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 '사랑의 불시착' 시청률 상승세를 이어가는 까닭은?

이수연 방송작가 / 입력 : 2020.01.24 09:41 / 조회 : 3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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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tvN




무엇이든 꾸준히 향상시킨다는 것,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학생들의 성적도 그렇고, 운동선수들의 기록도 그렇고, 장사에서 매출도 그렇다. 원래 기록치보다 잘하기 위해선 그동안 했던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미 출시 된 상품의 매출은 어떡할 것인가? 새로 뜯어고쳐서 출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소비자가 잘 모르는 숨겨진 매력을 부각하지 않는 한 기존의 매출보다 상승시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성적이니 매출이니 서두가 길었던 건 드라마의 시청률 역시 이와 비슷한 원리를 가고 있다는 걸 말하기 위함이었다.

자, 왜 그런지 지금부터 짚어보겠다. 대부분의 드라마는 1, 2회 시청률에서 앞으로의 승부수가 판가름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엔 몇 가지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첫째, 처음 1, 2회에 나오지만 그다음부터 하락세인 경우. 이것은 방영 전 여러 가지 이유, 가령 주연배우나 작가, 감독 등에 대한 기대치는 높았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내용이 별로 흥미롭지 못할 때 해당한다. 둘째, 처음 1, 2회는 시청률이 거의 바닥에서 시작했으나 3, 4회부터 갑자기 눈에 띄게 확 치고 오르는 경우. 이건 앞선 예시와 반대로 방영 전 기대치가 거의 없었지만 1, 2회에 시청자를 확 사로잡으며 순식간에 입소문이 났을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특히 주연 배우에 대한 기대감이 없어서 편성을 해 준 방송사조차 이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 않을 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급격하게 상승했다는 것은 초반에 '썸씽 뉴'로 확실하게 어필했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1, 2회부터 방영하는 내내 아주 조금씩 꾸준하게 시청률이 오르는 경우가 있다. 이런 현상은 시청자들 역시 꾸준하게 유입되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결과이다. 그런데 이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두 번째 경우처럼 아예 확 치고 올라가지 않은 채로 조금씩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매회 흡입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 번째 현상, 바로 tvN의 '사랑의 불시착'에서 보여 지고 있다. 현빈, 손예진 주연의 '사랑의 불시착'은 처음에 6%대 시청률로 시작했다. 이후 매주 7%, 8%, 9%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다가 지난주 10회에서 14%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랑의 불시착’은 초반부터 비교했을 때 시청률이 급격히 치고 오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솔직히 현빈, 손예진 주연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방영되기 수개 월 전, 즉 이들이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부터 이미 화제였다. 게다가 SBS의 '별에서 온 그대'의 박지은 작가의 작품이라는 사실까지 더해져 방송가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런데 막상 드라마가 시작됐지만 방영 중반부까지 기대치에 비해 시청률이 따라가지 못했다.

초반엔 여러 가지 우려스러운 점이 작용했기에 시청률이 생각보다 오르지 못했을 수 있다. 우선 드라마 배경에 관한 문제였다. 극 중 현빈(리정혁 역)은 북한 장교요, 손예진(윤세리 역)은 우리나라 재벌 딸이었다. 패션 회사 대표인 손예인은 새로 출시되는 아웃도어를 시험해 보기 위해 패러글라이딩 탔고, 기상악화로 인해 북한에 추락하게 된다. 그러다가 북한 장교인 현빈을 만나면서 본의 아니게 북한에서 생활하게 된다. 극과 극의 조건을 가진 두 남녀의 만남, 주변에서 모두 반대하는 절절한 사랑, 이런 사랑은 현실에선 이루어지기 힘들지만, 드라마에선 이런 구도가 될 때 긴장감이 생기고, 두 남녀를 응원하면서 시청자가 몰입하게 된다. 이런 조건으로만 따지면 북한 장교와 우리나라 재벌녀의 러브스토리는 완벽한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구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이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북한이 아닌 평화로운 마을로 묘사된 북한 말이다. 물론 전기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등 열악한 환경이긴 하나, 온 가족이 모여 웃음꽃 피우는 저녁이 있는 삶이 그려지고, 마을 사람들이 모두 화기애애하니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북한의 모습과 이질감이 느껴졌다는 것이다. 물론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오해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아예 판타지적이고 시공간을 초월하면 100% 상상이라고 받아들이기 쉽지만, 이건 실제 존재하는 나라의 모습이 왜곡(?) 됐다고 생각하니 감정이입하는 데 혼란스러웠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북한이 미화됐다는 사실이 불편하다는 의견들도 쏟아져 나왔다. 초반엔 이런 점들이 '사랑의 불시착'에 공감하고 몰입하는 데 방해한 게 아닐까, 싶다. 그러나 중반 이후부터 시청률이 돌아서기 시작해 두 자리를 넘어가고 10회에선 초반 시청률의 두 배가 넘는 수치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갑자기 시청률이 꾸준히 상승하게 된 이유는 뭘까?

첫째, 조연들의 존재감이 통했다. 현빈의 부하들로 나오는 네 명의 군인들, 일명 북벤저스라고 불리는 이들, 바로 양경원(표치수 역), 이신영(박광범 역), 유수빈(김주먹 역), 탕준상(금은동 역)을 말한다. 이들은 자신의 상관인 현빈에게 충성스럽다. 때문에 손예진도 일심동체가 되어 잘 숨겨주고 있다. 물론 남에서 넘어오는 손예진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기에 처벌받게 될까 두려워서 그런 것이 일차적인 이유지만, 그녀와 함께 지내는 동안 한껏 정이 들면서 인간적으로, 진심으로 그녀를 보호하고 있다. 이들의 심성이 순수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조연들 중의 또 다른 축은 바로 사택마을의 안사람들이 맡고 있다. 김정난(마영애 역), 김선영(나월숙 역), 장소연(현명순 역), 차정화(양옥금 역) 이들 네 명의 부인들의 케미가 빛난다. 대좌동지의 부인인 김정난에게 모두들 속보이게 아첨을 하면서도 끈끈한 의리를 갖고 있다. 심지어 현빈의 실제 약혼녀인 서지혜(서단 역)가 나타나자 모두들 손예진을 안쓰러워하며 아줌마들의 힘과 의리를 보여줄 땐 고맙기까지 하다. 지금껏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보아왔던 여자들의 기 싸움이나 음모가 없는 순수한 모습 때문에 이들에게 자꾸만 끌린다.

둘째, 북한을 배경으로 했던 것이 통했다. (앞서 짚었듯이) 드라마 초반 북한이 미화(?) 된 것 같아 감정이입을 방해하고 혼란스러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중반까지 긴 시간 동안 오히려 북한을 배경으로 한 것이 신선함을 주었다. 과거에도 북한 장교와의 사랑, 혹은 북한 여성과의 사랑을 배경으로 했던 드라마나 영화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대부분 남한을 배경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다 보니 스토리도 그(녀)를 잡으려는 우리 쪽 사람들과 그(녀)를 숨겨주며 절절하고 애절한 사랑을 하는 남한 쪽 주인공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때문에 분명 드라마 내용은 다름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많이 봤던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사랑의 불시착’은 북한을 배경으로 하다 보니 기존에 익숙해져 있던 그림과 달라서 새로움을 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셋째, 이제 남한으로 넘어오는 스토리 구성이 통했다. 북한에서 현빈과 그를 둘러싼 가족들의 이야기나 그와 대립하는 오만석(조철강 역)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히 설명되었다. 물론 손예진의 가정환경과 그녀를 제거하려는 이복 오빠들의 모습 역시 모두 이해가 되도록 보여 졌다. 이런 배경 설명을 비롯해서 현빈과 손예진이 서로에게 빠져든 모습까지가 1라운드였다면, 남한으로 넘어오는 것부터 제2라운드의 시작이 되었다는 것이다. 손예진을 후계구도에서 제거하려는 이복오빠들의 방해를 어떻게 해쳐나갈까 하는 것, 손예진을 잡으러 온 오만석을 현빈이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하는 것, 또한 현빈과 손예진은 과연 국경을 넘은 사랑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 이에 대한 스토리가 남아있기 때문에, 드라마의 클라이맥스, 본격적인 스토리의 완성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 북벤저스 네 명의 군사들과 귀때기 김영민, 이들 다섯 명의 남한생활 표류기까지 더해져 '사랑의 불시착'의 진검승부는 제2라운드가 될 것이란 얘기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어떤가! 어쩌면 10회의 14.6%의 시청률 역시 끝이 아닌 시작인지 모르겠다. 남은 6회 동안 얼마나 더 상승할지 이제부턴 그걸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지 않을까.

▪ '사랑의 불시착' 국경을 넘은 사랑을 신선하게 그리고 있는 드라마! 그래서 제 별점은요~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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