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도 못 막는' 헨리의 러싱, 테네시를 슈퍼보울로 이끌까 [댄 김의 NFL 산책]

댄 김 재미저널리스트 / 입력 : 2020.01.17 13:21 / 조회 : 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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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네시의 데릭 헨리(가운데 22번)가 볼티모어 디펜스를 돌파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테네시 타이탄스의 ‘신데렐라 행진’이 과연 슈퍼보울까지 이어질까.

오는 20일(한국시간) 벌어지는 테네시 타이탄스(정규시즌 9승7패)와 캔자스시티 칩스(12승4패)의 미국프로풋볼(NFL) 플레이오프 AFC 챔피언십게임에서는 완전히 상반된 스타일의 두 팀이 슈퍼보울 LIV(54)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러닝백 데릭 헨리(26)를 앞세운 파워 러싱과 철벽 디펜스를 뽐내는 ‘올드 스타일’의 테네시와 NFL MVP 패트릭 마홈스가 이끄는 화려한 에어쇼를 자랑하는 ‘첨단 스타일’ 캔자스시티의 대결이다.

와일드카드인 6번 시드로 플레이오프에 턱걸이했지만 이미 플레이오프 첫 두 경기에서 디펜딩 챔피언인 3번 시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최고 우승후보였던 톱시드 볼티모어 레이븐스를 잇달아 쓰러뜨리는 연속 대파란을 일으킨 테네시의 돌풍에 2번 시드 캔자스시티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미 뉴잉글랜드 폭스보로와 볼티모어에서 승리를 따내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테네시는 캔자스시티 원정이라고 특별히 더 두려울 이유가 없다. 더구나 현재 6경기 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캔자스시티에 마지막으로 패배를 안겨준 팀이 바로 테네시였기에 홈팀 캔자스시티의 우세 전망 속에서도 테네시의 3연속 이변을 점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테네시의 맹렬한 기세는 NFL을 뒤흔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50년대 시절을 연상시키는 테네시의 올드 스타일 플레이 역시 화려한 패싱 게임을 중시하는 NFL의 현 대세를 거스르는 것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NFL의 ‘왕족’ 뉴잉글랜드와 이번 시즌 최강팀 볼티모어를 쓰러뜨리면서 이런 고풍스런 스타일 풋볼이 아직도 충분히 우승 경쟁력이 있음을 입증한 테네시가 과연 슈퍼보울까지 그 돌풍을 이어갈 지 주목되는 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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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릭 헨리. /AFPBBNews=뉴스1
테네시 돌풍의 중심에는 러닝백 헨리가 있다. 헨리를 표현하기 위해 미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불굴(indomitable)'이다. 마치 야구에서 상대 타자에게 “칠 수 있으면 쳐 봐”라고 선언하듯 한복판으로 불같은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처럼, 헨리는 상대 눈치 보지 않고 디펜스의 한복판을 정면으로 돌파해 들어가는 직선형 파워 러닝백이다.

파워보다는 스피드와 민첩함을 무기로 상대 수비수를 따돌리는 많은 다른 러닝백들과 달리 헨리는 키 6피트4인치(193cm), 체중 250파운드(113kg)의 당당한 체격에서 뿜어 나오는 엄청난 파워로 수비수를 향해 돌격해 들어간다. 가공할 파워와 전광석화같은 스피드까지 보유한 ‘정통파’ 스타일인 헨리의 질주에 일단 가속도가 붙으면 웬만한 NFL 라인배커들은 그를 1대1로 태클하기가 불가능하다. 또 스피드 역시 그보다 훨씬 체격이 작은 디펜시브백들을 능가할 정도로 빠르다. 그를 태클하려던 수비수들은 그 과정에서 말 그대로 골병이 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주 볼티모어 원정에서 헨리는 30번의 러닝으로 무려 195야드 러싱을 기록하며 최고 우승후보 볼티모어를 침몰시키는 데 주역 역할을 했다. 그 전 주엔 디펜딩 챔피언 뉴잉글랜드 디펜스를 상대로 182야드를 뽑아내며 톰 브래디 시대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그 전 주에 벌어진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선 NFC 남부지구 우승팀인 휴스턴 텍산스(10승6패)를 상대로 무려 211야드와 3개의 터치다운을 뽑아내며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려놨다.

마지막 3경기에서 기록한 러싱 합계만 무려 588야드다. 그리고 NFL 역사상 연속 3경기에서 모두 180야드 이상 러싱을 기록한 선수는 헨리가 최초다. 그것도 이번 시즌 AFC의 1, 3, 4번 시드팀을 상대로, 모두 원정경기에서, 그리고 마지막 두 경기는 플레이오프에서 기록했다.

헨리의 이 러싱 기록이 더욱 인상적인 것은 상대가 이미 그에 대비해 철저히 준비를 하고 있던 상태에서 얻어낸 것이라는 사실이다. 볼티모어와 뉴잉글랜드는 이번 시즌 러싱 디펜스에서 경기당 93야드와 95야드만 내줘 리그 5, 6위에 오른 팀들이었고, 헨리에 대해 철저히 대비한다고 했음에도 안방에서 시즌 평균의 두 배가 넘는 러싱야드를 허용하고 충격적인 패배의 고배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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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네시의 데릭 헨리(가운데)와 마이크 브레이블(오른쪽) 감독.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NFL 역사상 최고의 디펜스 코치로 평가받고 있는 뉴잉글랜드의 명장 빌 벨리칙 감독은 상대팀의 최고 무기를 무력화시키는 전략에선 둘째가라면 서러울 전략가이지만 불도저나 탱크처럼 돌진해 들어온 헨리를 상대론 속수무책이었다. 헨리는 뉴잉글랜드 디펜스를 상대로 34번의 러싱으로 182야드와 1개의 터치다운을 뽑아냈는데 경기 후 벨리칙 감독은 “우리는 그가 오는 걸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막지 못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헨리의 러싱 기록이 놀라운 또 다른 이유는 테네시의 패싱 게임이 위협적이긴 해도 전체적인 파괴력이 높지는 않아 수비가 그에게만 주목하는데도 얻어낸 것이라는 점이다. 테네시는 뉴잉글랜드전에서 단 71야드의 패싱을 기록하는 데 그쳤고 볼티모어전에선 83야드 패싱에 그쳤다. NFL 플레이오프 역사상 연속 100야드 미만 패싱을 기록하고도 2연승을 거둔 팀은 1970년대 피츠버그 스틸러스 이후 테네시가 단 두 번째다. 그만큼 테네시의 패싱 공격을 크게 적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대가 헨리의 러싱 공격 차단에 전력을 기울였음에도 그를 막는 데 실패했다는 의미다.

테네시의 마이크 브레이블 감독은 “이는 이 리그에서 이기는 다른 방법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상대가 알고 있음에도 효과적인 러싱 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모든 선수들이 얼마나 잘 했는지를 말해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헨리의 러싱이 헨리 혼자만의 공이 아니라 그에게 길을 열어주고 수비를 블록해준 팀 전체의 합작품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현재 NFL에서 헨리에 필적하는 러닝백은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NFL에서 12년간 오펜시브 라인맨으로 활약한 NFL 네트워크 해설자 브라이언 볼딩어는 “(헨리와) 비교할 만한 선수는 없다. 그는 마블 만화의 슈퍼히어로”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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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네시의 라이언 태니힐(오른쪽). /AFPBBNews=뉴스1
물론 테네시의 신데렐라 돌풍이 헨리의 러싱 덕분인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뉴잉글랜드와 볼티모어의 폭발적인 오펜스를 각각 13점과 12점으로 묶은 디펜스가 눈부셨고 비록 패싱 야드는 적지만 전 백업 쿼터백 라이언 태니힐이 이끈 패싱 공격도 두 경기에서 4개의 터치다운 패스를 뽑아내며 결정적인 역할을 해줬다. 태니힐의 기습적인 장거리 패스 능력이 존재하기에 디펜스의 모든 것을 헨리에게만 집중시킬 수도 없는 것이 상대 수비의 고민이다.

그럼에도 이번 경기에서 캔자스시티는 헨리의 러싱을 차단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는 작전으로 나설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번 플레이오프 두 경기에서 테네시 공격은 헨리의 러싱을 64번이나 시도한 반면 태니힐의 패스 시도는 19번뿐이었다. 마치 1950년대 풋볼을 보는 것 같은 수치다. 헨리의 러싱을 막지 못하면 어려운 경기가 될 수밖에 없다.

캔자스시티는 정규시즌 러싱 디펜스가 게임당 128야드를 내줘 32개 팀 중 26위에 그쳤다. 캔자스시티보다 훨씬 강력한 디펜스를 보유한 뉴잉글랜드와 볼티모어가 모두 헨리의 러싱을 막지 못하고 쓰러졌으니 캔자스시티로선 선택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칠 수 있으면 쳐 보라면서 한복판에 꽂는 강속구를 때려내야만 하는 입장이다.

당연히 태니힐의 롱 패스 어택에 후방이 취약해지겠지만 그걸 걱정할 처지가 못 된다. 태니힐은 지난해 10월 주전 쿼터백 자리를 꿰찬 뒤 패스 시도는 많지 않아도 성공률은 70%가 넘는 고감도 효율을 자랑하고 있다. 캔자스시티의 고민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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