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오스카 캠페인에 CJ ENM이 쓴 돈은?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0.01.21 09:36 / 조회 : 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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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가운데)과 최우식 이선균, 송강호, 박소담, 이정은 등이 '기생충'으로 미국배우조합상에서 최고상인 앙상블상을 받은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기생충'이 미국에서 잇따라 수상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제 한국영화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지, 든다면 어떤 상을 품에 안을지가 관건일 정도다.

'기생충'의 북미 수상 소식은 반가운 한편 질시하는 시선도 적잖은 것 같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최근 '기생충'의 미국 수상 행진과 오스카 캠페인에는 CJ그룹이 있다고 전했다.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이 '기생충' 오스카 수상을 위해 애썼기에 잇따른 수상결과가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기생충' 성과에 배 아픈 시선이긴 하지만 지워져 있는 순간의 포착이기도 하다.

아닌 게 아니라 지난 5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할 때, '기생충' 테이블에는 이미경 부회장도 같이 앉아있었다. 환호하는 봉준호 감독 옆에 같이 기뻐하는 이 부회장의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이 부회장은 CJ그룹에서 영화와 방송, 음악, 뮤지컬 등 문화사업에 큰 관심을 쏟으면서 한국 대중문화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 눈밖에 나면서 2014년 10월 돌연 미국으로 떠났다. 그랬던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기생충'이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됐을 때 같이 참석해 5년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이 부회장이 칸영화제에 참석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기생충'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주식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기생충' 수상 전망이 밝다고 읽혔기 때문이었다. 우연일지, 간절한 바람이 이뤄진 것일지, '기생충'은 한국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았다. 책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린 이 부회장으로서도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을 터다.

'기생충'과 이미경 부회장(영어명 미키 리)의 인연은 미국 기업전문매체 포춘도 조명했다. 포춘은 '기생충'이 오스카에서 작품상과 외국어영화상 유력한 후보이자 미국에서 20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면서 더욱 주목할 것은 "미키 리"라고 강조했다. 포춘은 "'기생충'의 최대 재정적 후원자는 한국 최대 재벌가 일원인 미키 리"라면서 "미키 리는 삼성그룹 창업자 손녀이며, CJ는 삼성그룹에서 분리해 탄생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CJ가 '기생충'과 봉 감독을 후원한 것은 일상적이며 미키 리는 특히 영화인들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가들을 지원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짐짓 모른 채 하고 있는 것, '기생충' 배후에는 한국의 대기업이자 재벌인 CJ가 있다. CJ ENM은 지난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오스카 캠페인을 재정적으로, 계획적으로 이끌었다. 정부의 지원은 사실상 없었다. 영진위는 LA에 있는 미국사무소마저 지난해 없앴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해 말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진행형인 고마운 사람으로 언어의 아바타라고 표현한 통역사 최성재씨(샤론 최)와 최윤희 CJ ENM 해외배급팀장을 꼽았다. 최윤희 팀장은 오스카 캠페인을 현지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기생충' 북미 배급사 네온에서 SNS에 올린 아카데미 후보 발표 동영상에서 송강호 곁에서 같이 환호하던 사람이다.

'기생충' 오스카캠페인은 지난했다. 봉준호 감독은 북미의 수많은 상영회, 영화제, 관객과의 대화, 각종 시상식, 리셉션과 파티 등에 참석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커뮤니티 익스트림무비와 인터뷰에서 "아무래도 디즈니나 넷플릭스 같은 거대 회사가 아니다 보니 물량 대신에 (맷돌 돌리는 시늉을 하며) 감독을 갈아넣는 식으로 엄청난 양의 GV(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마치 봉고차를 타고 미사리를 도는 유랑극단처럼 하루에 몇 군데씩 움직였다"고 토로했다. 감독을 갈아 넣다시피 했다지만 그 비용은 만만찮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오스카 캠페인에 표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대접하기 위해 2000~3000만 달러(약 347억원) 가량을 쓴다"며 "특히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 영화가 오스카 캠페인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작년 아카데미에서 외국어영화상을 탄) 넷플릭스의 '로마'는 오스카 캠페인에 최소 2500만달러를 썼다"고 보도했다.

CJ ENM은 '기생충' 오스카 캠페인에 얼마를 썼는지는 대외비라며 말을 아끼지만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100억원 플러스알파를 썼다는 후문이다. 봉준호 감독의 미국 체류 비용도, 각종 리셉션 비용도, 통역사 샤론 최의 비용도, 송강호를 비롯한 배우들의 미국 방문 및 체류 비용도, 다 CJ ENM에서 지원하고 있다. 그야말로 '문화를 만듭니다'라는 CJ ENM 슬로건 대로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간과하고 있는 무서운 의미든, 아카데미 수상까지 이어질 '기생충' 현상은 CJ ENM의 자본이 뒷받침된 결과다.

'기생충'은 빈부와 관련한 이야기다. 반지하 밑에 지하가 더 있고, 그 지하로 내려간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훌륭한 작품, 이 영화의 빛나는 성과 뒤에는 한국의 대기업이자 재벌인 CJ가 있다. 아이러니하지만 예술은 자본에 기생하며 꽃을 피운다. 이 아이러니조차 '기생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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