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 '블랙독' 어른들의 성장기를 다룬 웰 메이드!

이수연 방송작가 / 입력 : 2020.02.0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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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단지 색이 검다는 이유만으로 검은 유기견 입양을 꺼리는 현상을 의미하는 '블랙독(Black Dog) 증후군'에서 비롯된 드라마 tvN의 '블랙독'이 종영했다. 한 번의 실패가 영원한 낙인이 될 수도 있고, 우리 사회에서 편견을 떠안고 소외된 이들을 일컫는 '블랙독'은 드라마 속 서현진(고하늘 역)의 모습이다. 서현진은 '강남 8학군' 대치동 사립고등학교의 신입 교사이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이지만 사실 그녀의 비밀은 '1년짜리 기간제 교사'라는 비밀이다. 그러나 학교는 이런 사실이 공공연하게 알려지는 걸 막는 분위기고, 첫 출근부터 교무부장의 낙하산, 거짓말쟁이라는 오명을 쓰면서 다른 기간제 선생님들에게 왕따까지 당하게 된다. 그토록 꿈꿔왔던 선생님이지만 학교는 총성 없는 전쟁터나 다름없었고, 서현진은 홀로 꿋꿋이 버티고 나아가야 하는 처지다.

이런 스토리를 담고 있어 '블랙독'은 색깔과 분위기로 표현하면 다크(dark)하다. 그래서 학교판 '미생'이라는 별칭이 붙었을 것이다. 낙하산 신입사원이 냉정하고 혹독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미생'의 장그래(임시완 역)처럼 서현진 역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블랙독'엔 그 흔한 드라마 속의 사랑 이야기도 없다. 인물들 간의 암투와 음모론도 없고, 출생의 비밀이나 자극적인 막장 요소도 없다. 그렇다면 학교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니까. 얼마 전 전국을 강타했던 JTBC의 'SKY 캐슬' 같은 처절한 입시 이야기는 있는가? 아니 이 또한 없다. 그럼 또 다른 학교 드라마인 OCN '미스터 기간제'처럼 교내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추리물적인 요소는 있는가? 이 또한 없다. 그저 현실과 거의 비슷하게 재현한 학교의 리얼한 모습을 담고 있다.


대부분의 드라마들이 갖추고 있는 재미요소, 흥미요소, 자극적인 요소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독'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서현진의 모습이 사회 곳곳에 있는 우리들의 모습과 닮아 있어서였다. 단지 정규직, 비정규직의 이분법적인 분류가 아니라 녹록치 않은 사회에서 인내하고 버티며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수많은 직장인들의 모습이 서현진에게 녹아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학교인지, 중소기업인지, 대기업인지 등의 속한 환경이 다를뿐!

서현진이 속한 환경은 사립학교. 그녀는 학교에서 인내하고 버티는 방법, 오롯이 홀로서는 방법으로 '오직 학생들을 위해'라는 가치를 선택한다. 권력지향형으로 어떤 라인을 탈까, 물색하는 것도 아니요, 1년짜리 기간제 교사니까 맡은 일만 대충 대충 시간 때우기로 하는 것도 아니다. 내일 당장 그만두더라도 학생들을 위한 일, 1등만이 아니라 공부 못해 소외 된 다른 아이들까지 모두 아우르도록 노력한다. 눈치껏 대충 할 수도 있지만 맡은 바 사명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교사는 있지만 진정한 스승은 없다'고 말하는 시대지만, '블랙독'의 서현진은 이런 현실 속에서도 어떻게든 교사의 '의'를 찾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결과는 어떨까? 그녀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모습 속에서 우리는 희망을 엿보게 된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블랙독'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것이다. 살다보면 불합리한 상황, 부조리한 현실에 낙담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능력보단 아부를 잘 해서, 라인을 잘 타서 성공하는 사람들, 또 농땡이 치다가 상사 눈앞에서만 열심히 하는 척해서 인정받는 사람들, 다른 사람 아이디어를 쏙쏙 잘 빼먹어 승진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에 치이는 경우도 왕왕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블랙독'의 서현진은 얄팍하고 쉬운 요령이 아니라 정공법을 택했고, 그것이 학생들에게도, 동료 선생님들에게도, 나아가 시청자들에게도 통했다. 낙하산이라는 오해와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기간제라는 위치, 단 하루도 버티기 힘든 현실이었지만 그 속에서 날마다 성장한 서현진의 모습이 우리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 세상의 수많은 '블랙독'들에게 위로와 함께!


▫ '블랙독',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더 흡인력 있었던 드라마! 그래서, 제 별점은요~ ★★★★☆(4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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