지 못했다. 다저스가 8월 또는 9월에 그를 불펜으로 돌리면서 그의 수입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 2년간 그의 선발 등판 횟수는 25, 20경기로 떨어졌고 투구이닝도 134⅓과 125⅓이닝에 그치며 그의 수입은 2017년 725만 달러, 2018년 600만 달러로 계속 떨어졌다. 지난해엔 26번의 선발등판과 153⅔이닝을 던지며 840만 달러로 조금 반등했지만 메이저리그 통산 47승35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3.87의 성적을 지닌 베테랑 선수로선 상당한 헐값 계약을 한 것은 이제 더 이상 부인할 수 없게 됐다.

마에다는 자신이 불펜으로 가는 것에 대해 팀을 위해선 받아들인다면서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지는 않았지만 불펜보다는 선발을 선호한다는 것은 분명히 했다. 그의 에이전트 조엘 울프는 “마에다는 1년에 30~32차례 선발등판을 원한다”면서 “계속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마에다는 계약보다는 역할을 중시하지만 계약상 그의 선발횟수를 제한시키는 것이 다저스에 유리한 것이 문제”라면서 지난해 말 프리드먼 사장과 만나 그런 우려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저스의 마에다 활용이 계약 조건으로 인해 오해의 여지가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가 미네소타로 트레이드되면서 이런 우려에 대한 답변은 다른 팀에서 들어야 하게 됐다. 특이한 8년 계약의 후반부를 미네소타에서 보내게 된 것이다. 마에다는 계약 첫 4년간 다저스에서 3355만 달러를 받았고 이번 트레이드로 인한 100만 달러 트레이드 보너스를 합쳐 총 3455만 달러를 챙긴 셈이 됐다.

그가 다음 4년간 미네소타에선 이보다 나은 소득을 올릴 수 있을까. 다저스에서 공개적으로 털어놓지 못한 불만이 쌓여왔던 마에다로선 새 팀으로 가게 된 것이 어쩌면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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