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민호 감독이 전한 '남산의 부장들'과 이병헌, 긴 이야기 [★FULL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0.01.22 12:01 / 조회 : 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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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부장들'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사진제공=쇼박스


우민호 감독이 돌아왔다. '마약왕'을 뒤로 하고 절치부심 끝에 '남산의 부장들'을 내놨다. 동명 논픽션을 원작으로 한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10.26이 벌어지기까지 40일을 담았다. 왜 권력의 2인자라 불렸던 중앙정보부장이 대통령을 암살했는지를 그렸다. 우민호 감독과 나눈 긴 이야기를 옮긴다. 이 인터뷰는 스포일러를 다수 포함합니다.


-'남산의 부장들'은 어떻게 하게 됐나.

▶대학교 때 군대 다녀와서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마침 그 책이 꽂혀있었다. 제목이 흥미로워서 봤는데 내가 몰랐던 흥미로운 현대사가 펼쳐지더라.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학도였으니 기회가 주어지면 만들어보고 싶었다. 20년이 넘게 시간이 흘렀다. '내부자들'을 찍고 원작자께 연락을 드렸다. 영화판권을 팔지 않았으면 영화로 옮기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됐다.

-'남산의 부장들' 원작에는 초대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김종필부터 마지막 부장인 김재규까지 소개돼 있는데, 왜 김재규와 김형욱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나.

▶사실 김종필 초대 중정부장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중정(중앙정보부)을 세운 인물인데 중정에서 쫓겨나는 사진을 봤다. 마치 그 모습이 갱스터 느와르에서 나온 사진 같았다. 하지만 중정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던 순간이 가장 흥미로웠다. 난 김형욱 전 중정부장의 파리 실종과 10.26이 별개의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두 사건의 간극이 20여일밖에 안되더라. 대통령을 위해 그 실종사건을 주도한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을 죽일 수 있었을까, 그게 궁금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전반부는 고전 스파이물 같은 느와르고, 후반부는 스릴러 같은데. 임상수 감독이 10.26를 담은 '그 때 그 사람들'을 블랙코미디로 그린 건 그 사건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이 담긴 것인데, '남산의 부장들'을 그런 형식으로 만든 건 그 사건을 느와르로 바라본 것인가.

▶느와르처럼 만들고 싶었다. 비극적으로 끝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은 운명. 차가운 모습들. 그들이 갱스터 같았다. 충성과 배신, 모멸 같은 것들이 영화학도 때 봤던 느와르 같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느와르처럼 만들게 됐다. 대신 들뜨지 않게. 존 르 카레의 고전 스파이물처럼 그리고도 싶었고.

차지철 경호실장과 김재규 중정부장의 경쟁구도가 김형욱 파리 실종 사건과 연결되고 그걸 관객들이 차분하게 봐주길 바랐다. 그래서 인물 내면을 따라가고 그렇기에 갈수록 더 요동치도록. 그 감정의 요동 때문에 느와르에서 스릴러처럼 바뀌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박정희 대통령이 중정 외에 또 다른 정보조직을 뒀고 그게 '이아고'라고 나오는데. '오셀로'에서 나오는. 그런데 어느 순간 이아고가 영화 속에선 사라진다. 그 정체를 영화에서 설명하기보다는 역사적으로 유추하게 되는데.

▶이 영화는 이아고를 찾는 영화는 아니다. 김규평(이병헌)에게 너 말고 2인자가 있다는 걸 알려주는 요소로 만든 것이고. 이아고란 음정이 주는 울림이 좋았고, '오셀로'도 복수와 배신의 이야기니깐.

-김규평이 박용각(곽도원)에게 받은 원고가 중정 몰래 빼돌려져 지는데. 영화 속에서 빼돌리는 쪽이 어디인지가 모호하게 그려진다. 차지철의 경호실인지, 전두환의 보안사인지, 이아고인지.

▶감독으로서 누가 했는지에 대한 생각은 있지만 관객 스스로 생각하길 바랐다. 편집된 부분이 있긴 한데 김규평이 그로 인해 고뇌하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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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부장들' 스틸.


-'남산의 부장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데 실명을 피해서 김재규 대신 김규평으로, 김형욱 대신 박용각으로, 차지철 대신 곽상천으로, 전두환 대신 전두혁으로 이름을 바꿨다. 박정희 대통령도 박통으로만 나오고.

▶첫 번째는 이건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실명을 쓰다보면 창작을 하는데 침해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실제 사건을 갖고 오지만 인물의 내면에 집중하길 바랐다. 실명을 갖고 오면 인물의 내면을 쫓아가는데 관객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까 싶었다.

-그럼에도 김규평과 전두혁은 실제 이름과 비슷한데.

▶두 사람은 쉽게 그 인물을 관객이 연상하길 바랐다. 한편으로는 김재규 부장과 김형욱 부장, 둘 다 김 부장이라 관객이 헷갈릴 수 있어서 한 명은 김 부장, 한 명은 박 부장으로 바꿨다.

-파리 사건으로 전반부가 끝나고 박통이 김규평에게 담배를 달라고 하는 데서 김규평이 모멸감을 느끼는 장면으로 후반부가 시작되는데. 갑자기 김규평의 감정이 점프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편집이 된 것인지.

▶시나리오 대로다. 대통령을 위해 그렇게까지 했는데 청와대에선 아무렇지 않게 일을 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실제로는 김재규 부장과 김형욱 부장은 군대 선후배 사이다. 그걸 영화에선 친구로 그렸다. 당신을 위해 친구까지 죽였는데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은지, 말 한마디 없는지 그런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 속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마음대로 해, 임자 곁에는 내가 있잖아"라고 하는 대사는 반복되면서 또 여러 가지를 내포하는데.

▶독재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담을 수 있는 대사라고 생각했다. 자기 손에 피를 안 묻히면서 잘 못되면 쳐낼 수 있는. 그런 느낌을 담고 싶었다. 또 박 대통령이 2인자를 그렇게 관리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고.

-박정희 대통령은 한국 사회에선 일종의 신화가 돼 있다. 그런데 이 영화 속에선 '황성옛터'를 부르는 모습으로 그런 신화에 일조하는 듯 하다가 바로 꼰대 같은 모습을 붙여서 신화를 부수는데. "네 일이나 똑바로 하라"면서 책임을 떠넘기는.

▶꼰대라기 보다는 박 대통령에 대한 여러 해석이 있다. 이 영화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는다. 유신 말기 권력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그의 공포와 두려움을 담고 싶었다. 그런 부분을 박대통령을 연기한 이성민과 많이 이야기했고.

박대통령은 (권력에서) 내려오고 싶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한편 내려 올 시기를 놓친 독재자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 공포와 두려움 때문에 미스 판단을 하고. 그 미스 판단 때문에 2인자 관리도 무너졌고.

다 보여주려다가 '마약왕' 때 말아먹었기에 '남산의 부장들'에선 한 부분이라도 제대로 보여주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박 대통령이 '황성옛터'을 부르는 시퀀스는 앞뒤를 다 봐야 온전히 그의 한 부분을 보여줄 있다고 생각했다.

-박 대통령이 '황성옛터'를 부르는 장면부터 이어지는 시퀀스는 후반부에 스릴러적인 긴장감과 서스펜스를 주는데. 다만 좀 더 긴장감을 줄 수 있었는데 갑자기 끊어버리는데.

▶너무 스릴러처럼 보여질 것 같아서 편집을 했다.

-부마항쟁을 '마약왕'때도 다뤘는데 '남산의 부장들'에서도 다뤘다. 부마항쟁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는 것인가.

▶부마항쟁, 이제는 부마사태가 아니라 부마항쟁이라고 부른다. 거기에 동의한다. '마약왕' 때는 주인공이 그 사건 속에 있었고, '남산의 부장들'에선 그 사건을 헬기에서 보는 시선으로 담았다. 의무감이라기 보다는 그 때 그 시절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기에 담은 것이다. 특히 '남산의 부장들'은 부마항쟁이 영화 속 결정적인 전개와 이어지고. 김재규의 당시 진술에 부마항쟁을 처리하려 100만, 200만명 죽으면 어때 운운이 있었다. 그걸 영화 속에 살리는 것도 이야기 전개에 중요했다.

-로비스트로 나오는 김소진은 매우 좋은데. 느와르의 전형적인 팜므파탈인데 매우 다르고 한국적이다. 창문을 열고 욕을 하는 장면도 정말 좋았는데 배우의 애드리브인가.

▶그 장면은 시나리오에 있었다. 표현 방식은 배우의 고유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전형적인 로비스트고 팜므파탈인데 그걸 그렇게 만든 건 전적으로 배우의 역량이다. 김소진도 그 부분을 매우 고민했다. 전형적인 역할인데 그 속에서 어떻게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를. 현장에서 정말 많이 이야기를 나눴다. 토론을 하다가 촬영을 세운 적도 있었다.

-파리 실종에서 카지노 시퀀스는 고전 스파이물처럼 교차 편집과 양식미를 가져왔는데.

▶그 시퀀스는 무엇보다 긴장감이 있어야 했다. 누가 먼저 납치를 하느냐가 긴장감을 줘야 했다. 무엇보다 고민한 건 데보라심(김소진)의 퇴장이었다. 난 그 시퀀스는 김소진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다.

-김소진의 의상, 특히 녹색 의상은 카메라에 색을 표현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어떻게 구현한 것인가.

▶70년대의 레트로한 색감이 핵심이었다. 당대 의상은 컬러면에서 상당히 대담하고 강렬한 경향이 있었는데, 벨벳 소재로 의상을 제작해 그 색감을 좀더 원활히 잡아낼 수 있었다.

-모자를 날리는 장면은 고전 스파이물에서 착안한 것인가.

▶그렇다.

-박용각(곽도원)을 한 번 놓쳤다가 다시 쫓는 모습을 넣은 것은.

▶권력의 2인자였던 사람이 마지막에는 신발도 제대로 못 신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걸 마지막 김규평의 모습과 겹치도록 하고 싶었고. 둘이 한 인물처럼 보여지도록 하고 싶었다. 그래서 박용각 시퀀스와 마지막 김규평 시퀀스가 똑같이 겹쳐지도록 구도와 카메라 앵글도 비슷하게 했다. 그 표정들도.

그래서 납치되는 장면은 김소진의 시점으로 납치됐다가 도망나오면서 이어지는 장면은 박용각의 시점으로 보여지도록 했다.

-박용각의 최후는 김형욱 실종의 여러 설 중 가장 잘 알려진 걸 택했는데. 특기인 가까이서 찍지 않고 일부러 거리를 두고 찍었는데.

▶'내부자들'도 그렇고 '마약왕'도 그렇고 가까이 찍는 걸 좋아한다. 이번에도 얼마나 가깝게 찍고 싶었겠나. 하지만 그 장면은 가까이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 거리에서 그렇게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곽도원은 실제 그 통에 들어갔나.

▶그렇다. 밑에 안전장치를 놓고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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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부장들'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사진제공=쇼박스


-영화 속에서 링컨박물관의 링컨 동상과 박정희 대통령 역의 이성민이 청와대 권좌에 앉아있는 모습이 닮았는데.

▶그건 배우가 한 것이다. 시나리오를 읽고 이성민이 캐치한 것 같다. 이번에는 배우들에게 디렉션을 전보다 많이 하기도 했지만 배우들이 정말 알아서 너무 잘했다. 다들 감정을 되게 섬세하게 연기해야 했는데 알아서 정말 잘했다. 톤과 분위기를 유지하는 게 내 몫이었다.

-영화 속에서 박정희 대통령과 김규평이 독대하는 안가는 다다미 방이다. 둘이 일본어로 대사를 하고. 자칫 요즘 말로 '토착왜구'란 지적을 받을 수도 있는데.

▶그런 의도는 없었다. 원작에도 있지만 박 대통령이 일본어로 이야기를 했다는 부분도 있고. 만일 그런 의도가 있었다면 그런 장면을 여러 번 반복했을 것이다.

그 장면을 통해서 관객들이 박정희 대통령과 김규평의 전사를 유추하도록 하고 싶었다. 둘의 전사를 소개하는 장면이 없으니깐. 둘이 그만큼 오래된 사이라는 걸, 전사와 관계성을 유추하고 상상하길 바랐다. 그래서 둘만 있을 때는 편집 호흡이 다르다.

-10. 26 장면에서도 그렇고 '황성옛터'를 흘러나오도록 한 건. 당시 그 현장에 있었던 심수봉에 따르면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으로 시작하는 '그 때 그 사람' 등을 불렀다던데.

▶당시 기록을 보면 '황성옛터'도 부르고 '그 때 그 그 사람'도 불렀다더라. 그런데 나는 '황성옛터'의 영화를 누렸지만 다 떠나고 빈터만 남았다는 그 가사를 담고 싶었다.

-10. 26. 시퀀스의 목표는 뭐였나.

▶서로 감췄던 민낯을 다 까야 한다고 생각했다. 속내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그러면서도 고증을 따랐다. 김재규의 총이 격발 불량이어서 총을 찾고 그 순간 차지철이 화장실로 도망갔다가 잠시 뒤에 나오고 그러다가 문갑을 들고 싸웠다는 건 고증 그대로다. 잠시 불이 꺼진 것도 고증 그대로다. 안가 관리인이 두꺼비집을 잘못 내렸다더라.

-총을 찾아 내려갔다가 올라가는 장면은 2층을 원컷으로 한 번에 보여줬는데. 그 장면을 위해 세트를 2층으로 만들었나.

▶김규평이 방아쇠를 당기고 난 후의 모습을 비장한 것이 아닌, 허둥대고 제 정신이 아닌 듯한 모습으로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었다. 또 계단을 오르내리는 긴박한 호흡으로 그 감정의 주체할 수 없는 상승과 하락을 살리고 싶었다. 그러려면 걸음걸이, 숨소리 등의 행동들을 컷으로 분할하는 대신 한 호흡으로 보여주는 것이 가장 적합한 표현방식이라 판단했고 2층으로 지어진 세트는 여기에 가장 효과적인 미술 장치였다.

-헤드샷까지 보여줄 지는 몰랐는데.

▶거기에선 다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 김규평 역에 이병헌이어야 했나.

▶이병헌은 되게 섬세하고 감정연기를 잘 하는 배우다. 그런 배우가 필요했다. 이 영화 속 김규평은 햄릿처럼 불안하면서도 감정을 누를 수 있어야 했고 느와르에 어울리는 배우여야 했다. 흔들리는 불빛 아래 흔들리는 남자의 이미지가 중요했다. 그러다가 맨 마지막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는 배우의 얼굴이 중요했다. 이병헌이 그래서 필요했고, 이병헌은 최고다.

섬세하게 연기한다는 건 어렵다. 그걸 카메라를 바로 앞에 가까이에 두면서 그렇게 연기하는 건 더욱 어렵다. 모든 걸 버티면서 안으로 감정을 극단으로 밑어붙이는. 한 시퀀스에서도 스킨톤이나 색깔이 바뀌더라.

-마지막 자동차 장면은 어떻게 찍었나. 무엇보다 사탕 주는 장면이 정말 좋던데.로우로 밑에서 위로 그의 표정을 잡은 것도 그렇고.

▶세트에서 찍었다. 막상 했지만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잘 모르겠는, 제정신이 아닌 듯한 모습. 어떻게 보면 자신이 주군을 죽였지만 주군을 잃은 군인의 모습. 그런 걸 느낄 수 있도록 로우로 찍었다. 사탕을 주는 건 고증 그대로다. 참모총장이 이상해서 사탕을 안 먹은 것도 고증 그대로다.

-이희준이 연기한 곽상천은 차지철 경호실장이다. 실제 차지철은 복합적인 캐릭터인데 영화에선 이희준이 잘하긴 했지만 무식한 군인이란 단선적으로 그린 건 왜인가.

▶원작에도 묘사되어 있지만, 모티브가 된 당시 경호실장은 레이어가 얕고 상당히 단순한 인물이었다. 독실한 크리스천이기도 했는데, 마치 기독교 신자가 하나님을 섬기듯 대통령을 진심으로 숭배했다는 내용이 원작에 잘 설명되어있고 이를 영화적으로도 차용했다. 아마 그러한 맹목적인 충성이 오히려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렸다고도 짐작된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외형이 닮은 건 의도한 것인가.

▶전혀. 전혀 생각도 못 했다.

-반면 전두환 역은 실제와 외형이 흡사한데.

▶관객이 알아보길 바랐다. 서현우가 머리까지 일부러 그렇게 깎았다.

-영화 전체 색이 검고 어둡고 블루인데 유독 청와대는 옐로고, 미국과 프랑스는 밝다. 그 밝음도 현기증 나는 밝음이랄까, 빛 바랜 밝음이랄까 싶은데. 전체 색 설계를 어떻게 했나.

▶70년대 특유의 레트로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화면 안에 담아내는 것이 가장 핵심이었다. 기본적인 메인톤 컬러는 앰버(짙은 옐로)로 주로 청와대에서 쓰이는데, 따뜻하면서도 동시에 차가운 느낌을 잡아내려 촬영감독과 오랜 시간 고민했다. 이외에 하얀 색도 쨍한 화이트가 아니라 미묘한 옐로를 섞어 빈티지한 질감을 담아내려 했다. 반면 미국과 프랑스 신에서는 블루톤이 가미되는데 70년대 프렌치 누아르 톤을 참고하기도 했고, 어느 정도는 현지특유의 공기색이 화면에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같은 사물을 촬영해도 지역에 따라 화면에서는 꽤 다른 색감으로 표현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음악이 무척 고전적이고 낮게 깔리는데 '마약왕'과 정반대인데.

▶배우들의 대사와 호흡이 가장 중요했기에, 음악은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심리를 가이드하고 따라가는 일종의 음향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음악 감독께 부탁드렸다.

-에필로그로 실제 사건의 영상을 담았는데. 상반된 두 사람의 의견을 그대로 담으면서 영화에서 어떤 평가를 빠져나간 것 같은데.

▶빠져나갔다기 보다는 상반된 의견을 전달하고 관객이 선택하길 바랐다.

-김규평으로 나온 김재규에 대한 평은 지금까지도 상반된다. '남산의 부장들'에선 고뇌하는 이미지를 그렸지만 평가는 하지 않았다. 이병헌이란 배우를 멋스럽게 담았으니 자칫 김재규를 미화했다는 공격도 받을 수 있을테고. 김재규를 어떻게 평가하나.

▶김규평은 물론, 등장인물 그 누구에 대한 평가도 내리지 않았다.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한 인물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에 이르는 감정과 심리를 따라갈 뿐이다. 평가는 관객의 몫이다.

-최종 편집본에서 17~18분 가량을 다시 편집했다고 하던데. 나중에 '내부자들'처럼 감독판을 선보일 계획은 있는지.

▶현재 버전이 감독판이다. 별도의 감독판을 선보일 계획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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