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곽신애 대표 "'기생충' 봉준호 2기 첫 작품..연대와 응원에 감사"

2019 영화 결산 릴레이 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9.12.19 08:54 / 조회 : 2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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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신애 바른손 E&A대표/사진제공=바른손 E&A


다사다난했던 2019년을 마무리하며 스타뉴스가 올 한 해 영화계를 대표할 만한 인물들을 만났습니다. 첫주자 봉준호 감독과 '극한직업' 류승룡, ‘82년생 김지영' 정유미에 이어 '기생충' 제작자 곽신애 대표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기자, 마케터,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가 걸어온 길이다. ‘키노’에서 영화기자로 활동하다가 청년필름, LJ필름의 기획마케팅실을 거쳐 바른손 E&A 대표가 됐다. ‘기생충’을 제작하기 전까지, ‘해피엔드’ 등을 기획 홍보했고, ‘모던보이’ 프로듀서를 했으며 ‘여자, 정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의 마케팅을 총괄했다. ‘가려진 시간’을 제작했다. ‘기생충’으로 영화인생에 큰 꽃이 활짝 폈다.

한국영화 최초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의 제작자. 곽신애 대표에게 올해 선물처럼 주어진 타이틀이다. 곽 대표 사무실에는 여러 시상식에서 받은 꽃들로 장식된 화분이 놓여있었다. 꽃길의 시작일지는 모르지만, 그 꽃들은 생기가 넘쳤다.

-‘기생충’은 어떻게 제작하게 됐나.

▶‘옥자’ 제작자 서우식 대표에게서 어느 날 전화가 왔다. 당시 ‘옥자’ 촬영이 한창이었는데, 봉준호 감독님이 다음 작품을 바른손에서 하고 싶다고 한다며 봉 감독님에게 내 번호를 알려줘도 괜찮냐는 연락이었다. 봉 감독님은 그전에도 바른손과 같이 일했던 인연이 있고, ‘기생충’과 우리 회사 작업 방식이 맞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기생충’ 고사 때 “친정에 온 것 같다”고 하더라. 당시 ‘기생충’ 가제는 ‘데칼코마니 ’패러사이트‘ 등이었다. 그렇게 ’기생충‘이 시작됐다.

-오롯이 감독의 공으로 돌리지만 제작자 곽신애 대표의 역할이 당연히 컸을 텐데.

▶음, 난 창작자보다는 서포터와 조절자가 맞는 것 같다. 제작자 중에는 창작자로서 욕망이 큰 분들이 있는데 난 뭔가 만들고 싶은 영화가 없다. 그런 점에선 내 욕망이 별로 없다. 대신 같이 일하는 아티스트들이 “와” 하는 순간을 만들어낼 때 쾌감을 느낀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일하고 싶은 욕망이 크다. ‘기생충’도 마찬가지였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행운인 동시에 부담이기도 했을텐데. 주위에서 기획부터 칸영화제에 당연히 갈 것이라고 기대했고, 흥행도 당연히 될 것이라고 말들을 했을테고.

▶무엇보다 잘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욕망보다는 부담이 컸다. 제작자의 역량 부족으로 부족한 점이 있다면, 그런 걱정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잘 될 것이라는 느낌도 컸다. ‘기생충’은 희한할 정도로 기운이 좋았다. 촬영 때도 눈을 그렇게 기다리다가 내일은 눈이 안 와도 할 수 없이 그냥 찍는다, 이렇게 결정하면 새벽에 펑펑 눈이 내렸다. 그래서 담담할 수도 있었던 것 같다. 칸국제영화제 경쟁에 초청됐다는 연락을 문자로 받았을 때도 덤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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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신애 바른손 E&A대표/사진제공=바른손 E&A


-결과적으로 황금종려상을 탔고, 천만 관객을 동원했지만,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점치기 어려운 기획이었을텐데.

▶‘마더’를 기준으로 여러 가지를 고려해 봤을 때 최소 400만 이상은 하겠다고 생각했다. 손익분기점을 넘겨서 관련자들에게 떼돈은 아니더라도 손해는 안 볼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설국열차’와 ‘옥자’ 다음 영화라 ‘기생충’은 해외로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20년전 기자 시절에 해외영화제를 나가면 한국영화는 창작자 재능은 빛나는데 기술이 못 미친다는 소리를 듣곤 했다. 이제는 한국영화 제작 기술도 성숙해졌고 퀄리티가 최고 수준에 다다랐다. 그렇기에 ‘기생충’은 해외에 한국영화 창작자의 재능과 한국영화 제작기술을 같이 선보일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원래 칸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만 남고 곽 대표와 송강호는 개봉 준비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계획이었는데. 그러다가 예정을 바꿔서 시상식까지 같이 있었고 감격의 순간을 같이 맛봤는데. 어떤 예감이 들었나.

▶원래는 3일만 있다가 올 계획이었다. 그런데 영화가 상영되면서 반응이 너무 뜨겁더라. 갈라 상영 때는 중간중간 마치 오페라처럼 박수가 계속 터져 나왔다. 그래서 송강호 선배와 상의했다. 좋은 예감이 들기도 했지만 만일 상을 타도 (봉준호 감독) 혼자 무대에 오르는 것도 그렇고, 상을 못 타도 누군가는 곁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의견을 모았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우리 둘은 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상하면 같이 축하해줄 사람이, 못 타면 위로할 사람이 필요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다가 시상식에서 계속 다른 영화들이 호명되는데 ‘기생충’은 안 부르더라. 설마설마 했는데 황금종려상이라고 호명하더라. 멍한 느낌이었다. 이게 현실인가 싶었다. 무대에 오르자 객석에 있는 2000여 눈동자들이 들어오더라. 마치 내가 지지한 사람이 대통령이 된 걸 보는 듯 한 눈빛들이었다. 자기들이 기쁜 느낌이었다. 아, 저 사람들이 우리 영화가 상을 받아서 좋은가 보다란 생각이 들더라.

그래도 티는 안내고 있다가 시상식 끝나고 봉 감독님, 송강호 선배, 나, 우리끼리 잠시 있을 때 “우아, 이게 무슨 일이에요” 방방 뛰며 좋아했다.

-‘기생충’의 많은 것들이 화제가 됐지만 우선 포스터부터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패러디도 줄을 이었고.

▶김상만 감독님은 과거 ‘주홍글씨’ ‘해피앤드’를 포스터를 해주셨던 인연이 있었다. 디자이너를 은퇴하고 영화감독이 되셨는데, ‘기생충’ 포스터 의뢰를 드렸다. 무례일 수 있어서 망설이다가 후회와 미련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연락드렸다. 대뜸 하겠다고 하시더라. 그렇지 않아도 ‘기생충’에 관심이 있으셨다며.

난 ‘기생충’이 봉준호 감독님의 2기 첫 작품 같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그동안 감독님 영화 포스터와는 달랐으면 했다. 그동안 봉 감독님 영화 포스터가 갈색톤이거나 어두웠다면 이번에는 밝았으면 했다. 그런 것들을 김상만 감독님에게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김상만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읽고 본인 해석대로 시안을 주겠다고 했다. 마감 5일전쯤 봉준호 감독님과 미팅이 있어서 같이 있는데 김상만 감독님에게서 문자로 지금 버전과 거의 비슷한 시안이 왔다. 처음부터 눈이 가려져 있었다. 봉 감독님과 시안 보고 “와 죽인다”라고 같이 말했다. 김상만 감독님은 어떤 인물에 감정이입이 안 되도록 눈을 가렸다고 하더라. 정작 우리들은 눈을 가린 채로 포스터 시안이 왔는데 아무도 왜 눈을 가렸나요,라고 묻지 않았다. 그냥 창작자로서 김상만 감독님의 뜻을 존중했다. 누워있는 다리는 마케팅사인 엔드크레딧 직원이다. 이상하게 되는 영화는 우연들이 겹쳐서 좋은 쪽으로 간다. 포스터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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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신애 바른손 E&A대표/사진제공=바른손 E&A


-‘기생충’이 봉준호 감독의 최고작이라고 생각하나.

▶최고작이죠.(웃음) 당연히 같이 한 영화가 최고작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다음 작품이 최고작이길 바란다.

좋은 일이 있으면 감독님과 배우들이 다 함께 있는 단톡방에 소식을 올린다. 그러면 조여정이 아이가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어떻해 어떻해 하는 이모티콘을 올린다. 그런 기분이다. 감사할 일이 있을 때마다 어떻해 어떻해 하는 심정이다. 그런 고마운 마음들이 점점 더 선명해지는 것 같다. 이 영화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을 비롯해 실패한 영화든 성공한 영화든 그런 것들이 다 같이 왔구나란 생각이 든다. 같이 영화하는 사람들로서 영화로 연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더 커지고. 그러니 감사와 응원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송강호 선배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이 정말 크다. 정말 현장에서 모든 사람을 보고 있다. 감독과는 또 다른 지점을 보고 있다. 그러다가 이럴 땐 이렇게 하면 좋지 않을까,라며 슬쩍 조언해줬다. 마치 개인교습을 받는 것 같았다. 너무 감사하다.

-봉준호 감독과 차기작도 같이 하는지.

▶당연히 같이 하고 싶다.

-‘놈놈놈’을 바른손과 같이 한 김지운 감독도 작품 계약이 되어 있는데.

▶감독님이 하고 싶을 때, 편하게 인연이 닿았으면 좋겠다.

-바른손 E&A의 차기작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미쟝센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조용익 감독의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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