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확률 3.9%, '마홈스 매직'은 가장 위급한 순간에 시작됐다 [댄 김의 NFL 산책]

댄 김 재미저널리스트 / 입력 : 2020.02.04 13:46 / 조회 :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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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마홈스(오른쪽)가 우승 뒤 그의 여자친구 브리태니 매튜스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AFPBBNews=뉴스1
지난 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하드록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보울 LIV(54)이 캔자스시티 칩스를 챔피언으로 등극시키고 막을 내렸다.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철벽 디펜스에 막혀 3쿼터까지 고전을 면치 못했던 캔자스시티는 경기 막판 3연속 터치다운으로 드라마틱하게 깨어나 31-20 역전 우승을 차지하며 무려 50년 만에 다시 슈퍼보울 챔피언으로 우뚝 섰다.

지난 2018시즌 정규시즌 MVP를 수상하며 톰 브래디(43·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뒤를 이을 NFL 최고 간판스타 후보로 부상한 캔자스시티 쿼터백 패트릭 마홈스(25)는 슈퍼보울 MVP로 선정돼 NFL 역사상 정규시즌과 슈퍼보울 MVP를 모두 수상한 최연소 선수(만 24세 4개월)가 되는 새 역사를 썼다.

폭발적인 오펜스와 철통같은 디펜스가 충돌하는 ‘창 vs 방패’의 클래식 매치업으로 주목받았던 이번 슈퍼보울은 4쿼터 중반까지도 샌프란시스코의 방패가 캔자스시티의 창을 압도한 경기였다. 이번 포스트시즌 첫 두 경기에서 경기당 15점씩만 내준 샌프란시스코의 디펜스는 플레이오프에서 평균 43점씩을 뽑아낸 캔자스시티의 파괴력 만점 오펜스를 4쿼터 중반까지 단 10점으로 묶으며 20-10으로 앞서가 승리를 향해 순항하는 듯했다.

4쿼터 중반으로 갈 때까지도 마홈스는 패싱야드가 168야드에 그치고 있었고 터치다운 패스 없이 인터셉션만 2개 기록했다. 믿었던 ‘슈퍼맨’ 마홈스가 전혀 슈퍼맨답지 못한 모습을 보이면서 캔자스시티의 희망은 그대로 꺼져가는 듯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디펜시브 라인의 러시만으로도 마홈스를 압박하며 흔들어놓고 있었고 캔자스시티 오펜스가 공회전만을 계속하는 사이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ESPN에 따르면 4쿼터 중반까지 샌프란시스코의 20-10 리드가 이어지면서 샌프란시스코의 승리 확률은 96.1%까지 치솟았다. 즉 캔자스시티의 승리 확률은 3.9%라는 이야기였다. 이 정도면 승부는 결정된 모양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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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하는 패트릭 마홈스(왼쪽). /AFPBBNews=뉴스1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의 챔피언 대관식으로 가던 분위기는 운명의 장난처럼 홀연히 180도 방향을 틀었다. 분기점은 4쿼터 종료 7분15초를 남기고 캔자스시티가 자기 진영 35야드 라인에서 시도한 ‘3rd & 15’이었다. 여기서 15야드 이상을 전진해 퍼스트다운을 만들지 못한다면 공격권을 샌프란시스코에 넘겨줘야 했고 그렇게 되면 사실상 모든 희망이 사라지는 상황이었다.

앞선 공격에선 마홈스가 이날 두 번째 인터셉션을 던져 공격권을 뺏겼고 이번 공격의 바로 직전 플레이에선 마홈스의 16야드 패스가 성공된 듯했으나 샌프란시스코 측의 챌린지에 따른 비디오 판독 결과 패스가 트랩(볼이 그라운드에 먼저 터치된 뒤 리시버가 잡은 것)된 사실이 드러나 퍼스트다운이 취소되는 등 그 때까지 모든 분위기는 캔자스시티에 안 좋은 쪽으로만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이 순간 ‘마홈스 매직’이 번뜩하며 터져 나왔다. 마홈스는 샌프란시스코의 패스러시가 코앞까지 몰려든 순간 이날 첫 롱패스로 리시버 타이릭 힐에게 44야드 패스를 연결해 샌프란시스코 21야드 라인까지 전진하며 꺼져가던 희망을 단숨에 살려냈다. 이어 샌프란시스코의 패스 방해 반칙으로 1야드 라인까지 간 캔자스시티는 마홈스가 트래비스 켈시에게 1야드 터치다운 패스를 연결, 17-20으로 따라붙었고 극적인 뒤집기 드라마는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손 안에 들어왔던 승리가 빠져나갈 조짐을 보이자 샌프란시스코는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음 공격에서 샌프란시스코 오펜스는 1개의 퍼스트다운도 얻지 못하고 볼을 펀트했고 캔자스시티는 다시 자기 진영 35야드 라인에서 역전을 향한 공격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마홈스는 잇달아 3개의 쇼트 패스로 샌프란시스코 디펜스를 흔든 뒤 새미 왓킨스에게 38야드 롱패스를 성공시켜 상대 10야드 라인까지 전전했고 결국 데이미언 윌리엄스에게 5야드 터치다운 패스를 연결, 24-20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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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뒤 기뻐하는 패트릭 마홈스. /AFPBBNews=뉴스1
이제 남은 시간은 2분44초. 사실 반격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지만 피니시라인을 눈앞에 두고 따라잡힌 샌프란시스코는 이미 사기가 떨어진 상황이었고 무엇보다도 마홈스처럼 ‘매직’을 발휘해줄 플레이메이커가 없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캔자스시티 49야드 라인까지 전진했지만 더 이상 나가지 못하고 4번째 공격시도 실패로 그 자리에서 공격권을 뺏겼다. 캔자스시티는 이어진 공격에서 윌리엄스의 4야드 런에 이어 38야드 터치다운 런으로 쐐기 터치다운까지 뽑아내 31-20으로 추격권에서 벗어나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결국 슈퍼보울 LIV(54)는 예상대로 마홈스의 슈퍼보울이 됐다. 4쿼터 중반까지도 그런 시나리오는 완전히 가능성이 사라진 것처럼 보였으나 팀이 가장 필요하고 위급한 순간에 빛을 발하면서 그는 NFL의 차세대 간판스타의 자격을 극적으로 입증해냈다.

하지만 마홈스는 경기 후 새로운 NFL의 얼굴이 됐다는 평가에 대해 손을 내저었다. 그는 “NFL의 얼굴이 될 만한 선수가 여러 명 있다. 특히 라마 잭슨(23·볼티모어)은 방금 만장일치 MVP로 선정됐고 쿼터백으로 역대 최고 시즌 중 하나를 보냈다”면서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높아진 평가를 부담스러워 했다.

하지만 1년 전 5000야드가 넘는 패싱과 50개의 터치다운 패스를 기록하며 만 23세의 나이로 MVP로 뽑힌 데 이어 1년 뒤엔 팀을 슈퍼보울 챔피언으로 이끈 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마홈스의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 미국 언론들은 그가 NFL 역사상 최초로 연봉 4000만 달러를 넘어서는 계약을 할 것이 확실하다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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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의 라마 잭슨. /AFPBBNews=뉴스1
그러나 마홈스 자신이 지적했듯 그의 커리어는 볼티모어 쿼터백 잭슨과 함께 치열한 경쟁의 평행선을 이어갈 전망이다. 마홈스보다 1년 4개월 어린 잭슨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첫 판에 볼티모어가 테네시 타이탄스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해 탈락하면서 마홈스와 슈퍼보울 진출권이 걸린 한판승부로 만날 기회를 놓쳤다. 그러나 슈퍼보울 전날 발표된 시즌 MVP 투표에선 지난 2010년 톰 브래디에 이어 NFL 역사상 단 두 번째 만장일치 MVP로 뽑히며 마홈스와 NFL 최고 쿼터백 자리를 놓고 경쟁을 이어가게 됐다.

예상대로라면 내년 슈퍼보울 진출권을 놓고 AFC 결승에서 마홈스의 캔자스시티와 잭슨의 볼티모어가 만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만약 볼티모어가 내년 슈퍼보울 우승을 차지하며 잭슨이 MVP를 차지한다면 올해 마홈스가 세운 기록을 1년 만에 경신하게 된다. 페이튼 매닝과 톰 브래디에 이어 또 하나의 NFL을 대표할 쿼터백 라이벌 관계가 본격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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